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의 그림 여행
정지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모든 인간은 그가 대하는 세계를 통해서만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이 말인 경우, 그것이 음악인 경우, 그것이 그림인 경우 모두 다 느낌이 다르다. 정지원의 ‘내 영혼의 그림여행’은 그림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더 나아가 그림이 어떻게 영혼을 잠식해 가는지 눈에 잡힐 것 같은 필치로 보여준다. 우리가 일상에서 말이나 음악으로 느끼는 것과 그림이 다른 이유는 디테일과 연속성 때문이다. 똑 같은 그림이 반복적으로 보게 되었을 때 느끼는 감정과 기대했던 전시작품을 처음 대했을 때 감상하는 사람은 큰 물결처럼 요동한다. 때론 과장이 더해지기도 하지만 그 세계는 떨치기 힘든 매력의 세계다. 행복한 세계를 그렸던 샤갈이나, 여성 풍속화를 세계를 그릴 수밖에 없었던 신윤복, 당대의 화가이지만 그 인품 또한 놀라웠던 김홍도 등 시공을 뛰어넘는 많은 화가들을 통해 우리는 작가가 어떤 감성으로 그림과 공감하는지 들뜬 감정으로 쫓아가게 된다.

이 책이 더욱 재미있는 것은 그 감성의 공간에 뿌려져있는 이데올로기의 향수다. 그것은 체념이거나 혹은 회환 같은 것으로 느껴지는데 그를 통해 예술작품이 가지는 시대상황과의 관계에 눈을 뜨거나, 시대와 불화하는 예술가들이 가지는 고뇌를 실감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이 책에 실린 한국의 작가들은 시대의 풍파 속에서 자라고 좌절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작가 역시 시대의 중심에 섰기에 ‘내 영혼의 그림여행’은 개인의 시선에 한정한 한계도 분명히 한다. 허나 그런 구도와 구성을 허물이라고 하기엔 그 추억들이 너무 절실하다. 이 책은 그림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그 속에 그림만 있지 않다.

캔버스에 가득찬 물감이나 오일만이 그림의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이 책은 그 캔버스의 속과 그 공간이 가지는 독특하고 낯선 질감을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그것이 진실의 세계임을 확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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