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말 - 나를 향해 쓴 글이 당신을 움직이기를
이어령 지음 / 세계사 / 2025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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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평소 관심 있는 분야의 도서만 신청하여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좋았던 점

'이어령의 어록집'

남기신 수백 권이 책 중에서 '이어령의 언어'로 재정의한 한 권을 책 ≪이어령의 말≫

자기 언어로 남긴 인생 사전 또는 지혜의 사전이다.

절판되어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책까지 찾아가며 밑줄을 그으며 선별하고

또 선별해서 만든 '이어령의 말'

모두 다 공감 가거나 통찰력을 주는 건 아닐 수 있지만 소름이 돋고 사색에 잠기는 말들이 많다.

더 성장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이 넓어졌을 때 또는 바라던 일이 잘 안 풀릴 때,

≪이어령의 말≫을 다시 읽을 생각하니 설렘이 가득해진다. 그땐 또 다른 단어가 나를 반겨 줄 것이다.

아주 먼발치에서나마 이어령의 어록을 만날 수 있어 감사하다.

이어령의 어록집을 만들어 준 세계사 출판사 및 편집위원(톱클래스)께 두 손 모아 감사드린다.

인상 깊은 구절

감사

감사하는 마음, 그것은 자기 아닌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감정이 아니라

실은 자기 자신의 평화를 위해서이다.

감사하는 행위, 그것은 벽에다 던지는 공처럼 언제나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p17

과정

인간은 완성체가 아니라 죽을 때까지 되어가는 과정의 존재,

즉 '비잉 Being'인 것만이 아니라 '비커밍 Becoming'이기도 하다. p63

비전

미래 학자들 말이 틀리는 이유 알아?

그들은 언제나 '이런 세상을 만들자'가 아니라 '이런 세상이 온다'고 말해.

하지만 미래는 오는 게 아니라 만드는 거야.

그렇다고 역사가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지. 그 비전이 천천히 오더라도 오늘 그것을 보여줘야 해. p119

고전

무엇을 어떻게 읽느냐 하는 것은 사람에 따라 다르고 시대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우선 고전부터 읽으라고 권유하고 싶다.

고전이란 단순히 옛날 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 내용은 변함없지만 언제나 새로운 자양을 공급해 주는 것,

몇 세기를 두고 마르지 않는 샘처럼 새로운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고전이라 하겠다. p211

버려두기

버리지 말고 버려두면, 부풀고 발효가 되고, 생명의 흐름대로 순리에 맞게 생명자본으로 가게 된다네.

그게 살아 있는 것들의 힘이야. 버리는 건 쓸모없다고 부정하는 거잖아.

버려두는 건, 그 흐름대로 그냥 두는 거야. p263

물음느낌표

물음표가 씨앗이라면, 느낌표는 꽃이야. p313

우물

실패는 좌절이 아니라 도전이에요. 우물을 파서 물을 마시려는 사람은 그게 끝이야. 물이 안 나왔으니까.

그런데 호기심으로 우물을 판 사람은 물이 안 나와도 끝이 아니야. 호기심은 그대로니까.

성공을 목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처럼 불행한 사람은 없어요.

또 다른 우물물을 찾으러 다니는 사람은 죽을 때까지 만족이 없는 법이지 p327~328

총평

천 개의 단어, 생각의 틈을 비집고 각인되는 문장들

자신을 향해 쓴 글이지만 읽는 독자들도 함께 움직이기를.

번개처럼 섬광을 발하며 핵심을 꿰뚫는 빛나는 언어를 만날 때마다 전율하게 된다.

마음, 인간, 문명, 사물, 언어, 예술, 종교, 우리, 창조로 나눠서 소개하고 있어 통찰력 얻게 쉽다.

같은 단어지만 자기만의 언어로 표현하고 글로 적어내는 내공이 매우 놀랍고 굉장하다.

'세상은 늘 죽을 만큼 괴로운 것들을 넘어서야만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라는 문장이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괴로움보다 더 공감이 간다.

어릴 적 두꺼운 이불보다 바깥으로 뛰어나가 무언가를(눈사람) 스스로 만드는 것이 사람인 것처럼,

니체가 말하는 '초인' 또는 '창조자'라는 단어보다 '

세상에서 가장 길고 추운 겨울을 주옵소서' 이게 사랑이고, 내가 만든 창조물에 대한 나의 꿈이고,

그게 나의 삶이다. 이런 사람은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다고 말해주는 이어령의 말이 따뜻하다.

단어, 그 안을 들여다보고 분별하는 지혜를 선사한다.

모든 것을 죽은 셈 치고 생각하는 삶의 계산법은 불행 중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며,

마음을 비워야 영혼, 배움, 그 무언가를 다시금 차오르게 할 수 있다는 문장이 머릿속을 맴돈다.

우린 인생은 공생, 기생이 아니니 상생으로 살아가야 한다.

일방통행이 아닌 내가 살아야 네가 살고, 네가 살아야 내가 살아가는 '서로 살기'이다.

이어령의 말을 곰곰이 되풀이하니 느낌이 시원해지고 산뜻하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보다 강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생각'이다

<이어령의 말>은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준다.

매일 보는 단어지만, 이어령이 풀어내는 단어는 풍성하며 되돌아보게 한다.

인간은 모자란(결핍) 부분을 채울 수 있는 능력 덕분에 강해졌지만 넘치는 것을 버리는 장치가 없다는 것

그래서 인간이 과잉이 되었을 때는 속수무책이 되어버린다는 것 '무소유'가 왜 필요한지 깨닫게 한다.

짐승은 본능대로 배고프면 울부짖고 졸리면 그 자리에서 쓰러져 자고 하는데,

인간은 참을 줄 알기에 자기 자신을 이기며 성장하며 나아갈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곁 모습이 아닌 본질을 들여다보게 하는 안목을 길러주는 ≪이어령의 말≫

아는 소소한 단어를 쪼개고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니 내가 알 던 단어가 아닌 처음 보는 단어가 되었다.

달나라까지 갈 수 있는 지식은 쌓았지만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지혜'는 고난 없이 없을 수 없음을 이제는 알 것 같다.

정답은 아니지만 해답은 '땀'

스스로 흘린 땀 없이는 부자도, 성장도, 그 무엇도 해결할 수 없다.

즐기기 위해서는 고난도 내 것으로 삼아야 한다.

물은 밑으로 흐르고 내려가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끓으면 올라가는 기체가 되고

불은 올라가는 습성이 있지만 식으면 밑으로 내려오고 차갑게 식어버린다는 사실처럼,

행복하다고 해서 마냥 행복할 수 없고. 불행하다고 해서 마냥 죽을 똥 살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살아갈 힘을 얻는다.

중생이라 시적으로 살아갈 확률이 많지는 않지만 ≪이어령의 말≫을 또 만나면서 세상과 나를 재정립해가는 시간을 보낼 생각을 하니 2독이 벌써부터 설렘으로 금세 다가온다.

책이 나에게 하는 질문

비움

우리도 아이처럼 매일 자란다. 그러니 조금 전까지 통했던 상식과 지식들이 쓸모없는 것으로 변한다.

그렇게 우리를 괴롭히던 고정관념들, 집념이나 원한도 모두 버려야 한다.

지식도 영양분처럼 넘쳐날 때가 더 위험한 법이다. p302

공급 과잉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비움'을 잊어버렸다.

샘물을 퍼 써야만 새 물이 고인다.

고여 있는 지식도 퍼내야 새로운 생각이 새살처럼 돋는다.

성장하고 있지만 '풍요 속의 빈곤'처럼 불안을 시달리는 건 일상다반사다.

쾌락 과잉, 불안 과잉, 공급 과잉, 정보 과잉, 소비 과잉, 양육 과잉 등

과부하에 걸린 사람은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

심지어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라고 21세기 여기저기서 주장한다.

긍정성 과잉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이 우울증인 줄도 모르고 우리는 계속 자신과 전쟁을 벌인다.

내 그릇보다 넘칠 때는 멈추고, 그 이상일 때는 버리기만 해도 살맛 나는 세상일 텐데,

다다익선 말에 속아 지금도 무언가를 소유하고 버리지를 못한다.

누군가에는 '인정'이며 '돈'일 수 있다.

'과잉 성실'이 꼭 필요한지 다시 생각해 보고 멈추자.

자기를 피폐하게 만드는 일을 '줄이고'. 지탱해 주는 일을 '많이' 하는 데 집중하자.

'통제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면 과잉 행동이 줄어들고 안정을 찾게 될 여유가 생긴다.

≪이어령의 말≫ '버려두기'를 실천해야겠다.

버리는 것과 두는 것의 중간인 '버려두기'

버려두면 김치가 묵은지가 되고 누룽지는 숭늉이 되는 것처럼,

과민반응하는 내게 흐름대로 그냥 두는 의도적인 연습이 필요하다.

이는 자기 착취에서 벗어나 비움으로 나를 사랑해 주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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