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오는 모습
루이즈 글릭 지음, 정은귀 옮김 / 시공사 / 2023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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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점

2020년 노벨문학상 루이즈 글릭이 1980년대 출간한 3번째 단단한 시집 ≪내려오는 모습≫

죽음이 다가오니 삶이 더 뚜렷해지는 것처럼,

정말과 슬픔 그 언덕 뒤에 숨어있는 움직임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시집이다.

이유가 있어 태어난 것이 아니라 태어났기 때문에 의미가 생긴 것이고,

죽음은 피할 수 없고 당연히 받아들어야 하는데 이를 어떻게 필연적으로 만나고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모습이 내려오는 모습이기도 하강하는 모습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함축적이고 메타적인 루이즈 글릭 문장에 소름 돋는다.

인상깊은구절

눈을 뜨고 있는 것 같았어, 우리는 말을 할 수도 있었는데. 그때는 이미 겨울이었어. p15

내가 잠을 자야 당신이 살 수 있을 거예요. 그건 그렇게나 간단한 일. 꿈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꿈은 당신이 통제하는 질병이지, 그 이상은 아닙니다. p59

총평

총평

루이즈 글릭으로 보는 시선과 관점이 묘하다.

루이즈 글릭 시인을 처음 만났고 그 시인이 되어 시선을 훔쳐본다.

내려온다고 표현하지만 올라간다는 느낌이 들고 이를 반복하는 느낌이 드는 관점을 바라보면서,

가까웠던 언니 죽음이 작가에게 주는 공포를 시적으로 승화시켜 표현하고 있는데 애처롭다.

자연을 벗 삼아 시를 추상적으로 보내는 루이즈 글릭

자신이 느낀 감정과 보이지 않는 이면을 참 솔직하게 표현하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죽음)이 있듯이 세월이 갈수록 적나라한 묘사들을 읽으며 내려오는 모습이 결코

즐겁지 않다는 사실을 일관되게 느끼게 된다.

≪내려오는 모습≫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에 나 자신을 들여다보게 하는 힘이 담겨 있다.

죽음, 상실, 그 자리를 누군가 메꿀 수 없다는 사실 등 루이즈 글릭 시인이 말해주는 문장이 생각보다 무겁다

거울삼아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죽음'을 아름답게 디자인할 수는 없을까.

중요한 것은 챙기고 나머지는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루이즈 글릭은 어떻게 층층이 죽음을 받아들었는지 문장 속에서 찾아보는 즐거움을 만끽해 보자.

독특한 문장이 나로 하여금 죽음에 대한 생각을 전달하여 깊이 있는 사색에 시간을 선물한다.

파고드는 집요한 흔적에 취해보자.

자신만의 언어로 죽음 세계를 바라보고 읽어내는 모습처럼,

우리도 나만의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끌어 갈지 사색하는 좋은 시간을 가지기를 희망한다.

책이 나에게 하는 질문

글릭, "저는 절망하지요. 실패를 계속 생각하다가, 그 생각을 하면서 자러 가지요."

글릭, 시를 쓰지 않을 때 인터뷰 문장을 보면 시인의 내적 성찰이 돋보인다.

우리가 생각하는 답은 항상 내 안을 벗어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외적인 것에 얽매이지 말고, 내적인 것에 집중해서 삶을 성찰해야 한다. 자신의 심연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삶에 있어 제일 소중한 것들은 모두 내 손이 닿는 범위 안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루이즈 글릭, 가까운 사람들 죽음과 이별 속에서 절망만 느낀 것이 아니다.

갈수록 성적인 묘사가 나타나긴 하지만 자신이 마음이 곧 자연이며 우주라는 철학적인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물질적, 정신적 모두를 담고 있는 '몸'이라는 그릇이 건강해야 마음가짐도 나태해지지 않을 수 있다.

≪내려오는 모습≫ 무겁고 어둡게 소개하고 있어 가끔 가슴이 답답해지긴 하지만 놓치지 말자 그 안에 숨 쉬고 있는 '마음먹기 나름이다'라는 씨앗이 숨 쉬고 있음을.


'시공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평소 관심 있는 분야의 도서만 신청하여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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