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시간을 위하여
성진 지음 / 도도서가 / 2026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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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서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평소 관심 있는 분야의 도서만 신청하여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한 줄 요약

성진 스님 ≪버티는 시간을 위하여≫

경험이 얕으면 삶도, 글도, 시간도 전부 빠르게 사라진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나만 이렇게 힘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아니었다.

시간이 빨리 간다는 착각, 내가 만든 것이었다.



인상 깊은 구절

<죽음의 수용소> 인간은 행복을 찾는 존재가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서 내재해 있는 잠재적인 의미를 실현시킴으로써 행복할 이유'를 찾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p60

흥미로운 점은 MBTI를 만든 서구사회에서는 신뢰도가 낮다는 이유로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p123

수처작주 입처개진. 즉 '어느 곳에 있든 마음의 주인이 되어 뜻을 세우면 그 자리가 곧 진리의 터가 된다.'는 화두를 붙들고 살았기 때문입니다. p202

총평

착하게 살면 손해 본다고요? 부처님은 다르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만 힘든 줄 알았다.

나만 억울한 줄 알았다.

착하게 살았는데 손해 보고, 나쁜 일은 한꺼번에 쏟아지고, 걱정은 줄지 않고, 이게 내 잘못인가 싶었다. 성진 스님은 그 물음에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답한다.

인과법에는 시간차가 있다. 선행의 과보가 느리게 올 뿐, 사라지지 않는다. 물방울이 모여 강이 되듯, 바르게 사는 것은 거창한 선행이 아니라 악을 행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된다. 어설픈 착한 척이 문제가 아니라, 조급한 계산이 문제다.

세상의 기본값은 '변화'다.

나쁜 일이 겹쳐 올 때, 그건 변화의 신호다.

고통이 문을 두드릴 때 얼마나 성숙하게 반응하는가, 그것이 결국 그 사람의 그릇을 결정한다. 아무리 강한 분노도 삼천 배 앞에 무너진다는 말이 단순한 수행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걱정의 96%는 일어나지 않는다.

불면(수면장애)의 62.5%는 마음에서 온다. 숫자가 차갑게 말해주는 진실, 몸이 쉬지 못하는 건 결국 마음이 놓지 못해서다. 도파민 디톡스, 마음 챙김, 거리 두기. 몸에 근육이 필요하듯 마음에도 훈련이 필요하다. 오늘 하루 걱정이 없었다면, 그날이 가장 행복한 날이다.

금 간 항아리 이야기가 오래 남는다.

쓸모없다고 여긴 항아리가 흘린 물 길에, 꽃이 피었다.

부족한 것을 받아들이는 힘, 그것이 누군가에게 꽃길이 된다. 지금 부족한 자신을 미워하는 데 마음을 쏟지 말자. 그건 번뇌를 두 손으로 부여잡는 것이다.

삼인성호(三人成虎). 세 사람이 우기면 없는 호랑이도 생겨난다. 세 개의 언론이 똑같이 보도해도 검증 없이는 사실이 될 수 없다. 사실 속에 교묘히 섞인 의견을 가려내는 눈, 지금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감각이다.

사람은 말이 아니라 행적으로 읽힌다.

소유는 영원하지 않는다.

당연하다는 집착을 내려놓는 순간, 오히려 자유로워진다.

2021년부터 2026년까지, 성진 스님이 〈법보신문〉에 연재한 45편의 글.

경계인의 외로움, 확증편향의 늪, 자존감이 낮은 청년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한 마디. 부처님 말씀은 멀리 있지 않았다. 지금 내가 겪는 일들 한가운데 이미 있었다.

나만 이렇게 힘든 게 아니었다.

책이 던지는 질문

"나이가 들면 왜 시간이 빨리 가는가" p219

다섯 살의 1년과 쉰 살의 1년은 같지 않다.

물리적으로는 같다.

그러나 다섯 살에게 1년은 인생의 20%이고, 쉰 살에게는 고작 2%다. 프랑스 철학자 폴 자네가 말한 시간의 비밀.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느껴지는 건 착각이 아니라, 수학이다.

문제는 밀도다.

젊을 때는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낯선 골목, 처음 먹는 음식, 예상 못 한 만남, 뇌가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느라 풀가동됐다. 그게 시간을 길게 늘였다. 나이가 들수록 익숙한 것만 반복하니 뇌는 절전 모드로 전환된다. 처리할 것이 없으니 시간은 압축된다. 빨리 가는 게 아니라, 밀도가 낮아진 것이다.

영화 〈클릭〉이 떠오른다.

리모컨으로 시간을 조종하던 주인공은 귀찮은 순간들을 빠르게 넘겼다. 그리고 나중에야 알았다. 빨리 감기 한 그 장면들이, 사실 전부였다는 것을.

거창한 모험이 필요한 게 아니다.

오늘 출근길, 딱 한 블록만 다른 길로 걸어보는 것. 대형마트 대신 동네 가게에서 두부 한 모 사는 것. 뇌가 "어, 이거 처음인데?" 하는 순간을 하루에 하나씩 만들어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시간은 다시 늘어나기 시작한다.

시간은 흐르는 물이 아니다.

내가 어떤 씨앗을 심느냐에 따라 수확이 달라지는 밭이다.

이 문장이 무섭게 느껴지는 건, 지금 내 밭에 무엇이 자라고 있는지 알기 때문이다.

인생은 도착역에 닿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간이역을 지나는 여정이다. 특별한 사람은 사소한 것을 귀하게 여긴다. 우리는 이미 귀한 것들 한가운데 살고 있다. 다만 익숙해져서 보지 못할 뿐이다.

오늘, 어제와 다른 길을 걸어보자.

시간이 조금 느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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