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페도클레스 시 한 구절
나는 한때 소년이었고,
소녀였고,
드넓게 펼쳐진 관목 숲이었고,
한 마리 새였고,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침묵의 물고기였다.
도깨비 명대사
나는 그대의 삼촌이었다가
형제였다가 아들이었다가
손자가 될 사람이다.
잘 부탁한다.
그는 물이고, 불이고,
바람이며, 빛이자, 어둠이다.
그리고 한때 인간이었다.
≪철학자의 마지막 수업≫ 문장에서 드라마 도깨비 명대사가 떠올랐다.
책 읽는 재미가 배가 되는 순간이 이런 때이다.
도깨비 김은숙 작가는 고대 그리스 엠페도클레스 시구절에서 영감을 얻은 걸까?
유명한 작가들은 또 다른 이름이 철학자가 아닐까 싶다.
육체는 언젠가 죽음이라는 이름으로 떠날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나 자신은 사실 몸을 빌려 존재하는 것일 뿐이다.
몸이 당신을 떠나면 당신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
운동이 중요하고, 체력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오래 실존하고 싶다.
오늘 맛있는 저녁을 먹을 수 있고 만끽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다.
주루이 교수가 우리에게 전하는 것은 본질보다 실존이 앞선다는 말인가 싶다.
우리의 보통의 하루가. 평범함이야말로 진짜이고, 행복이고, 또 기쁨이다.
물 한 모금, 밥 한 숟가락조차도 지금의 나에게는 때론 사치가 된다.
나는 한때 아들이었고,
친구였고,
든든한 남자친구이었다가
남편이었고,
딸만 보면 미소 짓는 아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