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여기서부터 라이트 노벨이라는 문화를 생각해 보려고 하는 것이다. 저번에 한국형 라이트 노벨이라는 글을 올렸을 때, 댓글에서 굳이 왜 한국형, 일본형을 나누어야 하는가 그냥 다 재미있으면 그만인 거 아닌가 라고 말한 좋은 분이 있었다. 확실히 필자는 한국형 라이트 노벨을 고찰하기 이전에 놓친 것이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같은 비판은 분명 올바른 것이다. 따로 아이디를 기억하지 못해 이 글에서 언급하지 못함을 아쉬울 뿐이다. 어쨌든 이번 글을 쓰기 이전에 그 같은 비판에 대해서 좀 더 깊게 생각해 보았고, 한국형 라이트 노벨을 어떻게 쓸 것인가 생각하기 이전에 라이트 노벨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라는 부분에 대해서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는 것이다.
초반 라이트 노벨이라는 문화가 처음으로 한국에 내려섰을 때, 그리고 그것이 천천히 성장하고 있는 당시에는 일본형 라이트 노벨이라는 문화는 어디까지나 일본의 것이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그러는 과정 속에서 한국 안에서도 라이트 노벨이라는 장르를 이해하고 쓰는 사람이 생기면서 문제는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제 라이트 노벨이라는 장르도 하나의 한국 안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체제가 작게나마 갖추어진 상태이다. 따라서 더 이상 무분별하게 일본식 라이트 노벨이라는 문화를 유지하는 것은 너무나도 변화하는 21세기에 맞는 방식도 한국 현실에 맞는 방식도 아니다. 분명 이 부분에 대해서도 비판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굳이 이런 이야기를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 이전에, 일본에서 시작된 라이트 노벨을 굳이 우리식으로 가져야 하는가. 그리고 수준에서 이미 차이가 있는데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점차 라이트 노벨이라는 장르는 젊은 사람들 속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나중에는 그 젊은 사람들이 한국 사회의 미래 주역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우리는 어릴 적에 배웠던 체험과 지식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아무리 저명한 학자라 하더라도 어릴 적 버릇을 버리지 못하는 것처럼 이런 문화를 읽고 봐온 사람은 그에 맞게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그 영향은 미미하여 보이지 않으며 그 변화도 천천히 일어날 것이다. 그야 한 명 한 명의 변화나 고찰, 생각이 얼마나 많은 것을 바꾸는지 회의적인 시선으로 이 글을 바라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필자 스스로 단언하건데. 그게 절대 쓸모없는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적어도 이런 이야기를 그 시대에 했던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필자가 죽고 난 후 세대들이 어떤 평가를 내리든 당당해질 수 있을 거라 필자 스스로 자신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필자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은 있으며 그들 또한 자신으로 마무리 되는 이야기에 굳이 책임 의식을 가지기를 강요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딱 한 가지는 기억해 주기 바란다. 한 사람의 인생은 끝날지 몰라도 예술은 그 끝이 길게 이어지듯, 자신의 하나의 고찰과 문제의식이 미래에 어떤 형태로든 빛을 보게 될 것이라고.

-천악마의 라이트 노벨 고찰 (4)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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