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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인생
이동원 지음 / 포이에마 / 2016년 10월
평점 :
"야구를 사랑했던 세 남자가 말하는, '완벽한 인생'에 관한 이야기"
라는 책소개만으로도 이 책은 나의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완벽한 인생' 이라는 제목도 어떠한 이야기를 하며
완벽한 인생에 대해 이야기할까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실제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아버지가 참으로 보고 싶었다.
지난해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다시 또 그리워지는 소설이었다.

"모두 다 이루었도다"

page 180 : 내가 공을 던지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뉴스에 나왔을 때도, 금메달을 땄을 때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을 때도 아니었다. 처음 야구공을 쥐고 아버지의 미트를 향해 공을 던졌을 때,
아버지가 내가 던진 공을 잡고 일어서며 환하게 웃었을 때, 그때가 가장 행복했다.
나는 사랑받고 싶었다.
그래서 공을 던졌다. 야구를 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말이 아니라, 사랑한다는 말이 듣고 싶었다.

page 75 : 사람은 누구나 힘을 원한다. 제아무리 욕심이 없어도 안정적으로 살 정도의 돈은
갖기 원하고, 대단한 야심가가 아니라도 삶의 주인은 자신이 되고 싶어 한다. 투수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던지는 건 그저 공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인생을 담아 공을 던진다. 자신이 원하는대로
삶을 이끌어가기 위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공에 회전을 건다.

page118 : 그다음 주말에 빌리가 나를 데리고 야구장에 갔다. 한국의 아버지들이 아들과 친해지는
장소가 목욕탕이라면 미국은 야구장이 그 역할을 한다. 아버지가 아들을 데리고 야구장에 가고,
그 아들이 장성해 자신의 아이와 함께 아버지와 갔던 야구장에 간다. 그렇게 추억은 세대를 넘어
이어진다. 때수건 대신 야구 글러브를 끼고서.
아버지가 함께 목욕탕에 가던 어린시절이 생각난다.
모든 옷을 다 벗고, 뜨거운 김 가득한 목욕탕 안에 아버지와 함께 한다는 것은
아버지와 아들 이전에 남자 라는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나 또한 아버지와 같은 남성이며, 나도 얼른 자라서
아버지처럼 뜨거운 물에 들어가 '아~시원하다' 라고 말하고 싶고,
더운 습식 사우나에 들어가 모래시계 다시 뒤집을만큼 오래 견뎌보고도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버지의 그 넓은 등을 온전히 내 힘으로 밀어주고 싶었다.
프로야구가 한창 인기있던 1990년대 중반,
초등학교 5학년 시절.
아버지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함께 야구장에 갔던 기억이 난다.
시골에서 아버지와 함께 야구장에 간 것만으로도 친구들 사이에서는
큰 자랑거리였다.
그때 어떤 팀과의 경기이고, 누가 이겼는지도 기억은 안나지만,
그때 그 날의 분위기, 냄새, 소리는 생생히 기억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버지와 함께 야구장에서 응원했다는 사실이
2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제는 아버지와 함께 야구장에도 가지 못하고,
등을 밀어드릴 수 있는 목욕탕에도 함께 가지 못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슬픈 건
아버지께 사랑한다 말하지 못하고,
아버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듣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나에게는 나의 아버지가 그랫던 것처럼
미래의 나의 아들과 함께
목욕탕에도 가고 야구장에도 가야할 의무가 생겼다.
나의 아들과 함께할 때마다 이야기해 줘야지.
이 아빠 또한 할아버지랑 함께 목욕하고 야구장 갔었단다 라고....
야구 이야기가 나오는 소설.
목욕탕 이야기가 나오는 소설.
아버지가 그리워지는 소설.
이 세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이 소설을 한국의 남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아 물론 여자분들에게도 단연코 추천하는 바이다.물론 야구를 어느정도 알고,
남자들끼리의 목욕탕의 정서를 이해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p.s. 야구와 목욕탕..그리고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해준 이동원 작가에게 찬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