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읽는 사마천의 사기 1 - 중국사의 시작
이희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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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이희재 화백의 삼국지를 재미있게 보았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국 리얼리즘 만화의 자존심이라는 이희재 화백이 혼신의 힘을 쏟아 부은 신작이라고 책소개를 보고 과연 삼국지와는 또 다른 방대한 사마천의 사기를 만화로 어떻게 그려냈을까 궁금해 하면서 이 책을 펴서 읽었습니다. 결론만 이야기하면 1권만 볼 때 제 주관적인 견해는 사마천의 사기의 입문서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수천 년 전 중국은 과학보다는 미신과 신화가 앞서는 시대로 제대로 기록된 역사가 거의 없는 현실 속에서, 사마천은 무엇이 기록할 역사이고 버려야 할 허황된 신화인지에 대해서부터 고민을 하게 됩니다. 사마천은 먼저 삼황 이야기는 실재하지 않은 신화이고 꾸며 낸 이야기라고 보고 입으로 전해 내려왔지만 실제 사실로 판단이 되는 오제 즉 황제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모두 일곱 권으로 계획되어 있다고 하는 사기 시리즈의 1권의 제목은 ‘중국사의 시작’입니다. 제목처럼 이 책은 중국 역사의 탄생을 알리는 오제시대부터 하, 은, 주를 거쳐 주나라 주변 제후국들이 힘을 키워 서로 패권을 다투는 춘추시대의 개막까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요순 임금, 하나라 우왕, 은나라 주왕, 강태공, 주나라 무왕과 문왕, 백이와 숙제, 관중과 포숙, 제나라 안자까지 다채로운 인물들이 3000년 전의 중국으로 독자를 이끌고 있습니다.

 

이번 권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역시 아무리 여러 번 읽어도 읽을 때마다 감동을 받는 사기의 마지막 글이자 ‘사기열전’의 맨 마지막인 70번째 열전인 ‘태사공자서’가 아닐까 합니다. 이 책도 첫 부분에 사마천이 이 책을 쓰게 된 내용이 담긴 태사공자서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48세에 흉노족의 포로가 된 이릉을 변호하다 궁형이라는 치욕스러운 형을 당했지만 이후 그는 치욕 속에서 살아남아서 ‘사기’의 저작에 진력했습니다.

 

“옛날 서백창(주 문왕)은 유리에 갇히게 되자 ‘주역’을 풀이했으며, 공자는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 곤경을 당하자 ‘춘추’를 지었다. 초나라의 굴원 또한 추방당한 몸이 돼 ‘이소’를 지었고 좌구명은 실명한 이후에 ‘국어(춘추시대 역사책)’를 남겼다. 손빈은 다리를 잘리는 형을 받은 후 ‘병법’을 저술했고, 여불위는 촉으로 유배된 이후에 ‘여씨춘추’를 남겼으며, 한비자도 진나라에 갇힌 몸이 돼서 ‘세난’ ‘고분’ 편을 지었다. ‘시경’에 수록된 300편의 시는 대체로 성현들이 발분해서 지은 것이다. 이들은 모두 마음에 깊이 맺힌 바가 있으나 그 뜻을 직접 표현할 수 없었기에 지나간 사실을 빌려 미래에 그 뜻을 전했던 것이다.” 여기서 어떤 사람이 곤액을 당하거나 가난한 시절에 마음을 굳세게 하면 도리어 그 사람을 분발하게 하고 걸작을 만든다는 ‘발분저서(發憤著書)’라는 말이 유래했고 이 글을 수천 년 동안 후세에 큰 귀감이 되어 왔습니다.

 

사기는 중국 최고의 역사서로 평가되며 이 책은 본기(本紀) 12권, 세가(世家) 30권, 열전(列傳) 70권, 서(書) 8권, 표(表) 10권 등 총 130권에 이르는 방대한 기록으로서 신화시대부터 기원전 2세기 말까지 2000여년에 이르는 중국의 역사 기록이죠. 이렇게 요약된 책보다는 원문을 읽거나 전문을 제대로 번역한 책을 읽는 것이 가장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사정이 허락되지 않을 때에는 이 책이 아주 좋은 대체서나 보완서가 될 수 있을 듯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출간될 나머지 책들도 기대가 됩니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193672)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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