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는 시스템이다.
계획된 시스템에 맞게 성장해가며 절대로 쓰러뜨릴 수 없는 마왕을 물리치기 위해 꿈을 꾼다.
본인은 자각하지 못한 채 이용당하고 소비당하는 존재라는 사실이 왜 판타지 소설에서 필수가 되어버린 것일까.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사회 유지를 위한 시스템이며 마물이 인간 사회를 조정한다는 내용이 아직도 머릿속에서
맴돈다.
미지에 대해 눈을 반짝이는 이 하등 생물과 모든 것을 달관한 고등 생물, 어느 쪽이 더 행복할까 하는 생각.
니체는 '소'가 오히려 인간보다 행복할 수 있다는 문장이 생각이 났다.
마물보다 인간이 우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선입견을 깨뜨리는 내용이 신선했다.
고등 생물인 마물은 자신이 타고난 종에 따라 만족해 가며 그 안에서 살아가고자 하지만,
인간은 욕망과 욕심으로 한계가 없고 멈춤이 없어 오히려 그것이 독이 되고 행복을 해친다는 교훈을 준다.
가벼운 판타지 소설인 줄 알고 읽다가 도끼로 뇌를 얼마나 내려찍는지 현실 세상을 돋보기로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일본 유명 판타지 <드래콘퀘스트> 세계관을 빌린 ≪왜 동검밖에 팔지 않는 것입니까?≫은
현대 사회의 풍자와 은유로 사람에 심리와 경제구조를 일깨워주는 재미있는 책이다.
읽으면서 하나도 지루함 부분이 없고 오히려 '마루'라는 주인공이 상인으로서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마을마다 미션을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주는 자본주의 어두운 면과 시스템 구조를 알아가는 과정이 신난다.
첫 장은 주식을 하는 사람 심리를 대변해 주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뒷장으로 갈 수록 인간사회 도덕성에 대한 비판과 '마루'가 선택한 결과가 궁금해진다.
쥐약을 먹은 쥐를 먹게 된 고양이가 죽게 된다면 고양이가 불쌍하다고 말하면서 운동(단합)까지 가지만
쥐약을 먹은 쥐를 먹어 죽게 된 뱀에게는 잘 되었다고 말하는 오류가 있는 것처럼,
인간에 노예화는 안되지만 마물에 노예화는 합당한지 곰곰하게 생각하게 한다.
마물 복지 등 노예를 반대하는 대표가 오히려 중간 역할을 하며 끝내 노예해방 단체장이되어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상인'이었다는 부분이 충격으로 기억에 남는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보여주는 이미지와 명분은 '돈'과 관련이 있을 수 밖에 없지만 왜 눈에 보이는 대로만 보고 판단하는 걸까.
모든 부분에 숨은 이면이 있고 그 안에 '자본'이 있음을 자꾸 까먹고 사는 것인지 반성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왜 동검밖에 팔지 않는 것입니까?≫ 자본주의 어두운면과 인간군상에 대해 세밀하게 표현한다.
이익을 얻는 사람이 있다면 반대로 잃는 사람이 발생한다.
튤립, 마물의 노예화, 아편전쟁, 분노 1골드 등 그 안에서 수많은 인간들에 심리묘사에 머리가 둔기에 맞은 듯 찌릿찌릿하다.
'시세의 붕괴는 잘 알지 못하는 초보들이 잔뜩 참가한 뒤에 온다'는 무거운 문장들과 함께
우린, 도덕성 또는 법이라 규정되어 있는 것들이
알고보면 누군가 세상을 유지하게 위한 시스템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세상이 불공정하고 불평등하다는 것을 이제는 알아야 한다.
용사는 역시, 판탄지 필수요소처럼 희생되고 만다.
시스템을 지키기위해 희생은 불가피했던 것일까, 그렇다고 '마루' 생각이 맞는 것일까?
인간군상을 들여다 보니 책장이 계속 멈추며 사색하게 된다.
마을에 있는 상점에서 '드래곤 킬러' 같은 끝판왕 검을 판매하지 않는다.
새로운 용사에게 주어지는 가장 좋은 무기를 '동검'이다.
마왕을 3번이나 물리쳤지만 더 강력한 마왕은 계속 나타난다.
그럼에도 상인 길드는 동검까지만 팔고 더 날카롭고 공격력이 좋은 칼을 판매하지 않는걸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왜 당연한지' 의문을 품은 주인공은
용사로 선정된 동생 '바츠'에게 어느 마을에서도 좋은 검과 방어구를 살 수 있도록
상인 길드 마스터를 찾아 설득하고자 여행을 떠나게 되는 이야기.
이 과정에서 자본주의 어두운 구조를 몸소 느끼며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독자들은 교훈을 얻게 된다.
가진자와 갈수록 못 가진자, 부를 유지하지 위한 자본주의 시스템, 가난한 사람에게는 '분노'라는 감정밖에 없으며 그 감정을 1골드에 판매하는 매정한 아빠까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이 의문이 생기고 왜 그런 사회가 되었는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생각하게 하는 무서우면서도 몰입도가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