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미선 라디오 작가는 적게 벌면 적게 쓰고, 타인과 어울리는 시간보다 자신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삶에 익숙해 있는 사람이었다. 조급함을 갖고 남들과 삶을 비교하면서 살았던 그녀가 값비싼 음식을 먹고 들어온 날은 체하거나 허기를 느끼고 불안해지는 것을 느낀 이후로 '여유'와 '나에게 좋은 것을 주는 사람'으로 기록하고 거듭나면서 깨달음을 담은 따뜻한 시선들이 ≪시간이 하는 일≫이다.
진정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지 않고 오래 생각하지 않는 '소비의 세상' 속에서 홧김 비용으로 기회를 날리긴 보다는 허기가 느껴지지 않도록 자신을 좋아하는 삶에 투자하고 익숙해지도록 자극했다.
저자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을 때 괴로워지고, 잃을 것이 많을 때도 역시 괴로워진다고 말하고 있다.
우린 선택과 집중, 기회비용을 통해 '질량 보존의 법칙'을 깨닫고 살아야 하는데 갖고 싶은 모든 것을 갖고자 노력하고 채우려고 애쓰다 보니 생각도 삶도 마음도 체력도 오늘을 사는 것이 아닌 걱정에서 허우적거리는 바보 같다는 사실을 전달하고 있다. 계속 미래를 이야기하는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면 지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내 삶을 돋보기로 들여다보고 있는 건 아닌지 한걸음 물러나서 상황을 바라본다면 그것이 어둠의 숲일지, 하늘 위에 떠 있는 별 인지 통찰할 수 있지 않을까.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권미선 작가가 느끼고 기록하는 일상들이 잃어버렸던 나 자신과 대화하는 느낌이 들어 참 좋았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조언하긴 보단 최대한 입을 다물어야 한다는 사실도,
순간순간의 관계에 충실하되 너무 많은 기대도 하지 않고 너무 멀리까지 생각하지도 않아야 한다는 깨달음도,
너무 가까이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야 잘 보인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는 것,
친했던 지인도 그때의 온도가 맞았을 뿐, 모든 계절이 변하듯 우리는 서로 다른 계절에 살게 된다는 헤어짐도,
미워한다는 것은 결국 그에게 시간을 쓴다는 사실,
비교에는 끝이 없고 내가 아무리 많은 것을 갖게 되더라도 언제나 내 앞에는 더 많이 가진 사람이 있을 거라는 것,
주옥같다. 삶을 살아가면서 일을 하면서 가끔 눈물을 흘리고 이불 속에서 나오지 않고 우울했던 그 시절 깨달음이 나의 책인 것처럼 녹아져 있어 위로가 되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다른 그 누구도 나와 같은 경험을 하고 아파했구나 그리고 버티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용기를 배웠구나 하며 저자처럼 괜찮아졌다.
내 삶의 주인공은 내가 되어야 하고, 타인이 내 삶의 나침판이 되면 안 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고 살고 싶다.
내 몸에 맞는 행복은 내 생각과 마음속에서 나를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권미선저자가 다시금 기억나게 해주었다.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미리 작성하는 유언장 일 수도 있고 버킷리스트 일 수도 있다. 남들처럼 산다면 삶이 달라질 수 있을까? 나의 방향성, 속도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황에 따라 경험에 따라 생각도 변하고 나도 변한다. 영원한 것은 없고 온전한 내 것도 없으니 너무 끌어안고 살지 말고 여행자처럼 필요한 것만 가지고 자급자족하며 도움도 받고 일도 하면서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가져야겠다.
권미선 저자가 기록한 깨달음은 산전수전 겪은 베테랑 같다.
살아가는 철학이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아님 지극히 평범하다고 해야 할까.
그 평범한 철학이 가진 힘은 나를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삶을 바꾸는 데 중요한 것은 돈도 아니고 장소도 아니라는 사실, 지금 힘들다고 떠난다면 다른 곳에서도 힘들다는 사실, 지금 여기서 뿌리를 내리고 꽃을 필 수 있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 다른 곳에 가서도 괜찮을 거라는 삶의 방향성이 똑같아 읽는 내내 함께 울고 분노하고 괜찮아졌다.
계속 오르막일 것 같던 길도 내리막이 있듯이 영원한 것은 없다. 조금은 느긋하게 조금은 여유 있는 삶을 조금은 가진 책임과 무게를 내려놓아도 삶은 이어간다.
비슷한 온도를 가진 저자를 만나 행복하고 감사하다.
권미선저자의 삶의 작은 선의를 베풀고자 에세이≪아주, 조금 울었다≫, ≪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를 구입해서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