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나는 젊은 네가 그립다 - 임채성 시집
임채성 지음 / 판테온하우스 / 2021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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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좋았던 점

신이 선물해 준 '지우개'를 왜 다시 가져갔을까?

저자가 쓴 '지우개'를 읽으며 사람은 참 간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든 깨끗이 지울 수 있는 지우개가 있어 가난을 지웠고 그로 인해 온 세상이 웃음으로 가득했지만 더는 열심히 일해야 할 이유가 없어진 사람들은 게을러지고 거만해졌다는 이야기.

두 번째로 절망을 지우니 온 세상 희망이 가득해지고 희망만 품을 뿐이고 세상 절망이 사라졌기 때문에 희망 역시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이야기.

하늘 꼭대기에서 바라본다면,

이름 없는 풀잎도

작디작은 메뚜기 한 마리도

다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다는 느낌이 든다.

존재 자체가 의미이고 다 필요로 인한 신이 만든 그 무언가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살자.

지우개를 잘 사용하지 못하는 인간들을 보며 화가 난 신이 지우개를 '회수'하고 가난과 절망 등이 다시 도래했다.

하지만 이미 웃음과 희망 등을 맛보고 중독된 그들은 여전히 거기서 살고 헤어나지 못한 채 많은 것을 찾으려 더 많은 거짓말을 하고 '지우개'를 찾아 떠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젠 신이 준 '지우개'는 없다.

그러나 판도라 상자처럼,

우리에게 희망같이 '망각'이라는 선물로 신은 균형을 맞춘다.

망각이라는 그 선물은 이름이 다른 또 다른 '지우개'가 아닐까.

있음에 감사하고 없을 때 소중함을 뒤늦게 깨닫지 말자.

특별한 것도 계속 내 것이 내다보면 평범함 것이 되고 소중한 물건이 아니게 된다.

평범한 것이어도 계속 의미를 주고 애정 해주면 특별한 것으로 재탄생하게 되기도 한다.

계속 까먹는다고 속상해하거나 안타까워하지 말자.

어떤 것이 존재한다면 그 상대되는 어떤 건은 그를 빛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상깊은구절

수많은 현자가 아무리 "행복하라"라고 해도 그때뿐, 행복은 아득하게 멀기만 하다. 그만큼 삶은 힘들고 외롭다. 중요한 것은 올라갈 때는 그것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내려올 때쯤에야 그것을 깨닫는다. 높은 곳에 있을 때보다 낮은 곳에 있을 때 진실한 나와 비로소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나이 듦의 성장통에서 오는 성찰이다. p167

"슬픔 때문에 누릴 수 있는 심리적 특전은 슬픔이 애매모호한 것을 이해하게 하고, 삶의 진실이 절대 하나가 아니라 적어도 둘, 보통은 그 이상임을 일깨운다는 점이다." p165

두 번째 이별 - 한때는 밤마다 내 꿈속을 뒤흔들던 당신 이제 나는 당신을 모릅니다 모른다는 건 기억하지 못한다는 기억하지 못한다는 감정이 없다는 감정이 없다는 내 안에 당신이 없다는 것 p131

너는 나의 첫 시작이었다 - 너는 비를 좋아했다 비는 사람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고 했다 순진한 나는 너를 담듯 그 말을 가슴에 담았다 그것이 깊은 수렁이 되어 평생 나를 가둘 줄도 모른 채 사람이 사람을 가슴에 담고 사는 것보다 가슴 아픈 일이 또 있을까 지금까지 크게 후회할 일 없아 살아온 내가 유일하게 후회하는 일이 있다면 네게 사랑받지 못한 것이다. 나는 너의 무엇이었을까 너는 나의 무엇이었을까 나는 너의 잊혀진 과거여도 좋다 너는 나의 첫 시작이었니 p88~89

잠 못 이루는 밤의 다짐 -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쓸데없는 참견과 트집이 아닌 따뜻한 침묵 세상에는 나와는 상관없는, 가만히 내버려 둬도 괜찮은 것들이 얼마든지 있지 괜히 나서서 마음 졸이지 말고 조용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애매한 것일수록 자유를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꽃잎처럼 가볍게 마음을 비우자 p60

총평

≪나이 들수록 나는 젊은 네가 그립다≫

임채성 저자가 말해주는 은유법에 취해 혼자 웃다가 딸내미가 "아빠 이상해"라고 말했다.

젊은 네가 그립다고 말하는 저자는 과거를 회상하고 현재에서 도망치고 있던 걸까?

읽으면서 오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과거에 사는 것이 아닌 과거를 잘 맺음으로 현재에서 살아갈 힘을 얻는 멋진 분이다.

'불혹'처럼

흔들림이나 동요가 없이 고요한 마음 상태를 가지기 위해 생각과 과거를 곱씹으며 의미를 만들어 가는 문장 하나하나가 무겁고 세상 부질없는 것들에서 빨리 멈추었으면 한다.

때늦은 후회와 미련 오지 않은 것들에 대한 걱정과 염려는 빨리 멈추고 밖에서 얻던 에너지를 안에서 얻어보자.

세월이 지나 나이는 자연스럽게 올라갔지만 젊은 정신과 마음을 재발견할 수 있고 더욱 오래 기억하려는 노력으로 선명해질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이룬 것보다 이루지 못한 것이 많고,

현재보다 과거가 행복했던 전성기가 아니었나 싶은 그리움이 더해간다.

임채성 저자가 한 문장 한 제목으로 내게 전달해 주는 느낌은,

과거를 피하지 말고 마주 보라는 것,

고난을 장애물로 보지 말고, 디딤돌로 삼고 미련도 담담하게 순응하며 내 것의 일부라고 생각하자는 것,

돌아가신 할머니 반찬이 그립고, 더는 만날 수 없는 사람들과 내게 애착을 선사한 그 무언가의 아름다운 기억에서 위로를 받고 현재 보이는 것을 다양한 각도, 제대로 바라보기를 희망하고 있다.

어디 흔들리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살면서 한 번도 길을 잃지 않은 사람은 없듯이 누구나 살아 있다면 흔들립니다.

임채성 저자는 소중한 것일수록 늦게 오기 때문에 흔들리는 것도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세상 살아가는 것은 동전의 양면처럼 행복은 변함없는 일상에서 오고 아픈 사랑일수록 더 아름답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줍니다.

젊은 네가 그리울수록 현실에 더 순응하고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좋은 것일수록 쉽게 친해질 수 없고, 엉망진창 같은 삶이 힘들어할 때 행복이 코앞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살기도 한다는 사실에 사색하게 하는 힘을 가진 시집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오늘 포스트잇 된 부분을 다시 읽으며 임채성 저자가 말해주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재발견해 보겠습니다.

서점 가시면 함 만나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책이 나에게 하는 질문

가끔 책을 읽으면서 혼자 웃고 다음 부분이 궁금해서 계속 보게 되지 않나요? 왜 그런 날이 있잖아요.

≪나이 들수록 나는 젊은 네가 그립다≫ 시집

저자가 은유하고 점묘법으로 스며시 다가오는 문장이 나를 사로잡았다.

40대 후반에 저자가 살아온 과정을 보니 그때 비로소 보지 못했던 그 무언가를 발견하고 그리워했지만,

순응하고 인정하며 그것을 디딤돌 삼아 부끄러워하지 않고 즐기는 모습 하나하나가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아 입 밖으로 웃음이 새어 나오다 옆에 있던 딸내미가 이상하게 나를 쳐다봤다.

문장 하나에 나도 그런 적 있어 공감하고,

제목 한 문장에 위로를 받고,

임채성 저자가 말하는 그 단어 하나에 품은 우주를 발견하고 함박웃음 짓게 하는 시집이다.

책도 내게 인연이 있듯 아무리 열심히 친해지려고 해도 쉽게 다가오지 못하는 책이 있는 반면

이렇게 내게 웃음과 사색을 동시에 선사해 주는 저자를 만나면 그날 하루는 나사 하나 빠진 것처럼 실실 쪼개면서 기분 좋은 날이 된다. 오늘은 그런 날이다.


'판테온하우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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