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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안녕, 내 모든 것
정이현 지음 / 창비 / 2013년 7월
평점 :
먹먹하다.
이야기는 어른인 된 지혜의 이야기로 부터 시작한다.
-지혜는 한번 듣거나 본 것은 잊어버리 않는다. 단순히 암기력이 뛰어난 수준이 아니었다. 말도, 글도, 이미지도 그애의 뇌에 잠깐이라도 머물렀던 것은 모두 밖으로 흘러나가지 않는 것 같았다. 스위치 하나만 누르면, 특정한 정보와 그것을 습득한 시간과 장소, 주위 풍경까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래서 인지 어른이 된 지혜는 입시학원 사회선생님이 되어 있다. 때는 김정일이 죽었을 때 그 쯤하여 학원으로 지혜를 찾는 전화가 오는데 그건 세미의 전화였다.
김일성이 죽었을 때 그들은 고등학생이었다. 세미와 지혜, 준모는 중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가 되었다.
그들은 각자 아픔을 가지고 있었다. 준모는 뚜렛증후군이 있어 자기 자신을 통제할 수 없다. 말하는 중간 중간 욕이 자동적으로 나와서 주위에 피해를 주고 준모의 뚜렛증후군은 해가 갈수록 심해져 결국 한국에서는 살지 못하고 한국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으로 떠난다.
세미는 태생부터 환영받지 못했다. 엄마와 아빠는 이혼을 하게 되고 엄마는 많은 빚을 남기고 외국으로 도피해 있는 상태다. 그리고 아빠에겐 다른 여자가 있고 환영받지 못했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한남동 집으로 들어와 생활하게 된다.
할아버지는 건설업을 몇 개나 거느리고 있고 할머니는 깐깐하고 정이 없는 부잣집 사모님 스타일이다.
한남동 집에서 유일하게 세미와 맞는 인물은 고모다. 고모와 세미는 서로 잘 어울린다. 고모도 세미를 챙기고 세미도 고모를 챙겨준다.
고모가 결혼을 하게 되면서 세미와 고모는 자연스레 멀어지게 되고 세미는 맘을 터놓을 사람은 더더욱 구들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어른이 된 세미는 일찍 결혼을 하고 아이의 엄마가 된 모습으로 이야기가 그려지는데 아무래도 외로움과 의지할 곳을 찾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해본다. 세미의 상황에서는 그 선택이 최선이었던 것이다.
지혜는 세미, 준모 외의 다른 아이들과는 말을 섞지 않는다. 세미와 준모랑 있을 때는 보통의 여고생인데 다른 아이들과 섞여 있을 때는 말없는 아이로 통한다.
그런 그들이 세미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차츰 기울어져가는 한남동 세미네 집에서 준모의 출국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모이게 된다. 그 날 세미의 할머니는 욕실에서 숨을 거두게 되는데 지혜와 준모가 집으로 돌아가고 세미가 할머니를 발견을 하게 된다. 그리고 세미는 친구들을 불러 놓고 그들만의 비밀을 만들어 버린다. 그 셋이만 아는 결속력짙고 이해불가능한 비밀. 나는 사실 이 부분에서 세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책을 덮는 순간까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세미의 선택에 피해자는 지혜다. 지혜는 친구들에게 배척당하지 않을려고 같이 일을 도모하게 되고 20대를 힘들게 보낸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 보면 이선택 또한 지혜가 했다. 결국 책임은 지혜에게 있는 것이다.
이 사건이후 그들은 한 번도 만나지도 찾지도 않고 각자의 길을 걸어간다. 소문만 전해 들을 뿐이다. 세미는 친구네 집에서 광고지에 실린 지혜를 보게 되고 찾아간다. 그리고 그들은 김일성이 죽고 김정일이 죽은 그 공백의 기간도 물색할 만큼 친구가 되어 있다.
삶은 천천히 끈질기게 영원토록 계속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