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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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 속 파편 같은 이야기들 

‘나’는 대학생이었지만 요즘의 대학생의 모습과 많이 달랐다. 지금의 대학생들은 군대와 같이 특별한 경험을 하지 않는 이상 수류탄 냄새를 알지 못한다. 하물며 자신의 몸에 신나를 끼얹고 분신자살을 하는 사람이라니. 요즘의 대학생들에게 그들은 모두 역사 교과서 속에서나 등장하는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역사적 인물을 다루고자 하는 의도가 보이지 않는다. 다만 그 역사의 소용돌이를 견디는 각각의 개별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다. 역사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역사의 바깥으로 내쳐진 사람들의 이야기. 이들은 마치 정민과 ‘내’가 보았던 별들과 같았다. 누군가 흩뿌려놓은 듯 밤하늘에서 파편처럼 부유하는 별들. 하지만 별들을 연결하면 하나의 별자리가 완성되듯이 그들 역시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 서로 연결되어 있는 듯 보였다.

사실 본격적인 이야기는 내가 ‘그 누구의 슬픔도 아닌’ 이라고 적힌 테잎을 발견하면서 시작한다. 각각 서로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베르크, 강시우, 레이, 정민삼촌 등과 나의 만남은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우연에 근거하지만 ‘강시우(이길용)’ 이라는 인물을 통해 ‘나’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세계는 하나이며 물질적으로 통일되어 있다” 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맥락에서 그들이 사는 세상은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기도 하다. 그들과 나도 연결될 수 있다. 소설 속 ‘나’가 사는 시대가 수류탄 냄새를 맡고, 히로뽕에 취해서 살아간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과 지금 시대의 내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같다고 할 수 있다. 그 희망. 인생에 단 한번 노출되었던 그 빛. 결코 잊지 못하는 그 빛을 갈망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누구든지 어느 시대든지 같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방대한 배경지식을 필요로 한다. 소설 한 권을 보고 있지만 음악, 사상, 천문학 등 많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나는 작가의 그런 유연함이 부러웠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들을 소설 한권 속에 녹일 수 있는 그런 유연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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