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일기가 영원한 철학서가 되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을 다섯 번째 만남 앞에서의 설렘
『명상록』을 다섯 번째 읽는다는 것. 이미 네 번의 만남을 통해 이 책의 깊이를 알고 있기에, 이번엔 어떤 새로운 깨달음을 줄지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컸다. 『타이탄의 도구들』팀 페리스가 "인생의 어려운 순간마다 꺼내 읽는 단 한 권의 책"이라고 극찬한 이유를, 나 역시 매번 읽을 때마다 새롭게 발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쟁터에서 쓴 일기의 무게감
책을 펼치며 다시 한번 전율했던 것은, 이것이 로마 제국의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일기라는 사실이었다. 절대 권력을 가진 자가 오히려 자신을 가장 엄격하게 성찰하는 모습, 그 역설적 겸손함 앞에서 숙연해졌다.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는 첫 문장부터, 이미 스토아 철학의 핵심을 관통하는 지혜가 시작되고 있었다.
문장 하나하나 곱씹으며 느낀 전율
다섯 번째 읽기에서도 여전히 "문장 하나하나 곱씹게 되는" 경험을 했다. 특히 이번에 가장 깊이 와닿은 구절은 이것이었다:
"만년을 살 든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은 사람은 지금 살고 있는 삶의 순간 외에 다른 때를 살 수 없다. 지금 살고 있는 그 삶조차도 매 순간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문장 앞에서 소름이 돋았다. 현재 순간의 소중함과 덧없음을 동시에 일깨우는 이런 통찰이야말로, 왜 이 한 권만으로도 철학 공부는 끝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자기 성찰로 이어진 깊은 울림
"불평불만 가지지 말자. 너에게 벌어진 일들은 너에게 일어날 만한 일들이었다"는 구절에서는 운명 수용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얻었다. 단순한 체념이 아니라, 일어난 일에 대한 능동적 수용과 그것을 통한 성장의 기회로 바라보는 지혜였다.
"오, 너는 오늘보다 내일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구나"라는 문장에서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2,000년 전 황제의 자기 격려가 지금의 나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보편성에 감동했다.
죽음에 대한 명상에서 얻은 평온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죽음에 대한 태도였다. "죽는 순간까지도 불평하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지 않고, 진정으로 즐거워서 신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죽고 싶다"는 고백에서, 죽음조차 감사함으로 맞이하려는 철학적 경지를 보았다.
"자기를 낳아준 대지를 찬양하고 자기를 길러준 나무에 감사하며 떨어지는 것처럼, 너도 이 짧은 인생을 본성에 따라 살아가다가 인생 여정을 끝낸 후에는 기쁜 마음으로 떠나는 것이 마땅하다"는 구절에서는 자연스러운 순환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현재 순간에 집중하는 삶의 기술
"너는 너 자신이 원할 때마다 그 즉시 너 자신 속으로 물러나서 쉴 수 있기 때문이다"라는 문장에서는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깨달았다. 외부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언제든 내면의 평온으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 이것이야말로 스토아 철학이 추구하는 궁극적 자유였다.
다섯 번째 읽기에서 발견한 새로운 발견
이번 읽기에서 특히 주목했던 것은 "네 마음의 품성은 네가 어떤 생각들을 자주 하느냐에 의해서 결정될 것이다"라는 구절이었다. 생각의 질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현대 심리학의 핵심을 2,000년 전에 이미 통찰하고 있었던 것이다.
책을 덮고 나니 마음에 깊은 평안이 찾아왔다. "현재의 이 시간을 너 자신에게 주어지는 선물로 만들어라"는 마지막 메시지가 오랫동안 마음에 울렸다.
여전히 새로운 깨달음을 주는 이 책의 깊이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매번 읽을 때마다 내가 성장한 만큼 다르게 다가오는 문장들이 있고,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는 지혜를 건네주는 이 책이야말로 진정한 인생의 스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끊임없이 흘러가는 강과 같다"는 인생무상에 대한 깨달음과, "우주는 변화이고, 삶은 의견이다"라는 관점의 전환, 그리고 "자신에게 시간을 주어 좋은 것들을 배워야 하고, 이리저리 방황하는 행보를 멈추게 하는 힘" 이 모든 것이 이번 만남에서 내 마음 깊이 새겨졌다.
철학자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이 일기는, 권력의 정점에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고 더 나은 인간이 되려 노력했던 한 인간의 지극히 진실한 고백이었다. 그리고 그 진실함이 2,0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지금도 우리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