상품 상세정보에 "다소 음질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라고
되어있어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구매했다.
그러나 이 녹음은 일반적인 정식 실황녹음의 열악한 음질 수준을 벗어나 있다.
연주 음질은 둘째치고 도대체 녹음을 어디에서 누가 한 것인지.
허가를 받고 정식으로 녹음전문가가 녹음한 것이 아닌,
마치 관중석에서 누군가 몰래 녹음을 한듯한 그런 녹음이다.
연주 내내 부스럭거리는 소리, 마이크를 툭툭 건드리는 소리,
녹음자의 기침 소리와 의자 삐걱거리는 소리...
도대체 음악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집중을 할 수가 없다.
어떻게 이런 엉터리 녹음을 당당하게 정품으로 팔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CD의 단 한가지 가치는
연주녹음이 많지 않은 미켈란젤리의 연주녹음이라는 것.
그것도 그의 마지막 연주회의 녹음이라는 것.
그것 하나밖에 없다.
그러나 만약에 이 녹음이 불법적으로 몰래 녹음된 것을
음반사가 사들여 발매한 것이라면 그 가치조차도 무색해진다.
음반 발매 배경을 알 수 없는 나로서는 추측만으로도 마음이 너무 불편하다.
이런 허접스러운 녹음을 고음질 음반 가격인 정가 33,110 원에 판매하는
음반발매회사의 뻔뻔함에 놀랐다.
(그런 뻔뻔함이 있으니 이런 말도 안되는 음반을 발매했겠지만...)
완벽하게 준비되었다고 느끼지 않으면 잡혀있던 연주일정도
당일 취소하고 연주를 하지 않았던 완벽주의자 미켈란젤리였다.
그런 그에게 이따위 질 낮은 연주실황 CD는 정말 그의 음악에 대한 모욕이다.
미켈란젤리가 만약 이 음반발매에 대해 알았다면 과연 발매를 허락했을까.
한숨이 나온다.
* CD의 속지를 읽어보니 역시 우려했던대로 미켈란젤리의 팬인 한 관중이
연주회장에서 몰래 녹음한 것이다.
만약 이 사실을 구입 전 미리 알았다면 절대 사지 않았을 것이다.
유일한 녹음본이라 해서 불법적인 일이 용서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