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곳이 더 중요한 것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할 수 없어 찍은 사진, 보여줄 수 없어 쓴 글≫에서 '뒤쪽이 진실이다'는 카피가 생각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인 지금 이 순간이 진심이 되고 '진실'이라는 의미가 있음을 사색하게 한다.
삶의 진실은 익숙한 앞보다 익숙지 않은 뒤에서 더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밤골 마을 사람들이 되기도 하고 아이 미소에 심쿵 하여 땡을 망설이게 되는 교감을 하게 된다.
그저 먼 곳을 바라보는 이방인의 시선으로 보기도 하고
'각각의 사람은 모든 다른 사람들의 거울이다'는 생각 속에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최필조 작가가 전하는 풍경, 느낌, 감상, 이야기가 네 개의 테마로 나누어 글과 사진으로 내게 다가온다.
수많은 사진들 속에서 골라낸 사진 한 장 그리고 이야기 속에서 구경꾼이 아니라 작가가 된다.
일상 속에 사진이지만 그 안에는 담담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작가는 '모든 사람이 한 권의 책'이라는 실감을 했다고 한다.
각자 자신들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편하게 말하면 아우라(aura)로
프레임 안에서 느껴지는 감각적인 시선의 영역 너머에 있는 인식적인 기억의 공간으로
우리를 이동시켜 '내가 찍은 당신의 사진이, 내가 들은 당신의 이야기가 이렇게 소중합니다'라고 울리게 한다.
사진은 빛의 입자를 기록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생각과 관념의 얼룩을 입히는 작업이다.
찰나의 순간일지라도 모든 삶은 그 자체로 충분히 숭고하고 의미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우쳐 주고 있다.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것이라는 작가 문장과 사진 속에 담겨 있는 생각의 얼룩들이
사진은 찍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담아내는 일이라는 사실을 느끼게 한다.
담기 위해서는 기존에 있던 관념을 덜어내야 한다. 더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덜어낼 것인지가 중요하다.
사진도 자신이 잊고 있던 정서와 형태의 아름다움을 위해 더하는 것이 아니라 비움으로 여운을 남기는 과정이
비로소 덜어내기를 실천하는 행동임을 알게 한다.
빛을 담는 찰나 속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과 사물은 바로 지금 내 앞에 있는 그 무언가이며,
우리는 늙는 게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