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런 이야기를 갑자기 꺼내는가 이상하게 생각할 독자들이 있을 것이 분명하다. 필자도 얼마까지 그런 생각을 하던 사람이었고, 그저 스스로 라이트 노벨을 쓰는 사람으로서 다른 무엇인가를 쓰겠다는 의지로 한국 라이트 노벨은 무엇인가 라는 이야기도 쓴 적이 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이 문화를 진지하게 향유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은 고찰해보고 생각해야 할 문제이다. 어쩌면 어렵고 따분한 것이 라이트 노벨이라는 장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읽는 사람은 한 번 쯤 생각해 봐야하고, 만약 라이트 노벨을 진지하게 쓰고 싶다는 사람은 꼭 생각해 봐야 하는 문제임은 틀림없다. 아직 완전히 우리식으로 라이트 노벨이라는 문화가 완성되어 정착이 되지 않는 이 시점에서 이 내용은 그 유효성과 효과를 가지니 말이다. 마치 옷을 입을 때 첫 단추를 잘 꿰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오랜 역사 속에서도 증명된 사실이지만, 밖에서 들어오는 문화가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그래도 받아들이면 문제가 된다.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한국 사회의 이런저런 문제도 이런 부분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한국 전쟁이 끝나고 대한민국 정부가 제대로 그 기능을 시작하면서 근대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그로 인해 한강의 기적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경제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빠른 경제 성장은 많은 오점을 남기게 되었다. 민주주의 실패, 빈부격차, 사회 소외자들에 대한 차별과 억압 등등. 그 무시되었던 수많은 문제들이 지금에서 여러 사건을 통해 터지면서 사회는 혼란스럽고, 거기에 저성장으로 인한 불황마저 겹치면서 그 피해는 온전히 민주화 세대와 우리 세대, 그리고 앞으로 미래를 만들어갈 세대들에게까지 미치게 되었다. 이 긴 역사를 간략하게 살펴보고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가. 필자는 단호히 아무 생각 없니 좋든 나쁘든 밖에서 들어오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멍청한 짓은 결국 좋은 결말을 맺지 못한다는 것이다. 작물이나 동물도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와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도 있지 않는가. 그리고 인간의 역사 전체를 봤을 때도 인간은 언제나 자연으로부터 자신의 집에 들어놓는 무엇이든 인간의 방식대로 변화시켜 자기의 것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그것의 시작이 바로 농사였으며, 거기서 탄생한 말이 문화(문화의 영어인 culture은 어원을 농사하다 라는 말에 두고 있다)였다.

-천악마의 라이트 노벨 고찰 (3)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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