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건 인간들뿐 - 어느 날 사물이 말했다
김민지 지음, 최진영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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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점

어느 날 사물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

≪시끄러운 건 인간들뿐≫ 김민지 저자처럼 사물을 주의 깊게 바라보면 그 입장과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을까?

읽는 내내 사물이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에 공감이 갔고,

그 안에서 자신의 내면을 돌볼 수 있는 힌트를 얻는 기회를 제공한다.

만물박사와 사물 대화 속에서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다.

김치 답변 중 "아무리 내가 발효 식품이어도 평생 가지 않아. 시간도 마찬가지겠지. 그러니까 조금씩 꺼내 두고 생각해. 먹을 수 있을 정도만 꺼내는 연습부터 해봐."

일상 속 사소한 사물들이 어떤 마음으로 삶의 가치를 가지고 살아가는지,

그로부터 자신을 성찰하는 관점이 부여된다면?

사물에게 얻은 깨달음으로 삶에 적용하여 더 지혜롭게 살아갈 혜안을 얻어보자.

인상 깊은 구절

흰쌀밥 / 아무리 출중한 개성이라도 혼자 있으면 그건 개성이 아니다. p38

제가 화분으로 살면서 깨달은 게 있어요. 그 어떤 공간보다도 자신의 마음을 공간처럼 돌보고 가꿀 때 삶이 되살아난다는 사실인데요. 식물을 키우듯 계절과 날씨 같은 주변 환경의 미세한 변화를 알아차리고, 좋고 나쁜 것에 감응하면서 상생하려는 노력. 그 노력을 하는 사람이 결국 잘 살더라고요. p93

수가 낮든 수가 높든 수건을 쓰는 사람들이 모든 수건을 부드럽게 대한다면 세상엔 부드러운 수건들만 존재하게 될 텐데. 세상엔 뭘 몰라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 p166

머리카락 / 애써 꾸미는 것보다 가꾸는 게 좋은 거예요. 그렇게 생긴 항상성은 정말 좋은 거예요. p184

세상에 있는 모든 존재와 호흡하기에 인간의 일생은 너무 짧다는 기분도 들었는데요. 그래도 마음의 그릇을 넓히는 '시선'이라는 힘을 응축시킨 뜻깊은 시간이었어요. p258


총평

사물과 저자(만물박사)가 서로 이야기하는 부분이 참 재미있다.

각자 입장에서, 서로에게 깨달음을 주는 존재라니 ≪시끄러운 건 인간들뿐≫인 세상에서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물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책을 읽으며 오르한 파묵의 ≪순수 박물관≫이 생각이 났다.

순수 박물관 책 속에 주인공은 그녀와의 관련된 사물들을 수집하기 시작하고,

이 사물들은 주인공과 그녀와의 추억 및 사랑의 흔적을 담고 있으며,

그 사물들을 모아 '순수 박물관'을 세우게 되는 자전적 소설이다.

사랑과 집착으로 사물을 수집하던 주인공은 그녀와 함께 했던 사물을 통해,

과거의 기억을 상키시는 매개체로 이용한다.

사물이 그때 행복했던 시간을 불러일으키며 그때 추억으로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사물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감정과 추억을 담고 있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눈앞에 있는 사물에도 ≪순수 박물관≫ 수집 물건들처럼 추억을 머금고 있다.

사소하지만 우리도 추억과 시간을 되살려 주는 사물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유품이기도 하고, 친한 친구가 준 선물 일 수도 있다.

김민지 저자는 김치, 라면, 수저, 밥, 식혜와, 수정과, 참기름과 들기름, 담배와 술, 수건 등

물건이 가진 사연을 들여다보며 행복 찾기를 실천하고 있다.

'탐구'가 취미라는 저자가 전하는 '사람 따라 사물 간다' 문장이 왜 이리 정답게 보이는지 웃음이 나온다.

실존은 본질을 앞선다는 사르트르 말처럼,

이 세상에 필요 없는 사물은 없고 사연 없는 사물도 없는 것처럼,

시간의 여유를 두고 찬찬히 안을 탐구해 보니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진리를 깜짝 선물하기도 한다.

있는 것 자체의 의미가 있고, 그 안에서 좋은 점을 찾아 활용하는 것은 본인에게 달려 있다.

그냥 스쳐 지나가던 나무, 계단,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던 수건과 수저 등

진리는 관찰하고 질문하고 소통하지 않으면 답변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일깨워 준다.

보이는 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가지고 생각한 대로 사물과 대화하며 인생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가는 교훈을 얻어보자.

사물들의 유쾌한 시선 덕분에 지금 내 앞에 있는 볼펜도 예사롭지 않게 보이기 시작한다.

어느 날 사물이 말했다. 시끄러운 건 인간들뿐이라고.

지금 가지고 있는 사물들마다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몇십 년을 함께 하고 있을 것이다.

가지지 못했을 때 간절히 갈망했던 사물부터 애정을 가지고 쓸모 있게 활용해야겠다.

김치 답변처럼, 먹을 수 있는 만큼 꺼내는 연습처럼 자주 애용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있는 것부터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다는 것은,

내가 가진 인생을 충분히 느껴보지도 못하고 소비하는 것과 같다.

김민지 저자에게 '관찰'이라는 단어를 선물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순간 보이는 대로만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지금 가진 사물들을 관찰하다 보면 나 자신도 자세히 들여다볼 혜안을 갖게 될 것이다.

책이 나에게 하는 질문

자고 일어나도 특별히 다른 하루를 살진 않은 것 같아요. p199

위에 질문에 잎새가 말했다.

"우리도 마찬가지죠. 떨어지고 새로 자라고 해도 특별히 다른 생을 살지 않아요. 그래도 끝에 어떤 바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다른 풍경을 마주 하긴 해요. 운이 좋으면 잎새 하나 각별하게 보는 사람을 만나 책장 속에 간직되기도 하고요."

니체, 영원회귀 같은 문장을 만났다.

모든 것이 영원히 반복되더라도 나는 이 삶을 사랑할 것인가!

잎새처럼 떨어지고 새로 자라고 해도 특별히 다른 생을 살지 않지만,

떨어지는 그 순간순간에도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고 수용한다면 간혹 운이 좋아 간직되기도 할 것이다.

매일 사용하는 사소한 사물 안에서 익숙함보다는 낯섦을 느끼는 삶이 '가치' 있다고 말하고 싶다.

동일한 하루가 반복되는 삶에서 쳇바퀴처럼 돌기만 한다면 삶은 '무의미'하게 될 것이다.

늘 무언가 내다 버리는 장소였던 곳을 잘 정리하고 꽃을 심으면 꽃밭으로 재탄생 되는 것처럼,

가위라는 사물을 다른 삶을 살도록 우리가 만들어 줄 수 있다.

우리가 가진 자유의지와 선택이라는 무기로 반복되는 영원회귀 속에서 벗어나 보자.

부엌에서 음식 자르는 가위로,

종이를 오리는 문방구용 가위로,

사람을 살리거나 치료하는 수술용 가위로,

머리를 이쁘게 자르거나 단정해 주는 가위로

≪시끄러운 건 인간들뿐≫은 주변에 사소한 사물을 다시금 재발견하게 만든다.

말을 하지 못할 뿐, 우리에게 다른 방법으로 말을 걸고 있는 것이 아닐까.

사사로운 사물이지만 의미를 주면 가치가 생기고 그 가치는 반복되는 삶 속에서 더 오랫동안 살아가게 하는 기적을 보여 줄 것이다.


'RHK'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평소 관심 있는 분야의 도서만 신청하여 서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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