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비밀이 쌓인다.
입이 간지럽다.
그런데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말 못 한다. 소중한 사람일수록 짐을 나눠지게 하기 싫어서. 처음 본 사람이라서 오히려 가능한 것이 있다. 여행이 그 공간을 만들어준다.
여행을 떠나기 전, 우리는 이미 그곳의 모든 것을 안다고 착각한다. SNS, 후기, 여행 사이트 정보가 많을수록 안심은 커지지만 실상은 멀어진다. 너무 많이 안다는 건,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것과 같다.
진짜 여행은 미지와 마주하는 순간 시작된다.
속도를 줄이고, 욕심을 내려놓는 것.
현재에 남는 것.
"모든 여행은 끝나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게 무엇이었는지 알게 된다."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 이 자리, 이 사람, 이 대화에 집중하면 그만이다. 산도, 구름도, 바다도, 스쳐 지나는 사람도 전부 함께 여행하는 것이다.
여행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다. 예전 여행작가 무전여행에서 배운 건 단 하나였다. 거절당하면 다른 식당으로 가는 것. 밥을 먹을 때까지 시도하는 것. 인생도 다르지 않다.
짐이 가벼운 사람이 여행을 즐긴다.
중요한 것만 챙겼는데도 가방이 꽉 차는 사람은, 짐 때문에 여행을 잃는다.
삶도 마찬가지다.
여행은 오해의 미학이다. 내가 이야기하면 자연이 들어준다고 믿는 것. 그 안에서 자기 고백적인 시간이 불쑥 찾아온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 앞에서, 비로소 솔직해지는 것이다.
나를 쓰러뜨리지 못한 것은 결국 나를 강하게 만든다.
여행하지 않는 사람은 단지 한 페이지만 읽는다.
그 한 페이지 안에 당신의 비밀도, 용기도, 전부 갇혀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