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우주 - 더 잘 머물고 싶어 유영하는 삶의 기록
정영한 지음 / 북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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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평소 관심 있는 분야의 도서만 신청하여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한 줄 요약

여행의 묘미!

"일본에도 파도타기 좋은 곳은 많지 않나요?"

"물 향기가 달라."

각자의 우주, 각기 다른 세상을 살아간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이방인의 눈으로 자신을 해체하는 기록



인상 깊은 구절

보이지 않는 것들의 가치는 결핍이 아닌 권태를 비집고 찾아든다. p31

산티아고 순례길을 마친 뒤 손미나 선배는 "누구나 살아가다 보면 길의 부름을 받고, 그 길은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준다."라고 말했다. 마음의 소리를 믿고 그저 떠나는 거다. p50

서은국 교수의 책 ≪행복의 기원≫ 첫 장에는 "꿀벌은 꿀을 모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도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행복을 삶의 목적으로 두어서는 안된다는.. p201

결과는 늘 고민과 계산이 아닌 도전에서 빚어졌다. p243


총평

달리는 게 맞는 건지 몰랐다.

멈추는 건 더 몰랐다.

그런데 멈추고 나서야,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각자의 우주가 있었다. 내가 전부라고 믿었던 세계 바깥에, 내가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삶들이 조용히 돌고 있었다.

《각자의 우주》는 여행 에세이가 아니다. 이방인의 눈으로 자신을 해체하는 기록이다. MBC 아나운서 정영환은 낯선 곳에서 길을 잃는 대신, 익숙했던 자신을 잃어버린다. 방향을 잃은 게 아니라, 잘못된 방향 키를 쥐고 있었다는 걸 발견하는 것이다.

모든 고민을 돈 문제로 귀결시키면 속은 편하다. 그러는 사이 주체적인 삶으로부터 조용히 멀어지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효율이 방패인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그 방패가 나를 가두고 있었다.

희생이 보상으로 돌아온다는 믿음도 흔들린다. 열심히 살았는데 인과관계가 꼬이기 시작하는 순간, 누구나 한 번쯤 마주하는 현실의 복잡계. 부조리가 세상의 이치였음을 이제는 안다. 억울한 게 아니라, 그냥 세상이 그렇게 생겼다.

가까운 사람에게서도 본심을 의심하게 되는 세상이 됐다. 거리 두기가 자기 보호라는 걸 경험으로 학습한 요즘이다. 그럼에도 세상에는 여전히 호의와 선의가 공존한다. 그걸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덜 각박해진다.

행복은 얻어야 할 대상이 아니다. 덤으로 얻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삶의 유한함이 불안이 아닌 감사로 바뀐다. 여행을 그리워하는 건 영원해서가 아니라 잠깐이기 때문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면 된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

제대로 가려면, 한 번쯤 멈춰야 한다.


책이 던지는 질문

처음 본 사람이라 오히려 가능한 것 아닐까. 살아 갈수록 비밀이 쌓여서 입이 간지럽지만, 보통 비밀은 안 좋은 일들이 더 많고, 그걸 듣게 되는 사람들도 어느 정도 마음의 짐을 떠안게 되잖아. 그래서 차마 가족과 친구를 비롯한 소중한 사람들에게는 더 말하기 어려운 법이지. p137

살다 보면 비밀이 쌓인다.

입이 간지럽다.

그런데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말 못 한다. 소중한 사람일수록 짐을 나눠지게 하기 싫어서. 처음 본 사람이라서 오히려 가능한 것이 있다. 여행이 그 공간을 만들어준다.

여행을 떠나기 전, 우리는 이미 그곳의 모든 것을 안다고 착각한다. SNS, 후기, 여행 사이트 정보가 많을수록 안심은 커지지만 실상은 멀어진다. 너무 많이 안다는 건,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것과 같다.

진짜 여행은 미지와 마주하는 순간 시작된다.

속도를 줄이고, 욕심을 내려놓는 것.

현재에 남는 것.

"모든 여행은 끝나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게 무엇이었는지 알게 된다."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 이 자리, 이 사람, 이 대화에 집중하면 그만이다. 산도, 구름도, 바다도, 스쳐 지나는 사람도 전부 함께 여행하는 것이다.

여행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다. 예전 여행작가 무전여행에서 배운 건 단 하나였다. 거절당하면 다른 식당으로 가는 것. 밥을 먹을 때까지 시도하는 것. 인생도 다르지 않다.

짐이 가벼운 사람이 여행을 즐긴다.

중요한 것만 챙겼는데도 가방이 꽉 차는 사람은, 짐 때문에 여행을 잃는다.

삶도 마찬가지다.

여행은 오해의 미학이다. 내가 이야기하면 자연이 들어준다고 믿는 것. 그 안에서 자기 고백적인 시간이 불쑥 찾아온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 앞에서, 비로소 솔직해지는 것이다.

나를 쓰러뜨리지 못한 것은 결국 나를 강하게 만든다.

여행하지 않는 사람은 단지 한 페이지만 읽는다.

그 한 페이지 안에 당신의 비밀도, 용기도, 전부 갇혀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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