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서 나는 죽어도 좋았다
김병종 지음 / 너와숲 / 2022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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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점

'글이 그림이 되는 순간이 있다'

서울대 명예교수(사십여 년간 서울대 미대에서 미술을 가르쳤고), 가천대 석좌교수 등

여전히 그림이 밥, 글이 반찬이라는 사명 안에 개인전으로 기록하고 있는 저자를 ≪거기서 나는 죽어도 좋았다≫에서 만날 볼 수 있다.

'덜어내는 미학으로 본질로 다가가는 그림'

순수 추상처럼 '김환기' 화백이 생각나기도 하고

정서적인 느낌처럼 '박수근' 화백이 떠오르기도 했다.

여행을 통해 글과 그림으로 기록하는 그에게서 '지금 이 순간 행복하세요'라는 말을 전해 듣는다.

비우기 때문에 채워지고, 채워지기 때문에 다시 비워야 하는 자연의 이치처럼

길가에 핀 들꽃만 봐도 여유 있게 관찰하는 저자를 닮고 싶다.

인상깊은구절

그날 밤, 어둠을 뚫고 온 하얀 양란은 '생은 계속 된다'는 메시지 같은 것을 담고 있었다. p22

스완호텔, 내가 아직 미혼의 남녀에게 신혼여행지로 추천하는 곳 중 하나다. 스완호텔은 영국 서북부 글라스미어에 있는 오래된 호텔이다. p43

와인을 입술에 대는 것도 말이다. 세상에는 아직도 뼈가 부서져라 일해도 하루 세 끼가 자유롭지 않은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는 생각이 지나가면 그렇다. p64

"아름다운 기억의 그늘에서는 죽음의 고통도 멎는다" p68

그녀는 내게 이젠 사하라에 중독되어버린 것 같다며 웃었다. 때로는 부드러운 것보다 사나운 것이 우리를 치유한다. 달콤한 것보다 쓰디쓴 것들이, 풍요보다 결여가, 기쁨보다 슬픔이 우리를 다시 일어서게 한다. 사하라가 바로 그 경우다. p74

"중요한 것은 마음의 평화랍니다. 삶의 짐일랑 가급적 가볍게 지세요"라고 말없이 가르쳐준 그곳을. p121

잔잔히 불어오는 바람이 달다. 아, 이 휴식의 달콤함이라니. 나는 그동안 쉬는 법을 몰랐다. 어디 나뿐이랴. 내 또래 한국인이라면 너나없이 그럴 터이다. 이곳에 머물며 나는 시간의 여백을 바라본다. p180

아직도 그 황홀한 풍경들은 눈앞에 잔상으로 남아 간단 없이 떠오른다. 그 떠오르는 풍경들을 화폭에 담아내는 바로 그 지점으로부터 내 마음의 여행은 다시 시작되는 셈이다. p235

장터에 들어설 때마다 나는 '아아, 삶이란 절실해서 더 아름다운 것이로구나. 나도 살아봐야겠다'는 의욕이 충전된다. 몇 사람의 눈과 평가에 의해 촉각을 곤두세워 그림이 안된다고 탄식한 일도 미안해진다. p272

총평

아름다운 곳에 가서도 일 생각, 자식 생각, 돈 생각에 지금 눈앞에 있는 그 자체를 느낄 수 없는 사람이 많다.

≪거기서 나는 죽어도 좋았다≫ 김병종 저자는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 다니면서 '여행자'가 아닌 그 동네 사람이 되어 이방인이 모를 수 있는 내용을 알고자 느긋하면서도 꾸준하게 다가가는 모습이 관찰된다.

자신이 가진 짐을 잠깐 내려놓고 온전히 '지금 여기'를 느끼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언제 올지 모르는 지금 여기서 즐길 수 있는 모든 선택을 누릴 수 있는 저자처럼 우리는 거기서 죽어도 좋을 만큼 이 순간을 누려야 한다.

죽어도 좋을 만큼 가슴 뛰게 느껴본 적이 언제였는지,

저자처럼 설레는 순간을 느끼고 기록하는 삶은 더욱 내 삶을 벅차게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여행을 다니면서 '사진'을 남기는 것처럼 저자는 문장과 그림으로 여행을 추억한다.

그땐 쓴 문장과 그림만 봐도 그때 추억이 되살아나고 감정이 고조될 상상에 미소 짓게 한다.

수많은 호텔, 사하라, 나일강변, 베를린, 북아프리카, 남미 등 수많은 여행지를 그림과 함께 힐링할 수 있다.

아름다움을 보는 연습을 해야 닭살 돋을 만큼 일상이 마법이 되는 순간을 느낄 수 있도록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해야겠다.

저자는 장소를 색으로 기억하는 화가로 유명하다.

그가 기억하는 장소를 어떤 색깔로 표현했는지 보고 있노라면 색채 속에서 카타르시스 느낄 수 있다.

저자가 다녀온 여행지들 내게는 낯선 곳이지만 다양한 색깔로 설레게 한다.

≪거기서 나는 죽어도 좋았다≫ 원초적 색채의 황홀함을 그림과 문장을 통해 사색할 수 있다.

기쁨 방향으로 가기로 결정한 그가 바라본 세상은 거기서 죽어도 좋을 만큼 좋다.

책이 나에게 하는 질문

"사물에 주인이 있는 것처럼 말에도 주인이 있다. 그러니 앞으로는 언어를 고를 때 주인이 있다부터 살펴라." p183

말에도 주인이 있다는 문장이 참 설렌다.

주인이 없는 말은 여기저기서 헛소문을 만든다.

'주인'이 있는 말을 하기 위해서는 내뱉기 전에 올바른 질문인지 생각을 거쳐야 한다.

'세 번 생각하고 말하라'라는 옛 어른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지만

'툭'하고 던지는 말투가 왠지 인스턴트처럼 자극적이고 진해서 지금까지 주인이 없는 말을 남발하고 산 것 같다.

'언어를 고를 때 주인이 있다'부터 살피라는 문장처럼

좋은 말, 향기 나는 말, 기분 좋게 하는 말 등 나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는 것에 참 감사하다.


'너와숲'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읽고 작성했습니다.

평소 관심 있는 분야의 도서만 신청하여 서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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