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과 저자(만물박사)가 서로 이야기하는 부분이 참 재미있다.
각자 입장에서, 서로에게 깨달음을 주는 존재라니 ≪시끄러운 건 인간들뿐≫인 세상에서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물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책을 읽으며 오르한 파묵의 ≪순수 박물관≫이 생각이 났다.
순수 박물관 책 속에 주인공은 그녀와의 관련된 사물들을 수집하기 시작하고,
이 사물들은 주인공과 그녀와의 추억 및 사랑의 흔적을 담고 있으며,
그 사물들을 모아 '순수 박물관'을 세우게 되는 자전적 소설이다.
사랑과 집착으로 사물을 수집하던 주인공은 그녀와 함께 했던 사물을 통해,
과거의 기억을 상키시는 매개체로 이용한다.
사물이 그때 행복했던 시간을 불러일으키며 그때 추억으로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사물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감정과 추억을 담고 있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눈앞에 있는 사물에도 ≪순수 박물관≫ 수집 물건들처럼 추억을 머금고 있다.
사소하지만 우리도 추억과 시간을 되살려 주는 사물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유품이기도 하고, 친한 친구가 준 선물 일 수도 있다.
김민지 저자는 김치, 라면, 수저, 밥, 식혜와, 수정과, 참기름과 들기름, 담배와 술, 수건 등
물건이 가진 사연을 들여다보며 행복 찾기를 실천하고 있다.
'탐구'가 취미라는 저자가 전하는 '사람 따라 사물 간다' 문장이 왜 이리 정답게 보이는지 웃음이 나온다.
실존은 본질을 앞선다는 사르트르 말처럼,
이 세상에 필요 없는 사물은 없고 사연 없는 사물도 없는 것처럼,
시간의 여유를 두고 찬찬히 안을 탐구해 보니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진리를 깜짝 선물하기도 한다.
있는 것 자체의 의미가 있고, 그 안에서 좋은 점을 찾아 활용하는 것은 본인에게 달려 있다.
그냥 스쳐 지나가던 나무, 계단,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던 수건과 수저 등
진리는 관찰하고 질문하고 소통하지 않으면 답변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일깨워 준다.
보이는 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가지고 생각한 대로 사물과 대화하며 인생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가는 교훈을 얻어보자.
사물들의 유쾌한 시선 덕분에 지금 내 앞에 있는 볼펜도 예사롭지 않게 보이기 시작한다.
어느 날 사물이 말했다. 시끄러운 건 인간들뿐이라고.
지금 가지고 있는 사물들마다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몇십 년을 함께 하고 있을 것이다.
가지지 못했을 때 간절히 갈망했던 사물부터 애정을 가지고 쓸모 있게 활용해야겠다.
김치 답변처럼, 먹을 수 있는 만큼 꺼내는 연습처럼 자주 애용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있는 것부터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다는 것은,
내가 가진 인생을 충분히 느껴보지도 못하고 소비하는 것과 같다.
김민지 저자에게 '관찰'이라는 단어를 선물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순간 보이는 대로만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지금 가진 사물들을 관찰하다 보면 나 자신도 자세히 들여다볼 혜안을 갖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