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던 철학이라도 다른 관점을 부여하거나 생각하도록 질문하는 책은 만나기 어렵다.
『당연한 것들을 의심하는 100가지 철학』은 많이 듣고 보았던 철학에서 의심하고 다른 각도와 안목을 제공한다.
100가지 철학 중 쓸모없는 것을 중시하라는 세르의 '노이즈' 철학이 가슴속에 와닿았다.
프랑스 사상가 미셸 세르는 모든 소리에 노이즈가 섞여 있듯이
노이즈는 본래 우리를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어찌 보면 노이즈가 이 세상의 배경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다.
소리, 전파, 공기, 먼지 등 단지 우리가 평소에 이를 깨닫지 못할 뿐이다.
우리 뇌는 가장 눈에 띄는 단일한 사물만을 기준으로 세상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세르는 '있는 그대로의 많은 것'에 눈을 돌리자고 주장한다.
바로 노이즈를 포함한 있는 그대로의 세상 말이다.
다시 말하자면 '날'것이다. 누군가 보기 좋게 가공한 것이 아닌 '날'것
우리는 목적을 향해 가고자 직선으로 그리지만
가는 길에 웅덩이도 있고, 오르막길도 있고, 절벽도 있다.
암벽등반은 필수다. 이러한 상황들이 부지기수인데,
우리는 계획대로 삶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불평불만이다.
세르 철학을 대입해 보면 삶에는 '노이즈'가 있을 수밖에 없고 원래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바라보지 않기에 스트레스는 받는 것이다.
내가 어느 정도 성장했기 때문에 배경이었던 아무것도 없었던 곳에서 성장할 수 있는 '노이즈'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많은 것에 눈을 돌리기 위해 '학습'은 필수다.
주인공만 보이는 세상이 아닌 조연, 배경, 소품 등 많은 것들을 주목하기만 해도 새로운 면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쓸모없는 것'을 중시하라는 철학이다. 모든 것을 보느라 에너지 낭비하지 말고 핵심만 보라는 세상 속에서 계란 노른자가 아닌 흰자와 알껍데기 등의 기능과 쓰임을 생각하며 당연한 것들을 의심하며 살아가자.
우리는 다양한 시각과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하는데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세르는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비로소 진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이점을 나도 공감한다. 더불어 어떤 삶을 살아도 사라져야 할 어떤 방해물은 존재한다.
당연히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 자체를 인정하고, 우회하거나, 뚫어내거나, 도움을 받아 넘어가는 것에 자존심을 세우거나 스트레스를 받기보단 삶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관점이 내게는 크게 도움으로 다가온다.
철학은 지옥에서 가능성을 찾는 일이다.
『당연한 것들을 의심하는 100가지 철학』은 힘들어하는 내게 좀 더 참으라는 위로가 아닌,
삶을 꿰뚫어 보는 날카로운 생각과 작은 변화를 가져다준다.
당연한 것을 의심하지 않고 숨은 이면을 관찰하지 않으면,
언젠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고 더는 생각하지 않게 된다.
가난할수록, 인생이 허무할수록 철학을 공부 삼아 현실을 바꿔나갈 힘을 얻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