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선의 세계사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후루가와 마사히로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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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27년부터 출간된 정평이 있는 일본의 이와나미문고의 시리즈 중 하나로,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노예선을 주제로 대서양 노예무역을 둘러싼 세계사를 살펴보는 책입니다. 노예선은 말 그대로 노예, 특히 아프리카에서 들여온 노예를 수송하기 위한 목적으로 특수하게 개조된 대형 화물선을 말합니다. 노예선의 주요 항로는 흑인들을 강제로 붙잡아서 싣는 아프리카의 북중부 해안에서 이들이 강제 노동을 하게 될 카리브 해 남부 및 미국으로 가는 항로입니다. 1807년 영국과 미국이 합동으로 통과시킨 법안에 의하여 두 나라에서 아프리카 노예무역이 불법화되었고, 1815년 빈 회의 결과로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네덜란드도 노예무역을 중단하기까지 약 2000만 명에 이르는 아프리카 노예들이 배를 통해 수송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은 먼저 트리니다드 출신의 역사가이자 정치가였던 에릭 윌리엄스의 대표 저서 ‘자본주의와 노예제도’를 통해 근대 자본주의 발전에 불가결한 존재였던 노예제와 그것을 떠받친 노예무역에 대해 고찰한다. 노예제의 세계사적 의미와 노예무역의 역사적 기원을 상세하게 파고들며 그 잔혹한 실태를 보여 줍니다. 노예선하면 영국이 모국인 것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흑인 노예무역은 영국이 아니라 아프리카와 가깝던 포르투갈이 1400년대 중반부터 제일 먼저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영국이 미국을 식민지로 두게 된 1500년대부터 농업 개발을 위해 노예무역을 급작스럽게 늘리기 시작하면서 영국이 노예무역의 주역으로 등장했다. 더구나 1588년 엘리자베스 여왕에 의한 스페인 무적함대 격침을 계기로 영국은 대서양 제해권을 독점하게 돼 노예무역에 전혀 장애물이 없었고, 영국 노예선이 아프리카의 흑인들을 미국을 비롯한 서인도제도와 브라질 등 남미로 실어 나르면서 대서양을 중심으로 유럽과 아프리카, 신대륙을 연결하는 300년간 이어진 노예 수송 삼각무역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이 책에는 아프리카에서 신대륙으로의 여정으로 많은 노예를 싣고 최대한 빠르고 손실을 최소화한 조건으로 운반했던 노예선이 실제로 어떤 모습이었는지 그 구조와 선장, 승조원, 노예들의 생활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나아가 노예무역으로 부를 쌓은 노예상인이나 중개인 등의 역할 그리고 그들이 아프리카 각지에서 노예를 획득한 방법과 노예들이 경험한 노예선의 비참한 실상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아봅니다. 이러한 비인간적인 노예무역에 대해서 많은 비판이 있어왔는데, 1772년 식민지에서 영국으로 온 노예 제임스 서머싯(Somerset, J.)이 자유를 얻기 위하여 벌인 소송에서 당대 최고의 판사였던 머리 판사가 도주한 노예를 식민지로 보내 보복적 형벌을 받게 하는 것은 옳지 않음을 역설하였고, 소유주에 의하여 영국으로 온 서머싯이 영국에서는 자유인이 되었다고 선언한 1772년의 서머싯 사건 판결과 1787년에 결성된 런던 노예무역 폐지 위원회 등에 대해서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노예선이 뜨기만 하면 상어들이 그 뒤를 따를 정도로 셀 수 없이 많은 노예가 바다에 버려진 비참한 노예선을 중심으로 대서양 노예무역과 노예제 또는 노예제 폐지운동에 관련한 인간의 활동을 생생히 그려내고 있습니다. 노예무역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노예무역에 대해서 자세히 배울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벌어지는 흑인 폭동이나 인종갈등에 대해서 더 깊은 이해를 원하시는 분들이라면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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