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대중 앞에서 던진 말들은 파격적이다. 처음에는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았다. 종이 지폐가 사라지고 전기 충전량이 화폐를 대신한다는 대목에서는 특히 그랬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다 보면 낯설기만 했던 예측들이 서서히 지금의 풍경과 겹쳐 보이기 시작한다.
노력의 가치가 데이터의 효율성 뒤로 밀려나고 있다는 말에는 고개가 끄덕여졌다. 성실함은 더 이상 생존을 보장하는 무기가 아니다. 우리는 지금, 인간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낯선 시험대 위에 서 있다.
리시 수낙 대담에서 나온 말이 오래 머릿속에 남았다. 노동이 사라진 시대에 인간은 정체성을 잃고 방황할 것이라는 진단, 그리고 앞으로는 '무엇을 하는가'가 아니라 '어떤 질문을 던지는가'가 그 사람을 정의하게 될 것이라는 말. 고유한 통찰과 질문이 사회적 지위를 대신해 관계의 실질적인 축이 되는 세상이라니, 아직은 어렵고 멀게 느껴지면서도 어딘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진다.
≪일론 머스크의 소름 돋는 미래 예측 50가지≫은 수명 150년 시대, 인공 자궁, DNA 교체를 통한 무병장수, 뇌-컴퓨터 임플란트까지 이야기한다. 로봇이 일하고 자율주행차가 돈을 벌어주는 세상에서 인간은 해방되겠지만, 그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하는 실존적 질문은 더 깊어진다. 비효율적인 생물학적 임신보다 인공 자궁을 택하는 시대가 오고, 가사노동에서 해방된 자리에 텅 빈 시간이 놓인다면, 그 자유는 축복인가 공허인가.
흥미로운 것은, 인공지능보다 인구 붕괴가 사회 시스템을 더 빠르게 흔들 것이라 예측한다는 점이다. 수천만 대의 로봇이 부족한 일손을 대신하더라도, 그 생산물을 소비할 사람 자체가 줄어든다는 역설. 도시는 평면으로 넓어지는 대신 지하 터널과 초고층 건물로 위를 향해 쌓이는 방식이 표준이 된다는 대목에서는 바벨탑 전설이 자꾸 떠올랐다.
결국 ≪일론 머스크의 소름 돋는 미래 예측 50가지≫ 책이 남기는 질문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에 관한 것이다. 뜨거워지는 솥 안에서 익는 줄도 모르고 잠드는 개구리처럼,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는데 우리는 그 변화를 제대로 감지하고 있는가. 머스크의 예측대로 흘러가는 현실이 무섭게 느껴지는 건, 그것이 먼 미래가 아니라 이미 지금 이 안에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내놓은 정답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해진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분별하는 힘이다. 슬픔마저 버튼 하나로 지울 수 있는 세상에서, 전기적 신호가 아닌 마음의 영역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고민을 시작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