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료의 독서노트> 운영자 조미정
한 줄 필사로 단정해지는 마음 ≪고요해지기 위해 씁니다≫ 신간을 만났다.
나름, 필사 유행하기 이전부터 기록하고 필사 모임을 시작했다고 말하는 조미정 저자가 7년 동안 쓴 독서노트를 뒤적이며 삶에 묵직하고도 단단한 고요함을 가져다준 글귀를 고심해서 담아냈다.
필사한 문장을 보기 전에 조미정 저자의 짤막한 메모가 독자로 하여금 고요함을 더욱 깊게 만든다.
저자는 수많은 독서노트를 다시금 읽어보는 행복한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그때 와닿았던 문장이 지금은 공감 가지 않을 수도 있고, 이런 문장에 내가 영감을 얻었구나 하며 되돌아보기도 하며 기나긴 퇴고를 몸소 느꼈을 생각에 ≪고요해지기 위해 씁니다≫ 볼펜을 잡고 문장을 필사하게 된다.
밑줄 긋는 것만으로 지금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냉철히 구분되는 것 같다.
필사를 하면서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 무언가를 받아들일 힘이 생긴다. 문장 속에 언어를 닮아가는 과정이 필사이며 자기 돌봄이기도 하다.
책 가운데가 종이가 분리된 것처럼 활짝 펴진다. 이는 필사를 할 때 가운데 부분은 부채꼴이 되는 것을 방지하고 필사하는데 보다 좋은 환경을 배려한 저자의 센스다.
'이렇게 신경 써줬는데도 필사 안 할 거야?'라고 독자들에게 일침을 날린다.
문장을 읽는 것과 문장을 손끝으로 쓰는 것은 차이
오감을 살리면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되고 필사를 하면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이 높다는 글을 본 기억이 난다. 바쁘게 살다 보니 보이는 대로 생각하게 되는 세상에서 잠시 멈추고 독서하며 유독 와닿은 문장을 조미정 저자처럼 '독서 노트' 해보자. 악필이다 보니 필사를 하고도 문장을 다시 읽을 수 없어 한글문서로 작성하고 책으로 만들어 두고두고 보고 있는 나 또한 독서노트를 하고 있는 것이라 위안 삼는다.
77개 독서노트 문장 속에서 나를 되돌아보자.
≪고요해지기 위해 씁니다≫ 안에 같은 책을 읽었지만 보지 못했거나 느낌이 다가오지 못했던 문장을 읽으니 세상 참 다양하고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문장을 보고도 사람마다 전달하는 방식과 무게가 다르니 또 다른 관점을 선사하는 유희를 만끽할 수 있지 않은가.
수많은 글 속에서 뽑은 문장들을 따라 필사하며 나 또한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생기기를 기원하며 필사를 다시금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