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사진과 블로그에는 좋았던 기억만, 연재하던 잡지 칼럼에는 아름다운 풍경만 가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찌들어 있던 자기 연민을 꺼낸 건, 나의 모습을 그 여행을 통해 바로 보았다는 고백이다.
호주에 다녀온 후, 몇 군데 회사로부터 콜을 받았다. 도망치듯 다녀온 여행 뒤에는 꼭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내 법칙'의 시작이었다.
독일 여행 때 후무스 만드는 법을 배워오기로 했고, 지금은 서울에도 후무스 음식점이 많이 생겼지만 현지 맛이랑 같을 리 만무하다. 그러니 여행 중에 현지 음식은 열심히 먹어두는 게 상책이다. 그날의 공기와 기분과 사람들의 소리를 함께 먹는 것이니.
와중에 재미있는 독일인들의 말 하나는 남았다. '건배할 때 눈 안 마주치면 7년간 연애 못한다.' 즉 눈을 똑바로 그윽~하게 바라보며 건배하라는 말이다.
중요한 건 옷에 T·P·O가 있듯이 숙소마다 취해야 할 자세가 따로 있다는 사실. 호텔이든 게스트하우스든 배든 기차든 그 상황을 긍정적으로 즐길 수만 있다면 어디서나 행복할 것이다. 이곳과 저곳을 비교하거나 지금 이곳에서 과거의 어떤 곳을 추억할 필요가 없다. 언제나 지금이 최상이고 이곳에서 재미있는 게 반드시 있다. 내가 행복한 만큼 다른 여행자들도 그러길 바랄 뿐.
그래, 바다에 있는 또 다른 세상. 딱 한 번쯤은 나쁠 것도 없지. 좀 바보 같았지만 재미있었어!
여행을 하려면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건 편견이다. 자유여행을 하는 목적은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만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도 만나기 위함인데 '영어'만 잘한다고 되나? 세상 사람들이 다 영어만 쓰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 문제는 그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나의 태도이다. 신기하게 말 하나 안 통하는데도 의사소통이 되는 걸 경험하고 나면,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