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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 이윤기가 말하는 쓰고 옮긴다는 것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나는 문학을 '좋은 대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올바른 물음'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본문 211쪽)

문득 펼친 페이지에 이렇게나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어서,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 칠 뻔했다. 그렇다. 글을 쓰면서 자신의 프레임에 맞추어 세상을 보고 시침질을 하며 제 생각이 옳다고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러나 그들의 문제 의식에는 동조할지언정 모든 의견을 절대적으로 신봉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좋아 보인다고 답습하지 말고 스스로 성찰하는 힘을 기를 줄 알아야 한다. 문학은 여기에 기초로서 역할할 뿐이다. 나는 그저 장황한 생각으로 그쳤던 것들을 이렇게 명료하게 표현해 주다니. 자신도 모르게 이 책에 기대감을 품고 읽게 되었다. 


그런데 그게 화근이었을까?  그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처음에, 부끄럽고 유치하게도, 실망했다.  대단하고 완벽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을 보면서 느낀, 뭐 그런 단순한 생각이었다. 


그러나 점차 그를 알아나가면서 느끼게 된 것은 부러움, 그리고 질투. 설렁설렁 일하고, 타인을 경멸하고, 자만하는, 그런 이야기는 과거라고 해도 쉽게 꺼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저자는 참으로 솔직하고도 당당하게 스스로를 드러낸다. 글을 쓸 때 '진솔함'과 '쓰고 싶은 것'을 강조하는 그답다. 언행일치를 이렇게 올곧게 해내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는 친구나 유명 작가, 교수를 비웃었다는 이야기를 재치 있게 꺼내면서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독자는 오히려 행간에서 그가 이런 경험을 통해 끊임없이 발전하며 나아지고 있음을 깨달으며 함께 웃을 수 있다. 


내가 또 한 가지 감탄한 것은 그의 글의 흡입력이다. 여기저기에 실려 있던 글을 모아오다 보니 주제며 말투며 제각각인 것들이 많은데도, 어색하거나 부담스러운 느낌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또한 그는 핵심만 말하기보다는 이런저런 얘기에 다리를 뻗어 아우르는 스타일의 글을 쓰는데 신선하게 느껴졌다. 평소에 이런 글체는 산만하다며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놀라운 일이다. 


나는 그의 소설을 더 자주 접했던 것 같은데 막상 번역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던 점도 흥미로웠다. 사실 주변에 번역을 만만하고 우습게 보는 사람들이 조금 있는데 내 개인적으로도 번역은 글을 직접 쓰는 것만큼이나, 때때로 그 이상으로 어려우며 책임감과 사명감이 요구되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만큼 번역 일에 대한 그의 자부심에 공감하며 멋있다고 여긴다. 


그리스인 조르바』와 장미의 이름, 둘 다 조금 읽다가 접어놓은 책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책은 각각이 하나의 방대한 세계를 품고 있고, 그게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문이 되기도 한다는걸 이전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책에서도 읽었던 것 같은데 이 책에서 몸소 체험하게 되어 기쁘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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