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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강 - 2012 볼로냐 라가치 상 수상작 ㅣ Dear 그림책
마저리 키넌 롤링스 지음, 김영욱 옮김, 레오 딜런.다이앤 딜런 그림 / 사계절 / 2013년 2월
평점 :
오붓하고 행복해 보이는 가족이다. 넉넉하지 않지만 웃음이 끊이지 않을 것 같은 예쁜 가정이다. 숲속을 거닐면서 꿈을 꾸며 커가는 소녀에게 아무 문제가 없는 듯보였다. 든든한 아빠와 자상하고 따뜻한 엄마와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아이였다. 아이의 노래하듯 이야기하는 시는 따뜻함과 기대감으로 가득차 있다. 풍요로운 자연이 그들의 행복을 충분히 채워준다. 하지만 갑자기 찾아온 어려움이 아버지의 얼굴에 그늘을 새긴다. 물고기가 잡히지 않으면서 생선 가게를 더이상 운영할 수 없게 되었다. 충만한 표정으로 시를 노래하던 소녀는 고민하기 시작한다. 내가 아빠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갑자기 찾아온 가난과 불황은 행복을 순식간에 빼앗아 가는 듯하다.당장 먹을 거리를 걱정하고 생활의 불안이 그들의 웃음을 빼앗는다. 우리 아이들이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아빠 엄마의 고민을 나눠줄 수 있을까. 철없이 투덜거리면서 부모 가슴에 못을 박지는 않을지. 진지하게 아이들과 이야기 해보고 싶다. 칼포니아는 가장 지혜로운 동네 아주머니를 찾아간다. 엉뚱한 말씀을 따라 숲속을 헤맨다. 소녀는 정말 큰 물고기를 찾을 수 있을지 기대되면서도 걱정되었다. 나쁜 사람을 만나 고통받게 되지 않을지, 무서운 짐승과 싸워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되지 않을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길도 모르고 방향도 알 수 없는 상황인데 아주머니가 가르쳐준 대로 코끝을 따라 쭉쭉 나아갔다. 믿음은 소녀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
시선을 쫓아가다 비밀의 강을 만난다. 믿고 따르면 그 댓가는 분명히 온다. 우리가 믿지 못하고 의심하기 때문에 실패를 맛보게 된다. 칼포니아의 순수한 마음, 아빠를 돕고 싶은 생각, 가족을 웃게 만들고 싶어하는 예쁜 마음이 기적을 만들어 낸다. 큰 메기를 끌어올리는 칼포니아는 더없이 행복해 보인다. 자연이 주는 선물은 대단하다. 우리가 계산하고 상상할 수 있는 크기를 뛰어넘는다. 벅차고 기쁜 마음에 미소짓게 된다. 칼포니아 가족에게 찾아올 기쁨과 행복을 떠올리며 두근두근.
그런데...
칼포니아에게 위기가 닥친다. 무심한 하늘이 원망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숲속 동물들이 소녀를 괴롭힌다. 소녀에게 어떤 불행이 닥칠까. 이야기가 여기에서 끝이 나면 안되는데... 기적은 또한번 일어난다. 삶은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다. 이제 끝이라고 느꼈을 때 나를 향한 손길을 발견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다. 칼포니아가 나누는 건 사랑이다. 사랑이 아니었다면 소녀의 미래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사랑의 힘은 위대한가 보다. 좀 더 싱싱한 물고기를 꺼내고 있는 칼포니아의 마음속에 무엇이 있는지 떠올려 본다. 욕심을 버릴 수 있는 지혜와 사랑을 나눠줄 수 있는 용기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고, 모두 웃음을 다시 찾게 된다. 굶주린 사람들에게 물고기를 나눠주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흐뭇해진다. 역시 사랑은 기적을 만들어낸다. 내가 위기의 상황을 만나고 어려운 일을 겪게 되는 순간을 떠올려본다. 너무 힘들어서 그냥 무너져 내렸던 적도 있다.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지 몰라 피한 적도 많다. 다른 사람의 입장보다는 나를 위해 일을 처리한 적도 있다.그럴수록 어려움의 골은 더 깊어졌던 듯하다. 나 때문에 상처받았던 사람들을 하나씩 떠올려 본다. 칼포니아 가족을 통해 사랑을 나누는 마음을 배운다. 돈이 많아야 베풀 수 있을 거란 편견을 버려야겠다. 내 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면 영원히 행복은 멀어진다. 사랑을 받아본 사람은 사랑을 충분히 나눠줄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듬뿍 사랑을 주고 싶다.
칼포니아는 다시 비밀의 강을 찾아 나선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하는데...당장 소녀의 눈에 보이지 않아도 언젠가 찾을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생긴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사랑을 나눠주면서 하루 하루 살아가다 보면 기적의 선물도 만나게 되고, 뜻하지 않은 행복에 가슴이 벅차오를 것이다. 사랑을 나누면 나눌수록 더 큰 사랑이 나에게 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