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시답지 않아서
유영만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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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평소 관심 있는 분야의 도서만 신청하여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좋았던 점

지식 용접공 유영만 교수의 신작 ≪인생이 시답지 않아서≫

삶이 시답지 않아도 사람은 시답게 살아야 사람답게 산다고 말하는 유영만 교수 언어유희

보잘것없는 인생은 없고 자신의 인생을 표현할 단어를 모를 뿐,

일상, 사색, 경험을 시답게 글로 쓴 내용을 읽으며 나 또한 나답게 표현할 수 있는 함축적이고 메타적인 단어를 벗 삼아 잉태할 수 있음을 설레게 하는 책이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들을 잊고 산 것은 아닌지,

일상을 시답게 바라볼 '안목'을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면 '불행'에서도 '행복'을 발견하는 시인이 되지 않을까 사색하게 한다.

인상 깊은 구절

당신의 모든 족적이 다 음악이고 그림이지만 아직도 삶에 대해선 숙제 검사를 받아야 하는 저학년이며 여전히 험담하는 비난의 화살에 상처받고 의견이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나면 뚜껑이 열리는 철부지입니다. p17

어쩔 수 없는 비통함에 넋이 나간 당신의 몸부림은 누구를 향한 안간힘일까요? p85

체게바라를 읽고 혁명을 꿈꾸었지만 사르트르를 읽고 실존의 길을 잃었다. 소크라테스를 읽고 나 자신을 찾았지만 여전히 묻는 길에서 방향을 알려 주지 않는 철학자들, 너무 오래 철들지 않고 들리는 소음에 괴로움이 말을 겁니다. p161

'울음 뒤에 웃음'이 온다는 어느 시인의 깨달음의 흔적처럼 앞으로 살아갈 날을 가장 눈부시게 시작하는 지금 이 순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p222

당신은 지금 남의 인사이트에 중독되어 인스턴트 인생을 살지 않고 나의 인사이트를 개발하여 어제와 다른 마주침을 얻기 위해 아웃사이트를 추구하는 삶의 개척자입니다. p248

학력은 높아지고 고급 지식은 많이 배웠지만 삶의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생활의 지혜는 배우지 못합니다. 단기간에 돈을 벌어 일확천금을 노리는 노하우는 더 많이 제시되지만 번 돈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삶의 진리와 미덕은 뒷전으로 밀려납니다. p284~285

총평

나이 들수록 움켜 쥐는 것이 아닌 버려야 하는 것들에 대한 해답

유튜브 유영만 교수 강의만 검색해도 명강의가 쏟아진다.

유영만 교수는 지식 용접공으로 문장 유희를 즐기는 작가인데

"운동을 하는 동안에는 동안이다"처럼 인생을 시답게 살기 위한 해답을 ≪인생이 시답지 않아서≫에서

엿볼 수 있다.

'얼떨결에 실수하고 지나치고 무심결에 소중함을 흘려보냈어도 바람결처럼 눈감아주고 아침결처럼 영롱함을 잃지 않는 사람' 인생의 지혜롭게 살아갈 철학을 문장 유희로 툭 주는 스타일과 더불어 시답게 글로 표현하는 방식이 유영만 교수스럽다.

지식 용접공답게 익숙한 단어들의 낯선 결혼

세상을 향해 울부짖는 언어의 향연, 시답게 통찰력을 가지기 위한 노력이 보인다.

생각하는 방법을 바꾸고, 쓰는 단어를 변화시켜 새로운 자극을 주고, 시답게 글로 적으면서 지적 자극을 주는 방법이 고스란히 ≪인생이 시답지 않아서≫에서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인생이 시답지 않아도 시답게 살기 위해 시달리며 쓰는 시인'이라는 표현이 참 유영만스럽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고, 된서리 맞아 살갗을 파고드는 추위가 급습해도 따뜻함을 알기에 버티는 우리가 시를 만나는 순간 현재에 살게 되고 진정 '주인공'으로 살아갈 시발점이 된다.

시답게 살아간다는 것은 화려한 형식보다 땀에 젖은 얼굴을 더 보여주고, 현란한 수사보다 진심을 통과한 어눌한 말 한마디를 할 수 있는 시인이 되어야 한다.

≪인생이 시답지 않아서≫은

세월의 무게가 삶을 짓눌러도 아랑곳하지 않고 경험의 침묵이 전해주는 삶의 지혜가 씨줄과 날줄로 엮인 한 권의 책이다. 시답게 자신을 표현하고 글로 적는 연습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 믿지 말고 지금까지와 다른 삶을 살겠다는 의지이며 결단이다. '영원 회귀'처럼 반복되는 삶을 살지 않고 벗어나기 위해서는 보이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닌 시답게 삶을 사색해 보자. 다리가 떨리는 일은 절반으로 줄이고, 심장이 뛰는 일은 두 배로 늘려보자. 타성에 빠져 끌려가는 인생을 살수록 열심보다 한심한 시간이 반복되면서 불행한 삶으로 달려가는 급행열차에서 이제 스스로 내리자.

모두가 이젠 끝이라고 생각하며 물 건너갔다는 자괴감이 물들어 있어도

끄트머리에서 다시 '시작'하는 용기를 되새길 때 진정 우리는 불안 속에 피는 꽃의 위력을 맛보게 될 것이다. '중꺽그마' 생각이 난다. 중요한 건 꺾이지만 그냥 하는 마음처럼 있는 그대로 하는 마음을 되찾기 위해 시답게 살아나가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인생이 시답지 않아서 불행한가?

유영만 교수는 '어딘지 모르는 중간 간이역에서 당신의 발걸음은 잠시 쉽니다'라고 말한다.

종착역에 도착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종착역에 도착한다고 해서 과연 행복할까?

우린 중간중간 들리는 '간이역'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일상을 현재 살아가는 여정을 시답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간이역'을 잘 이용해야 한다.

열차가 잠깐 쉬고 가는 간이역처럼 우리도 잠깐 휴식을 취할 때 잊어야만 하는 생각을 하차시키고, 새롭게 내 열차에 탑승할 의미를 가져다줄 그 무언가를 태우기도 해야 한다.

우리 인생은 시답게, 간이역에서 해프닝이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열심히 일한 만큼 중요한 것은 '쉼'이다. 그 안에서 나를 시답게 표현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찾는다면

인생을 사는 게 아니라 살아 내는 나 자신이 될 것이다.

책이 나에게 하는 질문

흙탕물 속에서도 단아한 꽃을 피워 내는 연꽃의 위력입니다. p51

역풍에 돛을 단 배만이 앞으로 진군할 수 있고,

역풍을 버틸 수 있는 줄을 가지고 버티고 있기에 하늘 높이 날 수 있는 '연'이 있다.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특별하지 않다고 소중하지 않은 건 아니니까.

주변이 어둡고 이기적이고 순탄하지 않다고 원망하지 말자.

흙탕물 속에 살아도 단아한 꽃을 피는 연꽃처럼,

고난 속에서도 자신을 고양시키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행복을 깨닫기 위해 유영만 교수처럼 시답게 자신을 표현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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