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하는 일 - 지난 시간이 알려 준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마음가짐에 대하여
권미선 지음 / 허밍버드 / 2021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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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점

라디오 작가 권미선의 세 번째 에세이는 ≪시간이 하는 일≫에서 삶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나를 반겼다.

돈도 안되는 '독서'라는 취미를 가지고 있고,

매일 글을 쓰면서 타인들과 어울리긴 보다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하여 즐기는 저자가 왠지 나 같아서 몰입해서 읽었다. 타인이 보기엔 그 시간에 돈 버는 일을 하나 더 하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가지고 있는 것에 집중하고 계속 자신을 들여다보고, 물어보고, 살펴보고, 어디 잘못 꽂힌 마음이 없는지, 신나는 마음은 없는지, 잘 지내고 있는지 물어보고 기록을 축적하는 고마움이 독자의 마음을 위로한다.

인상깊은구절

세상 사람들은 나에게 그리 관심이 없다는 것을. 그들은 자기 삶을 살기에도 너무나 바쁘다는 것을. p239

작고 사소한 것.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이 그렇다. 멈춰 선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다시 일어서게 한다. p210

온전히 걷기에만 집중하는 시간. 그 시간이 좋아졌다. 그건 내가 내 몸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p196

'교감의 실'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삶은 보이지 않는 천 가닥의 실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 교감의 실을 따라서 우리 행동이 원인으로 전달되고, 그게 결과가 되어서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p183

그게 어떤 일이든 자신을 위한 것이라면, 스스로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애써 볼 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노력한 시간은 사라지지 않고 자신 안에 차곡차곡 쌓이게 되니까 말이다. p121

내가 그 사람을 바꿀 수는 없었다. 그러니 괴롭지 않게 일할 방법은 한 가지뿐이었다. 싫어하는 내 마음을 바꾸는 것. 그 사람의 좋은 점을 더 많이 생각하는 것. 그는 나와 일하는 사람일 뿐이지 평생을 함께할 반려자가 아니었다. 내 기준에 맞춰 모든 것이 좋기를 바라는 마음은 욕심이었다. 처음에는 노력이 필요했지만 조금씩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졌다. p111

버는 돈이 적다는 것은 여러모로 불편한 일이다. 하지만 돈을 더 벌려면 내 시간을 다른 곳에 써야 했다. 무리해서 다른 일을 더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나는 시간 부자로 사는 것, 내 시간을 마음대로 쓰는 것이 좋았다. p79~80

이 질문은 방향이 잘못되었다. 나는 내 삶을 나에게 묻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묻고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서 방법을 찾으려고 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타인의 영향을 받으면서 산다. 그 과정에서 남들이 추구하는 행복의 기준이 내가 원하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p73

무언가를 버린다고 삶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단순해지는 데, 생각을 정리하는 데는 도움이 되었다. 물건을 버리는 것에서 시작해 마음을 오래 담아 둔 일, 내가 나를 괴롭게 하는 리도 조금씩 버리게 되었다. 물건을 버린다는 것은 결국 생각을 버리기 위한 연습인지도 모르겠다. p44

총평

권미선 라디오 작가는 적게 벌면 적게 쓰고, 타인과 어울리는 시간보다 자신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삶에 익숙해 있는 사람이었다. 조급함을 갖고 남들과 삶을 비교하면서 살았던 그녀가 값비싼 음식을 먹고 들어온 날은 체하거나 허기를 느끼고 불안해지는 것을 느낀 이후로 '여유'와 '나에게 좋은 것을 주는 사람'으로 기록하고 거듭나면서 깨달음을 담은 따뜻한 시선들이 ≪시간이 하는 일≫이다.

진정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지 않고 오래 생각하지 않는 '소비의 세상' 속에서 홧김 비용으로 기회를 날리긴 보다는 허기가 느껴지지 않도록 자신을 좋아하는 삶에 투자하고 익숙해지도록 자극했다.

저자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을 때 괴로워지고, 잃을 것이 많을 때도 역시 괴로워진다고 말하고 있다.

우린 선택과 집중, 기회비용을 통해 '질량 보존의 법칙'을 깨닫고 살아야 하는데 갖고 싶은 모든 것을 갖고자 노력하고 채우려고 애쓰다 보니 생각도 삶도 마음도 체력도 오늘을 사는 것이 아닌 걱정에서 허우적거리는 바보 같다는 사실을 전달하고 있다. 계속 미래를 이야기하는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면 지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내 삶을 돋보기로 들여다보고 있는 건 아닌지 한걸음 물러나서 상황을 바라본다면 그것이 어둠의 숲일지, 하늘 위에 떠 있는 별 인지 통찰할 수 있지 않을까.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권미선 작가가 느끼고 기록하는 일상들이 잃어버렸던 나 자신과 대화하는 느낌이 들어 참 좋았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조언하긴 보단 최대한 입을 다물어야 한다는 사실도,

순간순간의 관계에 충실하되 너무 많은 기대도 하지 않고 너무 멀리까지 생각하지도 않아야 한다는 깨달음도,

너무 가까이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야 잘 보인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는 것,

친했던 지인도 그때의 온도가 맞았을 뿐, 모든 계절이 변하듯 우리는 서로 다른 계절에 살게 된다는 헤어짐도,

미워한다는 것은 결국 그에게 시간을 쓴다는 사실,

비교에는 끝이 없고 내가 아무리 많은 것을 갖게 되더라도 언제나 내 앞에는 더 많이 가진 사람이 있을 거라는 것,

주옥같다. 삶을 살아가면서 일을 하면서 가끔 눈물을 흘리고 이불 속에서 나오지 않고 우울했던 그 시절 깨달음이 나의 책인 것처럼 녹아져 있어 위로가 되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다른 그 누구도 나와 같은 경험을 하고 아파했구나 그리고 버티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용기를 배웠구나 하며 저자처럼 괜찮아졌다.

내 삶의 주인공은 내가 되어야 하고, 타인이 내 삶의 나침판이 되면 안 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고 살고 싶다.

내 몸에 맞는 행복은 내 생각과 마음속에서 나를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권미선저자가 다시금 기억나게 해주었다.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미리 작성하는 유언장 일 수도 있고 버킷리스트 일 수도 있다. 남들처럼 산다면 삶이 달라질 수 있을까? 나의 방향성, 속도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황에 따라 경험에 따라 생각도 변하고 나도 변한다. 영원한 것은 없고 온전한 내 것도 없으니 너무 끌어안고 살지 말고 여행자처럼 필요한 것만 가지고 자급자족하며 도움도 받고 일도 하면서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가져야겠다.

권미선 저자가 기록한 깨달음은 산전수전 겪은 베테랑 같다.

살아가는 철학이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아님 지극히 평범하다고 해야 할까.

그 평범한 철학이 가진 힘은 나를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삶을 바꾸는 데 중요한 것은 돈도 아니고 장소도 아니라는 사실, 지금 힘들다고 떠난다면 다른 곳에서도 힘들다는 사실, 지금 여기서 뿌리를 내리고 꽃을 필 수 있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 다른 곳에 가서도 괜찮을 거라는 삶의 방향성이 똑같아 읽는 내내 함께 울고 분노하고 괜찮아졌다.

계속 오르막일 것 같던 길도 내리막이 있듯이 영원한 것은 없다. 조금은 느긋하게 조금은 여유 있는 삶을 조금은 가진 책임과 무게를 내려놓아도 삶은 이어간다.

비슷한 온도를 가진 저자를 만나 행복하고 감사하다.

권미선저자의 삶의 작은 선의를 베풀고자 에세이≪아주, 조금 울었다≫, ≪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를 구입해서 읽어봐야겠다.

책이 나에게 하는 질문

'나도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작은 선의가 그 사람의 오늘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촉매제가 된다면 당연히 위로해 주고 싶다.

지금은 퇴사하고 시설장으로 간 동료 선생님은 나와 2인 1조로 활동하는 동료였는데,

가끔은 나보다 먼저 회사에 나와 문을 개방하고 보일러를 가동하고 청소 및 정리를 한 후 나를 반겨줬다.

그분은 내가 해야 하는 아침 일을 모두 끝내고 샌드위치와 함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 주었다.

10분이라는 작은 시간이지만 그 작은 선의가 나를 마음 부자가 되게 해주었고 나 또한 작은 선의로 보답했다.

일을 하면서 내게 주어진 일만 하다 보면 '말도 마음도 가난'해진다.

작은 선의와 함께 나 또한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고 마음 부자가 될 것이다.


'허밍버드'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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