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양장)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 Memory of Sentences Series 4
다자이 오사무 원작, 박예진 편역 / 리텍콘텐츠 / 2026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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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텐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평소 관심 있는 분야의 도서만 신청하여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한 줄 요약

북 큐레이터가 들려주는 다자이 오사무 열두 편

북 큐레이터 해설에 공감이 가기도 하고, 내 해석과 다르게 의문이 가기도 한다.

북 큐레이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가진 듯했다.

그 시각을 내 것으로 만들고자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 인간실격 - 지팔지꼰

2. 사양 - 중꺽마, 빅터 프랭클<죽음의 수용소에서> 생각나게 하는 글

3. 어쩔 수 없구나 - 이미 벌어진 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4. 여학생 - 사회적 동물로써 자신을 바라보고 타인과의 관계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5. 직소 - 감정을 조절 못하면 파별뿐이다. 사람은 복잡하다. 유다와 예수님은 동갑? 절친 아니고?

6. 달려라 메로스 -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고, 달려 나갈 수 있음에 감사

7. 앵두 - 과정 자체가 삶이다. 아버지의 책임감

8. 어머니 - 인정

9. 셋째 형 이야기 - 가족의 재의미, 삶과 예술 그리고 고독

10. 사랑과 미에 대하여 - 상상력과 우리 현실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11. 비용의 아내 - 타지 않는 나 자신을 발견

12. 늙은 하이델베르크 - 이상적 자신, 현실적 자신


인상 깊은 구절

안경을 벗고 멀리 보는 걸 좋아한다. 모든 것이 흐릿해지고, 마치 꿈처럼, 들여다보는 그림처럼 멋지게 보인다. 더러운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크고 선명한 것, 강한 색채와 빛만이 눈에 들어온다. p77

일부러 허름한 차림으로 떠나는 겁니다. 미토 코몬 사이묘지 뇨우도 어향을 할 때는 일부러 초라한 옷차림으로 나서잖아요? 그렇게 하면 여행이 훨씬 더 재미있어집니다. 노는 데 능한 사람은, 스스로를 낮출 줄 아는 법이에요. p146

작품 속 아내가 점차 자신의 삶을 찾아가듯이, 우리는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설계하고 희생과의 균형을 유지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관계에서 자신을 잃지 않으면서도 타인과의 유대를 지켜나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하죠. p204

총평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을 읽는 동안, 마치 숙련된 북 큐레이터가 내 앞에서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12권을 한 권씩 펼쳐 보이며 이야기해 주는 듯한 생생한 경험을 했다. 책장을 넘기는 내내 다자이의 문장들을 뜯고 즐기고 만끽하다 보니, 책을 덮은 후 자연스럽게 그의 원작들을 한 권씩 찾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작가의 조건은 풍부한 상상력과 더불어, 그 안에서 탄생하는 인물들이 동화 속 캐릭터가 아닌 현실 어딘가에 존재할 것만 같은 생생함을 지니는 것이 아닐까. 다자이 오사무는 바로 그런 작가다. 인간의 이면과 본질을 꿰뚫는 그의 문장 속에서 온갖 인간 군상을 만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했다.

이 책의 구성은 실로 알차다. 소설의 간단한 줄거리, 작품에서 인용한 문장들, 그리고 북 큐레이터의 세심한 해석이 조화를 이루며, 어렵게만 느껴졌던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 세계를 쉽게 이해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게 한다.

끝내 자살로 생을 마감한 다자이 오사무.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는 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작가였다. 그의 영감 앞에서 소름이 돋는 이유다. '슬픔의 강바닥에 가라앉아 희미하게 빛나는 사금의 알갱이 같은 것'이라고 말했던 그는, 부인과 함께 끌어안은 채 마지막 순간 행복감을 느꼈을까? 그 물음이 가슴에 남는다.

자신을 끊임없이 성찰한 그의 글 속에서 나는 위안과 위로를 받았다. 특히 <비용의 아내>에서 일이라는 것을 별것 아니라고 말하는 대목, 걸작도 졸작도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통찰이 인상 깊었다. 우리는 종종 과한 욕심 때문에 고난을 자초하고 힘들어하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공들인 작품도 인정받지 못하다가, 우연히 쓴 글이 대박을 터뜨리는 사례를 우리는 종종 목격하지 않는가.

센텐스 출판사의 '문장의 기억' 시리즈 네 번째 책인 이 책이 이토록 즐거움을 선사한다면, 같은 시리즈의 안데르센, 셰익스피어, 버지니아 울프 편도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에 나오는 금수저 장녀 가즈코를 더 자세히 만나보고 싶다. '회복탄력성'을 지닌 그녀가 귀족에서 하류 인생으로 전락하며 처절하게 살아가는 모습, 이승 밖으로 몸을 던져도 모를 정도로 비참한 상황에서도 '죽을 각오로' 새 출발을 시도하는 그 주인공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다자이 오사무는 예술가로서 자신의 통찰력을 승화시켜 본래의 개인적 느낌을 독창적이면서도 보편적인 방식으로 전달한다. 그래서 경외심마저 불러일으킨다. 그의 작품이 강력한 이유는 지식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 개개인의 경험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완전하지 않은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스스로 팔자를 꼬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도 하고, 다시 일어나기도 하며, 약속 하나를 지키기 위해 달려가기도 하는 인간의 복잡한 면모들. 이 모든 것을 한 권에서 만날 수 있어 감사하다.

끊임없이 불안을 안고 사는 현대인에게 다자이 오사무는 사람의 본질, 그 어두운 면을 마주 보게 하는 힘을 가진 작가다. 회피하지 않고 하나씩 쪼개어 자기 인식의 기회를 선사하는 그 즐거움을, 더 많은 이들이 만나보기를 희망한다.

책이 던지는 질문

다자이 오사무 문장 속에서 소노 아야코가 보였다.

다자이 오사무 책들을 읽을수록 ≪알아주든 말든≫ 소노 아야코가 계속 생각났다.

왜 일본 작가 중 유독 고독하고 불안하며,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관찰하는 사람들이 내게 다가오는 걸까.

그들은 왜 그토록 자책하고, 사랑하고, 절망했을까.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은 네 개의 챕터로 나뉜다.

부서진 마음의 언어들,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깨지기 쉽다.

나를 만든,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 희망은 때론 가장 잔인한 거짓말이 된다.

열두 편의 다자이 오사무 문장을 읽고 나니 소노 아야코 글 중 좋아하던 문장이 떠올랐다.

"밝은 길은 어두움과 같고, 나아가는 길은 물러섬과 같고, 평편한 길은 울퉁불퉁함과 같고, 최상의 길은 골짜기와 같고, 순백은 더러움과 같고, 넓은 덕은 모자람과 같고, 건전한 덕은 경박함과 같고, 진실은 변하기 쉽다."

정확하게 떨어지는 정답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동전의 양면과 같다. 빛과 어둠은 한 쌍이며, 축복과 불행도 한 쌍이다.

불안도, 사랑도, 절망도 살기 위한 몸부림 일 수도 있고 무너지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이해받지 못해도 괜찮다.

나도 나를 이해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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