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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 최인호 유고집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터키 여행을 다녀와서 이 책을 읽으니 감회가 새롭다. 저자인 최인호는 가톨릭 신자인 데다, 이 책도 종교적인 색채가 짙기 때문이다. 역사의 땅이자 종교의 땅, 특히 신약의 주 무대라는 터키. 여행 내내 지역별로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구약에 나오는 에덴 동산이나 노아의 방주의 터로 짐작되는 곳도 터키에 있다고 했다. 


아쉽게도 저자의 작품은 접해본 바가 그다지 없지만, 저자에 대해서는 자주 들어보았다. 학교 동문이신데다 최연소 신춘문예 수상자, 여러 흥행 영화의 원작자.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타이틀을 여럿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만하거나 느슨해지지 않고, 글 쓰는 일에 자신을 오롯이 바치며 끊임없이 영적인 수양을 해낸 저자의 삶이 이 책에 녹아들어 있었다. 그가 글을 쓰는 데는 열정을 넘어 사명감이나 어떤 소명 의식이라도 있는 것 같아 나까지 경건하게 침잠하는 느낌이 들었다. 


종교적 체험이나 믿음에 있어서 문외한인 내가 이 책을 진지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종교를 넘어선 교훈적인 메시지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내가 남을 용서한다는 것은 사랑의 행위인 것 같지만 실은 교만인 것입니다. 내가 어떻게 남을 용서할 수가 있겠습니까. 내가 남을 단죄할 수 없듯이 내가 남을 용서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결국 인간의 용서는 행위가 아니라 인간이 하느님으로부터 이미 용서받은 존재이자 사랑받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 발견입니다."(210쪽) 라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영화 『밀양』에서 자기 아들의 유괴범을 용서하기 위해 교도소를 방문했다가, 이미 주님께 용서받았다며 평안한 얼굴을 한 유괴범을 보고 쓰러지는 신애의 모습이 새삼 떠올랐다. 아들 잃은 어미의 심정은 나로서 감히 헤아리기 어려운 종류의 것이다만은, 왜 내가 용서하지 않았는데 하나님이 용서했냐며 분노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에서는 나를 포함한 적잖은 사람들이 공감했으리라 생각한다. 

마음을 비우고 스스로를 낮추는 것은 이렇게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자는 끊임없이 이를 추구한다. 한편,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을 "그야말로 원수를, 적을, 나쁜 사람을 사랑하라는 말일까. 아냐, 그런 사람은 원수가 될 수 없어. 안 보면 그만이니까.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은 자기와 가까운 사람을 사랑하라는 말이야. 그럼 가장 가까운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자기 아내, 자기 남편, 자기 자식, 자기 부모들이지. 이들을 열심히 사랑하라는 말이지." (276쪽)라고 받아들이는 저자의 일관적이며 올곧은 태도는 나로 하여금 반성과 자아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해주었다. 


오랫동안 고된 투병 생활을 겪으면 육신과 마찬가지로 정신도 연약해지는 법이다. 염세적이고 비판적으로 세상을 보게 될 수도 있을 텐데도 그러기는 커녕, 글을 놓지 않고 투고를 하고, 사람을 사랑하며, 어린아이처럼 꾸밈없이 솔직한 모습을 보여준 저자. 순수하리만치 믿음 가득한 모습으로 "인간의 삶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보듬어 주던" (320쪽) 그를 이제는 책 속에서만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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