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마지막 수업
주루이 지음, 하진이 옮김 / 니들북 / 2026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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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평소 관심 있는 분야의 도서만 신청하여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한 줄 요약

주루이, 마지막으로 이야기 하고 싶었던 말.

첫째, 인생에 절대로 극복할 수 없는 고난은 없네. 설령 그게 죽음일지라도 말이지.

둘째, 소아에 갇혀 있지 말고 사회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게.

셋째,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혀서는 안 되네. 다른 사람을 선하게 대해야 해.

마지막, 나는 모두가 자기만의 세상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네.

우리는 쉴 새 없이 불어오는 바람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죽음은 보다 열린 마음으로 마주해야 한다.

죽음은 우리의 삶에서 대단히 의미 있는 끝맺음이자 시작이다.


인상 깊은 구절

우리 몸의 장내 세균총에게 우리는 숙주이고 그들은 손님이다. 미생물은 우리 몸을 먹고 살며 서로 먹고 먹히는 일종의 공생 관계를 형성한다.... 모든 동물과 식물의 죽음 역시 또 다른 생명의 시작이다. p 158

"선이 작다고 행하지 않으면 안 되고, 악이 작다고 행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지. p225

(유비가 죽기 전에 다들 유선에게 남긴 말)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른다네. 즉, 욕망이 사물의 가치와 아무런 관련이 없을 때, 우리는 무언가 갖고 싶다는 자기 내부의 자발성이나 본능이 아닌, 사회적 모델의 행동과 욕망을 모방하며 그대로 흉내를 내게 된다는 것이야. 그로 말미암아 갈등과 충돌이 생기고, 더 나아가서는 전쟁까지 벌이는 것이지. 이것이 바로 지라르의 '모방 욕망' 이론의 핵심이라네. p241

총평

죽음 앞에 선 철학자가 건네는 삶의 지혜

중국 런민대학교 철학과 주루이 교수의 '철학자의 마지막 수업'을 읽었다. 이겨낼 수 없는 암 선고를 받은 철학자가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전하는 이야기. 과연 어떤 말을 남길까 궁금했다.

평생 인과관계를 연구해온 주루이교수는 "결과에서 원인을 추론하는 데는 숙련된 전문가의 세심한 탐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한 "인생에 절대로 극복할 수 없는 고난은 없다"는 문장을 뒤집는다. "날 이겨내지 못하는 고난은 나를 이롭게 만든다"고. 고난을 보통의 하루로 받아들이고, 오히려 나를 위한 연료로 태워버리라는 사색을 하게 했다.

주루이 교수는 삶의 불확실성을 긍정한다. "우리 삶은 불확실하기 때문에 즐거운 것"이라고. 모든 것이 확실하게 정해져 있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물음 앞에서 묘한 위안을 받았다. 사랑에 대한 그의 시선도 흥미롭다. 소유욕 없는 사랑이 과연 진정한 사랑일까 의문을 던지며, 소유욕이 만드는 긴장과 갈등조차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이런 복잡함을 바라볼 수 있느냐 없느냐가 큰 차이라는 것이다.

가장 소름 돋았던 대목은 죽음에 대한 통찰이었다. "죽음은 '우리'의 것이 아니다. 죽음은 그저 자연의 과정일 뿐이다. 우리는 죽음을 겪지 않는다." 죽음 앞에 선 사람이 건네는 이 문장은 묵직하면서도 담담했다.

주루이 교수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하라고 권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망설이지 말고 도전하라고. 결과는 생각할 필요 없다고. 양자택일이든 수많은 선택지든, 인생의 모든 일은 결국 선택될 뿐이라고. 질문에 대한 답은 오로지 본인만 찾을 수 있다는 말이 무겁게 다가왔다.

큰 지혜만 의미 있고 작은 지혜는 가치 없다고 여기지 말자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저 먼 곳이 아니라 바로 내 뒷마당에 있다는 것. 보통의 하루에서 자신만의 위대함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이 예술적 자기 구원의 길이 될 거라고. 다시 한번 소름이 돋았다.

죽음을 앞둔 철학자의 마지막 수업은 거창한 진리가 아니라 일상 속 작은 깨달음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남겼다.

책이 던지는 질문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엠페도클레스가 시구절 p197

엠페도클레스 시 한 구절

나는 한때 소년이었고,

소녀였고,

드넓게 펼쳐진 관목 숲이었고,

한 마리 새였고,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침묵의 물고기였다.

도깨비 명대사

나는 그대의 삼촌이었다가

형제였다가 아들이었다가

손자가 될 사람이다.

잘 부탁한다.

그는 물이고, 불이고,

바람이며, 빛이자, 어둠이다.

그리고 한때 인간이었다.

≪철학자의 마지막 수업≫ 문장에서 드라마 도깨비 명대사가 떠올랐다.

책 읽는 재미가 배가 되는 순간이 이런 때이다.

도깨비 김은숙 작가는 고대 그리스 엠페도클레스 시구절에서 영감을 얻은 걸까?

유명한 작가들은 또 다른 이름이 철학자가 아닐까 싶다.

육체는 언젠가 죽음이라는 이름으로 떠날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나 자신은 사실 몸을 빌려 존재하는 것일 뿐이다.

몸이 당신을 떠나면 당신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

운동이 중요하고, 체력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오래 실존하고 싶다.

오늘 맛있는 저녁을 먹을 수 있고 만끽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다.

주루이 교수가 우리에게 전하는 것은 본질보다 실존이 앞선다는 말인가 싶다.

우리의 보통의 하루가. 평범함이야말로 진짜이고, 행복이고, 또 기쁨이다.

물 한 모금, 밥 한 숟가락조차도 지금의 나에게는 때론 사치가 된다.

나는 한때 아들이었고,

친구였고,

든든한 남자친구이었다가

남편이었고,

딸만 보면 미소 짓는 아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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