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꽃처럼 내게 피어났으니 - 개정증보판
이경선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1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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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점

모르는 단어들을 접하게 되고 뜻을 알게 되어 행복했다.

'백매', '단야' 등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고 흐르는 대로 사랑과 이별을 표현하는 이경선 작가 흐름이 세상을 넓게 포용하는 것 같아 '물'의 이미지가 생각나기도 했다.

사랑의 설렘과 이별의 아픔의 상태를 은유적으로 나타내는 듯하기도 하며, 사랑이라는 거대한 물속에서 익사하지 않으려고 자신을 떨어지는 빛방울로 승화시킨다.

누구나 사랑을 하며 만남을 소중하게 여기고 또 헤어짐을 통해 성숙해지듯이 사랑을 하고 있다면 그 과정을 감사하게 여기고 사랑해야 하며 이별도 사랑의 과정 중 하나로 자연스럽게 수용해야 함을 말하고 있어 이별을 겪어보면서 비로소 살아 있음의 상태에 더 가까운 것이라는 느낌도 들게 한다.

인상깊은구절

나선형

세상은 나선형 / 그대와 나의 걸음 또한 그러하리라 / 그대의 걸음과 나의 걸음 / 다르지만 같은 것이라 / 어긋난다 해도 언젠가 마주칠 거라 고대한다 / 나선형, 우리의 걸음이 그러하다만 세상 이치가 그렇듯 언제고 다시 마주할 테니 / 그대여, 부디 나를 잊지 말아주오 / 나도 그대, 단 한순간 놓치지 아니할 테니. p159

오늘은 그대가

하루가 가고 / 또 다른 하루가 찾아온 아침 / 오늘은 그대가 와주었을까 / 잠에서 깬 마음은 주위를 서성인다 / 그대의 흔적을 찾아서 / 혹시라도 그대 내게 와주었을까 봐서. p145

꽃무리

집으로 가던 길 문득 / 너 생각에 / 작은 꽃 하나 사왔다 / 나의 작은 마음 담아 / 네게 건넬 어여쁜 꽃무리 / 그래, 어여쁨이었다 / 꽃은 너의 어여쁨을 닮았다 / 그래서였다 / 꽃을 보며 너를 떠올린 건. p75

우리의 여름

당신은 여름이 온다 말했고 / 난 당신이 온 것이라 말했다 / 한 계절을 함께 보내는 일은 / 가치 축복된 것이라 말했고 / 같은 계절을 다시 맞는 일은 / 곧 뭉클할 행복이라 말했다 / 우리의 여름이 여러 해 되길 바랐다. p24

총평

방금 도착해 있는 사랑

시에서 사랑을 읽는 일이 잦아졌다. 그것은 사랑할 일이 많아졌다는 뜻이기도 했지만, 시가 그 사랑을 통해 독자와 독자가 경험한 적 있는 혹은 알 수 없었던 세계를 다시 연결시키면서 생성된 사랑 자체를 공유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저자의 감수성이 향하는 곳에서 나는 이제 사랑을 학습하게 되었고, 이별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하게 된다. 그럼에도 사랑이라는 것이 좀처럼 유지하기 힘들고 분투해야 하는 사실을 잊곤 한다.

이경선 시인의 문장을 통해 저자의 언어가 걸어 나와 여러 관점을 불러낸다.

사랑적 근원과 존재적 근원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하며 발견에 지나지 않고 사랑을 거듭 갱신하며 이른바 만남에 대한 태도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사랑'은 출발로서의 시작이 아니라 자신의 꽃을 근원으로 하여 지상에 피어난 어여쁨을 찾는 여정으로 다시 시작된다. 사랑의 시작과 끝이 교차하는 이 '어여쁨'의 세계에서 이별을 맞이하는 자기 탐색이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대 꽃처럼 내게 피어났으니≫ 사랑은 꽃을 피기 위해 어여쁨이라는 태도를 상정한 저자는 설렘으로 하여금 자신을 계속 피어나게 한다. 그 꽃은 이별이 끝난 상태가 아니라, 사랑이 지속되고 있는 상태임을 메타포로 깨닫게 해준다. 사랑과 이별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하는 태도의 질문으로 전환하고, 나의 오늘은 그대가 된 것처럼 읽어보기를 희망한다.

이쁜 단어들을 많이 사용하는 저자를 만나서 그런지 저자 문장 속 하나하나에서 이쁜 꽃향기가 나는 것 같다.

책이 나에게 하는 질문

삶을 시적으로 함축할 수 있다면?

일상에서도 관계가 조금 서먹해지면 바로 말하면서 풀고자 하는 성향이다.

말을 많이 하다 보니 손해도 많이 보기도 하는데, 말없이 있다가 말 한마디에 폭소시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시적으로 말이다.

말을 은유적으로 이야기하거나, 함축해서 한 단어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지혜를 갖고 싶기도 하다. 그래서 시를 좋아한다. 나의 생각을 딱 알맞은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마법 같은 문장을 찾는다면 삶을 시적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꿈공장플러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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