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 보이는
이호준 지음 / 몽스북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았던 점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이 바로 산책이다.

이호준 저자는 사진 생활을 즐겁고 지속하기 위해서는 '잘 걷기'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즉 "발로 사진을 찍는다"고 걷기 예찬가인 장 자크 루소처럼 걸으면서 일상을 보고 걸으면서 철학을 깨닫고 걸으면서 창조적 영감을 얻고 그것을 토대로 사진을 찍으며 그것이 바로 나를 표현하는 행위가 된다는 사실을 사진 속에서 곰탕처럼 펄펄 끓으며 알려주는데 사진만 봐도 진국임을 바로 알 수 있다.

가장 기본이면서도 어려운 수직, 수평을 잘 맞추는 작가 덕분에 눈이 호강한다.

어떻게 보면 반듯한 사진으로만 보이는 기본적인 수직 수평은 카메라 사진을 찍어보면 안다. 생각보다 어렵다는 사실을. 저자는 수직과 수평을 예술적으로 담고 있어 사진 속에서 말하는 메타포가 많다. 눈이 즐겁고 편안하다.

사진 취미생활을 하는 입장으로서 저자의 구도를 닮고 싶다.

균형과 조화를 구현하는 사진, 1차원에서 4차원까지 생각할 수 있는 깊이가 있는 사진을 찍으며 일상에서 행복한 상상을 하게 한다.

인상깊은구절

사진의 깊이

"사진은 카메라가 찍는 게 아니라 눈과 마음으로 찍는다."

여기에 사진의 진실이 있다.

찍는 자에겐 창의적 시각과 철학적 사고, 그리고 지속적인

열정이 필요하다.

물론 이런 것들이 마음먹는 대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시각은 타고나야 하고 철학은 자기 성찰의 결과이며

열정은 단순한 흥미와 즐거움을 뛰어넘어야 한다.

노력하여 도달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미 내 자신 속에 있을지 모르니 일깨워야 한다. p229

여백

채운다고 모두 충만해지겠나.

더한다고 마냥 뿌듯한 것도 아니다.

빈자리를 남겨두면 보기도 좋고 마음도 여유로워진다.

빈자리가 일깨우는 아름다움은 은근하다.

빈자리만큼의 상상도가 가능하다.

최상의 디자인, 최고의 구도는 더 이상 뺄 게 없는 상태.

복잡하게 얽힌 세상에서 단순함과 허허로움이 마음에 와닿는 건

역설이자 순리다. p196

지는 꽃도 꽃이다.

꽃은 하늘에서 피고 땅에서 진다.

망울이 맺히고 시들어 떨어질 때까지 어느 순간이든, 꽃은 꽃이다.

가장 애잔한 것은 땅에 떨어진 꽃.

수분이 빠져나가 말라버린 꽃은,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땅에 떨어진다.

바스러질 듯 주름 잡힌 땅의 꽃은 애잔해서 더 아름답다. p142

총평

부지런히 발로 뛰며 일상 속에서 마주 보는 어떤 사물을 마주 본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재미있는 사실이라는 것을 저자 책 ≪걸으면 보이는≫ 사진 에세이 책을 통해 느껴볼 수 있다.

열심히 기다린다고 보이는 것도 아니고 생각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

익숙한 곳을 천천히 걸으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신비함을 발견하거나 내 시선에 애정을 담으면 어느 순간 돌도 꽃으로 다가오는 마법 같은 일상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담아보고 싶어진다.

그냥 한그루 나무였을 뿐인데, 어느 날 애정을 담아 바라보니 '벼락'처럼 이뻐 보인다.

한그루 나무를 축복하면 나 또한 축복받는 느낌, 햇살 한 줄기가 특별해 보이고 그 햇살에 비치는 잎사귀 또한 평범하지 않게 보인다. 삶이라는 것이 다 이런 것이 아닐까. 긍정적인 관점과 생각으로 무장하면 이해보다 편향적으로 보여주기만 하는 이 시대에서 자신을 잃지 않고 올바른 자기 가치관을 확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잠시 동안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걸으며 바람과 이야기하고 땅과 소곤거리며 햇빛과 눈 맞춤하자.

어떤 목적지만 생각하면 사는 인생을 서글프다.

저자가 낸 ≪걸으면 보이는≫ 책 제목처럼 걸으면 이점이 많다.

걷다가 문득 '벼락'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보게 되거나,

걷다가 평상시 보던 꽃이 다르게 보이는 관점을 갖게 되거나.

걷다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의 평안을 얻기도 한다.

우리의 인생은 '간이역'처럼 살아야 한다.

서울역이 도착지라면 서울역만 생각하지 말고 간이역에서 내려 목적에 대한 열망에서 벗어나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쉼터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의 인생은 서울역에 있는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 들리는 '간이역'에 있는 것은 아닐까 한다. 빠른 속도로 변하는 세상에서 나만의 속도, 나만의 감성을 지니고 현재 멈춤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지금-여기서 살 수 있을 것이다.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중에서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갖는 것이다"라는 문장처럼 무심코 흘려버리는 시간을 사진으로 붙잡고 걷기를 통해 사유한다면 모든 감각이 활성화되고 관능의 세계로 들어가는 의식을 경험할 수 있겠다.

저자가 건네는 사진 하나하나가 주는 의미가 많아 보는 내내 여러 가지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된다.

명품인 수직 수평구도 덕분에 눈이 호강하고,

걷기를 통한 사색이 담긴 문장에서 소름이 돋는다.

걷기는 각자에게 알맞은 리듬, 개인적인 호흡을 찾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걷다가 '벼락'처럼 느껴지는 풍경이 많다는 사실을 사진과 문장을 통해 계속 우리를 붙잡고 있다.

어느 날 풍경에서 어떤 아우라(포스) 느낀다는 것 그것이 바로 그 사물을 우러러볼 힘을 생겼다는 사실을 말이다.

걸으면서 나의 생각을 깨우고, 도착지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일어나는 일, 느낌, 만남이라는 기쁨을 깨닫고 누려보자.

저자처럼 발로 찍는 사진가, 나만의 속도로 걷는 사람이 되어보자.

책이 나에게 하는 질문

저자가 만든 책 구성처럼 책을 써 볼 생각은?

당연히 있다.

사진과 사색한 글,

사진과 시,

사진과 짧은 문장 등

비슷비슷한 스타일로 구성된 책들이 많다.

사진의 깊이가 다르고 문장의 다양성이 다르지만

빛을 담고 그 속에서 생각하고 실천하는 '자아'는 즐거워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인디자인으로 조금씩 만들어 가고 있다.

나만의 사진과 문장으로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기록하지 않으면 까먹고, 보이는 대로 살아가게 되기 때문에, 산책과 카메라 동행으로 삶을 더 풍요롭게 즐겁게 향상시켜야겠다.

중요한 것은 길을 걷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길을 걸으며 무엇을 만들어 내고 있느냐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이 장소가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임을 명심하고 늘 이 순간에 집중하자.


'몽스북'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