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이 아들 제갈첨에게 남긴 46가지 병법.
전쟁터의 전술서일 줄 알았는데, 막상 펼쳐보니 철저히 '사람'을 다루는 리더십 교본이었다.
책은 여섯 가지 주제로 나뉜다.
리더의 본질과 권위, 자질과 성장, 조직과 관계의 운영, 전략과 판단의 지혜, 인재와 참모 활용, 그리고 현장에서의 응변. 제갈량의 옛 한문을 박찬근 저자가 현대적 시각에서 풀어주는 구성이 특히 좋았다. 고전의 함축된 문장을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해 주어 이해와 적용이 한결 수월했다.
리더는 힘이 아니라 신뢰다
제갈량은 말한다. "장수는 위엄이 있어야 하며, 위엄은 덕에서 비롯된다." 리더의 권위는 직책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정당한 영향력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일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시대의 무게를 견디는 그릇이 되어야 하고, 교만하지 않으면서도 인색함을 드러내지 않는 절제가 필요하다.
따뜻한 심장, 차가운 머리
단호해야 할 때는 단호하고, 포용해야 할 때는 부드러워야 한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안 된다. 읽으면서 '리더도 결국 사람인데, 이 균형을 유지하는 게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숙명이다.
외부보다 무서운 내부의 해악
제갈량은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해악을 더 경계하라고 했다. 불확실한 정보, 규율 무시, 독단적 행동, 지위를 이용한 사익 추구, 가짜 정보 유포, 조직 자원 낭비. 매일 살펴야 할 것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먼저 '나 자신의 좀'을 점검해야 한다. 내가 조직에 해가 되는 행동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 성찰이 먼저다.
권한 없는 책임은 없다
"한 사람의 지혜는 한계가 있고, 세 종류의 참모는 그 한계를 넘는다." 일을 맡길 때는 권한도 함께 주어야 한다. 권한을 나누지 않으면 뜻은 좁아지고 힘은 흩어진다. 결단력 없이 머뭇거리거나, 아첨에 흔들리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리더는 결국 조직을 무너뜨린다.
결국, 마음을 얻는 일
리더의 역량은 힘과 싸움이 아니다. 갈등을 예방하고 해결하며, 궁극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다. 칭찬, 신뢰, 공감, 모범, 보상. 꾸짖기보다 성장을 돕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팀원에서 중간관리자가 되었을 때, 리더십이란 게 뭔지 막막했던 기억이 있다.
≪제갈량 심서≫는 자신의 삶을 어떻게 다스리고, 어떻게 사람들과 더불어 살며, 어떻게 세월의 도전에 맞설지 46가지 지혜로 답한다. 피가 튀기는 전쟁은 잠잠하지만 조직은 소리 없는 전쟁터다. 전장의 신 제갈량이 아들에게 건넨 말이, 지금 이 시대 흔들리는 관리자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처음 리더의 자리에 선 분들께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