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없어 찍은 사진, 보여줄 수 없어 쓴 글 - 힘껏 굴러가며 사는 이웃들의 삶, 개정판
최필조 지음 / 알파미디어 / 202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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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점

'뒷모습, 손, 밤골(마을), 길 위에서'라는 주제로 보여주는 사진과 글 속에서 '낯설게'를 보여준다.

우리 눈으로 보는 프레임과 사진 속에 있는 사각형 프레임에서 익숙하지만 낯섦을 느끼게 해주는

최필조 작가님의 생각을 대상 위에 '각인'하는 사진 촬영은 나로 하여금 스케치북 위에 그림을 그리는 착각을

강렬하게 느끼게 해준다.

날짜와 장소별로 폴더를 모으고 있던 내게 주제를 가지고 사진을 분류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사진과 글 속에서 최필조 작가는 시선을 '채움'이 아닌 '비움'의 여백 속에서 찾는 듯싶다.

사진이 회화가 아닌 시로 다가온다.

인상깊은구절

먼저 가는 것보다 빨리 가는 것보다 함께 가는 것이 더 큰 행복이라는 걸 p39

발자국 찍어 바닷물이 고이면, 거기엔 무엇이 피어날까? p65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과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부디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보다 부족하기를 바란다. p122

누가 이렇게 싹 털어갔을까? 어렸을 때 키우던 강아지는 배부르면 더 줘도 먹지 않던데, 우리는 왜 이렇게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플까? p219

총평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곳이 더 중요한 것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할 수 없어 찍은 사진, 보여줄 수 없어 쓴 글≫에서 '뒤쪽이 진실이다'는 카피가 생각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인 지금 이 순간이 진심이 되고 '진실'이라는 의미가 있음을 사색하게 한다.

삶의 진실은 익숙한 앞보다 익숙지 않은 뒤에서 더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밤골 마을 사람들이 되기도 하고 아이 미소에 심쿵 하여 땡을 망설이게 되는 교감을 하게 된다.

그저 먼 곳을 바라보는 이방인의 시선으로 보기도 하고

'각각의 사람은 모든 다른 사람들의 거울이다'는 생각 속에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최필조 작가가 전하는 풍경, 느낌, 감상, 이야기가 네 개의 테마로 나누어 글과 사진으로 내게 다가온다.

수많은 사진들 속에서 골라낸 사진 한 장 그리고 이야기 속에서 구경꾼이 아니라 작가가 된다.

일상 속에 사진이지만 그 안에는 담담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작가는 '모든 사람이 한 권의 책'이라는 실감을 했다고 한다.

각자 자신들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편하게 말하면 아우라(aura)로

프레임 안에서 느껴지는 감각적인 시선의 영역 너머에 있는 인식적인 기억의 공간으로

우리를 이동시켜 '내가 찍은 당신의 사진이, 내가 들은 당신의 이야기가 이렇게 소중합니다'라고 울리게 한다.

사진은 빛의 입자를 기록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생각과 관념의 얼룩을 입히는 작업이다.

찰나의 순간일지라도 모든 삶은 그 자체로 충분히 숭고하고 의미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우쳐 주고 있다.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것이라는 작가 문장과 사진 속에 담겨 있는 생각의 얼룩들이

사진은 찍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담아내는 일이라는 사실을 느끼게 한다.

담기 위해서는 기존에 있던 관념을 덜어내야 한다. 더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덜어낼 것인지가 중요하다.

사진도 자신이 잊고 있던 정서와 형태의 아름다움을 위해 더하는 것이 아니라 비움으로 여운을 남기는 과정이

비로소 덜어내기를 실천하는 행동임을 알게 한다.

빛을 담는 찰나 속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과 사물은 바로 지금 내 앞에 있는 그 무언가이며,

우리는 늙는 게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책이 나에게 하는 질문

우리의 인생은 계속 ~ ing이니까

사진은 스트레이트이며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가 진실

좋아하는 유명 작가에게 기자는 사진을 찍다 보면 사람들에게 쫓겨나거나 욕을 먹기도 하는데 회의가 들지 않으시냐고 물어보니 답변은 "욕해도 상관없어요. 다큐 하는 사람들은 목숨 걸고 해야 하는 거예요. 셔터를 눌러야 사진이 나오죠 대담하고 용감해야 해요. 사진은 요령이 있어야 합니다.... 사진 찍고 도망가야 해요. 이걸 극복해야 스냅을 찍을 수 있는데 못하니까 풍경으로 가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사진은 풍경보다는 인물사진이 더 어렵다.

최필조 작가는 힘껏 굴러가며 사는 이웃들의 삶을 스트레이트로 찍는다.

그의 사진은 정직하고 정확하다.

사진은 사실적이고 현실적이며 현장감이 느껴진다. 거기에 진심이 담겨 있다.

처음 보는 사이여도 안녕하세요? 가 아니라 안녕하셨어요?라고 인사하는 작가님 요령도 익혀야겠다.

늘 미루며 살던 소소한 행복과 치열한 삶 그리고 감성을 사진 속에 담는 그 과정이 참으로 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가장 행복한 사진이나 인생이 언제인지 물어본다면, "지금 이 순간이라고" 담백하게 말하고 싶다.

우리의 인생은 계속 ing이니까.


'알파미디어'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읽고 작성했습니다.

평소 관심 있는 분야의 도서만 신청하여 서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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