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가의 노래 - 혼자서 거닐다 마주친 작고 소중한 것들이 건네는 위로
이고은 지음 / 잔(도서출판) / 202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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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점

화가이면서도 산책가, 그리고 작가랑 동갑이라서 그런지 몰입도가 높았다.

시와 함께 이고은 작가가 그린 그림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눈이 즐겁고 머리가 상쾌해지는 것 같다.

작가가 산책을 하며 느꼈던 감각 감상이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천천히 때로는 빨리 걸으면서 귀 기울이고 들여다보고 가만히 멈추고 느꼈던 것을 시로 풀어내고,

그에 맞게 시각(그림) 적으로 표현해 주는 부분이 감사하다.

산책은 두발로 사유하는 철학이라고 표현하지 않던가.

인상깊은구절

민들레 / 바람이 불 때마다 멀리멀리 떠나가 버릴 듯이 흔들리다가 나도 모르게 그대에게 날아가 노오란 꽃을 피워 놓고서 서둘러 바람을 타고 다시 날아와 버렸네. p44

물고기가 뛰어오르자 흔들리며 희미한 추상화가 되었다. 이 순간을 그리고 싶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아름다운 것을 그리고 싶다. p56

산책하면서 내 눈길을 끌고, 가까이 다가가 가만히 들여다보며 너 참 예쁘구나, 말해주고 싶은 것들은 대부분 이름도 모르는 들꽃이다. 비 온 뒤에 피어난 예쁜 들꽃을 보며 나는 들꽃이다, 장미는 장미대로 들꽃은 들꽃대로 저마다 있는 그대로 완벽하게 아름답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p82~83

가만히 귀 기울이면 들리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보이고 가만히 느끼면 알 수 있는 것을 담아 놓고 싶다. p108

작은 것들도 살기 위해 몸부림친다 / 하루하루 숨을 쉬고 살아감에 그저 감사할 일이다. p143

다시 돌아온 이 봄에도 이렇게 나는 살아 있다. 쓸쓸하지도 외롭지도 않고 설레지도 들뜨지도 않고 봄이 오면 묵묵히 피어나는 저 나뭇가지의 꽃처럼 가만히 이 자리에서 다만 살아가고 있다. p185

총평

혼자서 거닐다 마주친 작고 소중한 거들이 건네는 위로는 무엇이었을까!

≪산책가의 노래≫ 이고은 에세이를 만났다.

비, 꽃, 물, 곤충, 바람, 빛, 우산, 엄마, 커플, 향기, 새, 노오란, 벚꽃, 날개,

빨리 세상을 바라보면 풍경이 보이지만,

천천히 산책하며 걸으면 그 풍경 안에 숨어 있는 작고 소중한 것들이 보인다.

들여다보면 보이고 올라갈 때는 없던 꽃을 내려올 때는 보게 되는 즐거움이 생긴다.

산책가의 노래는 풍경 안에 숨은 작고 소중한 것들을 듣고, 보고, 느끼고 담는 과정을 시와 그림으로 담고 있다.

일상적인 만남이지만, 결코 보통의 것들이 아닌 특별한 의미가 잠들어 있다.

그것을 기록으로 적고 사색하며 걸어갈 때 내게 오는 감각 모두가 노래로 들리는 이고은 작가는 얼마나 신나고 행복할까! 오늘도 작고 이쁜 것들을 많이 담아보는 하루가 되어야겠다.

작은 메뚜기가 거미줄에 걸렸고, 엉성한 거미줄을 가지고 있는 작은 거미는 오늘 첫 사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그리고 작은 메뚜기를 놓쳐서 아쉬움 가득 안고 거미를 째려보는 사마귀.... 산책을 하면서 어쩜 곤충에 이입되어 표현을 맛깔나게 할까! 작가 시각에서 바라보는 일상은 작고 아름답고 이쁘면서도 우주의 진리를 품고 있다.

영화 어거스트 러시 주인공은 길가에 들리는 모든 소리가 노래가 된다.

산책가의 노래도 바람이 풀잎을 스쳐가는 소리, 물결이 빛을 노래하는 소리 등

오늘 만남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꽃향기에 향기롭다고 말하며 그 안에서 나 또한 꽃이 되는 작가가 부럽다.

산책에서 만나는 세계와 내면이 닿는 그 순간에 설렘을 잊지 말아야겠다.

'파랑새'는 멀리 있지 않고 언제나 바로 우리 곁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신해철 '나에게 쓰는 편지'가 생각이 난다.

점점 빨리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나의 마음도 조급해지지만,

우리가 찾는 소중한 것들은 변하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는 가사처럼,

산책을 하며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마음을 갖자.

도화지에 물감이 담긴 물방울을 떨어트려 자연스럽게 퍼지는 효과로 그려지는 이고은 작가에 수채화가,

일상 속에서 교감되는 노래들은 결코 산책만 해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관찰이 뛰어나고, 기다릴 줄 알며 그 안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그 내면이 닮아가고 싶어진다.

산책을 하며 위로받고 일상에서 에너지를 얻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책이 나에게 하는 질문

이고은 작가님처럼 그림을 그려보아요.

하얀 한지를 사고,

벚꽃 모양으로 자르고,

먹물 다섯 방울을 중간중간 떨어트리고,

그 먹물이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드라이기로 바람을 불어 가지를 만든다.

잘라진 벚꽃 잎을 가운데를 중심으로 여러 장 합쳐 벚꽃을 만든다.

벚꽃잎이 된 한지에 물을 머금게 하고 분홍색 물감을 품은 물방울을 떨어뜨린다.

가운데로부터 한지가 분홍색을 퍼트리며 물드는 꽃잎을 바라보며 즐거움을 느낀다.

그리고 이고은 작가를 조금 더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본다.


'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읽고 작성했습니다.

평소 관심 있는 분야의 도서만 신청하여 서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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