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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 성석제 장편소설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4월
평점 :
웰컴 투 동막골이 생각나면서, 그리고 그 위로 촌동네라고 연신 이야기했던 정묵의 이야기가 덧입혀진다.
바로 현대판 웰컴투 동막골인 것이다.
동막골은 북한군과 남한군 그리고 강원도 골짜기 사람들의 팝콘향이 가득한 동떨어진 동화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마지막은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그 팝콘향이 가득한 마을을 살리는 그럴싸한 이야기다.
않을 자리가 있다는 것, 누울 자리가 있다는 것, 추운 겨울 노숙할 신문지 한장이라도 그게 자신이 달콤하게 잘 수 있는 누울자리라면 몇백만원짜리 침대에서 누워도 통 잠이 안오는 사람보다는나을 것이다.
자리 자리 앉자, 앉을 자리 앉자. 그의 뇌리에 유년 시절 잠자리를 잡기 위해 잠자리떼 앞에서 부르던 노래가 떠오른다. 강아지풀 위, 빨랫줄 위처럼 앉을 자리에 앉은 잠자리는 아이들에게 잡혀 죽게 되어 있다. 포충망이 덮치고 날개가 무자비한 손가락에 의해 접히고 방부제인 알코올 주사가 몸통에 놓아지고 감을 수도 없는 눈을 뜬 채 곤충 채집함에 꽂혀 있게 된다. 앉으면 죽는다.(31쪽)
익살과 희극이 부각되는 것은 과거를 알 수 없는 이들의 너무나 큰 아픔들에 대비되서 더 크게 다가온다. 막연한 과거나 아니였다. 강마을의 삶이 이상적이고 동화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감추어 놓은 옛이야기가 너무나 참혹해서 그런 것이다. 하나같이 정상인 아닌 사람들이였다. 정신병자, 이혼녀, 가출녀 그들에게 그런 명찰은 사회에서 적응할 수 없는 주홍글씨와 같은 것이였다.
이웃사촌이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가족이 아닌 식구라고 이야기하면서 피한방울 섞이지 않았는데 식구같은 사람들이 바로 강마을 사람들이다.
식구란 거는 같이 밥을 벌어오고 같이 밥을 먹고 같이 방귀 뀌고 똥 싸는 데 전혀, 전혀 켕길 게 없는 사이를 말한다. 네가 지금 애들한테 하는 걸 보니까 애들은 식구가 아니야. 네가 심심할 때 씹는 껌, 장난감이지. 우리는 한식구냐 아니냐?(77쪽)
여기서 지난일 가지고 폼 잡을 사람이 어디 있다고. 사연 하나 없는 사람들이 왜 없겠나. 그러고 보면 자신도 남들에게 어떤 사람인지, 어디서 어떻게 살다 왔는지 말한 적이 없는 것 같기도 했다. 아무도 묻지 않았고 말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103쪽)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다 자기 가족한테 버림받고 무시당하고 상처입은 사람들이야. 상처를 줬을 수도 있지. 어쨌든 옛날 가족과는 다들 남남이 되었어. 그리고 여기 이 마을에 어찌어찌 와서 다시 한식구가 되어 살아가고 있다. 피는 섞이지 않았어도 우리는 서로를 가족으로 선택했다. 너희도 이제는 우리 식구가 되었어. 새미야, 이리 온. 어서 와, 어서. 나는 너를, 너희를 정말정말 사랑한단다.(164쪽)
2나도 예전에 그런 줄 알았니라. 그런데 꼭 그런 거 아니더라. 같이 살면 식구다. 사람은 나이 먹어서도 배운다. 세월한테서 공꼬로. 너는 가장, 빨리. 오래 있다가는 죽는다.(204쪽)
하지만 강마을 강마을이였다. 그런 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 것이 궁금하지도 않았다.
출신의 문제가 아닌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냐의 문제였다. 그리고 결코 미래를 위해 그렇게 그럴싸하게 열심히 달리지도 않았다.
결국
자연은 착한 것도 순진한 것도 잔인한 것도 아니고 그저 그럴 뿐이다.(47쪽)
한 식구였던 것이였다.
주어진 운명으로서의 식구가 아닌, 자신이 선택해서 한 식구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
강마을, 촌동네도 한편의 영화다. 다시말해 익살이 섞힌 현실성이 떨어지는 듯한 엉성한 사람들의 유쾌한 몸짓들이다. 있을 법 할까 생각도 해 보지만, 책의 이야기의 끝을 쫓아가기에 시선이 바쁜 걸음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