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사람들 속을 헤집고 나왔어도 가랑비메이커 단상집 2
가랑비메이커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좋았던 점

사람 냄새가 나는 사람이 너무너무 많이 많이 정말 정말 좋다.

적당히 서로를 담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서로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면,

한순간 끓어오르면 넘쳐흐르게 되고 부족한 것보다 못하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면,

내게 사랑한다는 말이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순간을 지나와야 했는지 느끼고 있다면,

언제까지만 기다릴 수 없고 혼자만의 힘으로 일어서야 할 때를 알고 있다면,

단점만 보다가 놓쳐버린 진심들을 지금이라도 알았더라면,

머뭇거려도 좋다.

일단 진심을 담아 나의 마음을 전달해보자.

붉은실로 이어져 있는 당신의 인연이라면 결코 헤어짐이란 없다.

붉은실로 이어져 있지 않는 사람이라도 슬퍼하지 말자.

우리는 결국 지구에 온 여행자다.

인상깊은구절

숱한 사람들 속을 헤집고 나왔어도

그래 봤자 나는 나 숱한 사람들 속을 헤집고 나왔어도 / 걸음마다 휙휙 변해가던 장면들에 정신을 놓았어도 돌아보면 언제나 같은 발자국 / 그러니까 괜찮다 / 달라질 건 달라져도 내가 나이면 그걸로 된 거다. P119

보이지 않는 것

자주 웃는다고 울지 못하는 게 아닌 것처럼 / 말을 하지 않는다고 소리 내는 법을 모르는 게 아니다 / 웃음 너머 떨치지 않는 심연의 무게 침묵 끝에 쏟아질 절규의 폭포 /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으나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 P117

Life

있는 것과 있는 척의 차이를 아는 것 있어야 하는 것과 있었으면 하는 것을 구별하는 것 / 채우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며 놓쳐버린 것들을 다시,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 P98

주름진 새벽

숨기고 삼키지 말고 뱉어보자면 그립다 / 잘 날 것도 없던 시간들이 문득 서럽게 그리워질 때가 있다. 그건 아마도 접힐 대로 접혀서 이제는 구김 없이 펼칠 수 없다는 걸 알아 버렸기 때문일 거다. P74

총평

[단상집]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문장들.

평범해서 보통 스쳐 지나가는 것들에게 생명력을 나눠주고, 사소한 것 같지만 그 안에서 특별함을 찾는 통찰의 달인 같다.

어떤 대화에서 독백으로, 독백에서 침묵으로 가는 여정에서 놓쳐버렸던 그 무언가를 다시금 살아나게 하는 그런 문장들 하나하나가 위로가 되고 따뜻하게 다가왔다.

'부부의세계'처럼 강렬한 드라마가 아닌, 슬기로운의사생활처럼 잔잔하면서도 그 속에서 잔잔하고 다정한 시선을 느끼게 해준다. 저자의 사유를 공유하며 위로와 공감을 덤덤하게 전달한다. MSG가 없어서 그런지 처음에는 밋밋했지만 점점 담백하면서 본연의 맛에 빠지는 그런 문장들로 눈과 몸을 들썩들썩 즐겁게 한다.

저자는 많은 내용을 함축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가벼운 생각들을 모아서 한 문장을 내놓는데, 그 한 문장을 쉽게 놓지 못하는 사람들을 붙잡는 마력의 소유자다. 매 순간 기록하고 영화를 보고 글을 쓰는 기록하는 사람이다 보니 일상을 평범하게 바라보지 않고 어떤 다른 것을 발견하는 시선이 부럽기도 했다.

≪숱한 사람들 속을 헤집고 나왔어도≫자신을 놓치고 마는 사람들에게 특히 위로와 감동 그리고 깨달음을 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일 노력하고 부단하게 개선을 위해 힘을 내고 있지만 어느 날 허탈과 공허 속 어딘가에서 멍하게 되는 그런 날, 학습된 무기력인 상태에서 다시금 자신을 찾고 본인의 힘으로 일어설 수 있는 그런 응원의 문장으로 내게 선물해 주시는 걸 어떨까!

수많은 공감 속에서 위로받는 느낌 아니까~!

책이 나에게 하는 질문

시처럼 말하고 싶다.

가만히 듣고 있다가 짧은 말 한마디에 웃음을 선사해 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시처럼 말하고 시처럼 침묵하고 시처럼 살고 싶다.

리듬이 있고 신비롭고 반전 매력이 있는 시처럼.. 시를 닮아가고 싶다.


'문장과장면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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