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은밀한 예술 - 스케치로 내 삶에 예술을 들이는 법
니샨트 자인 지음, 김가원 옮김 / 책장속북스 / 2026년 7월
평점 :
[서평을 목적으로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쓴 서평입니다. 하지만 내용에는 일절의 외압이 없습니다.]
자본주의는 모든 개인을 상품의 소비자 겸 광고판으로 전락시켰다. 그런 상황은 IT 혁명을 맞아 더욱 심각해진 감이 있다. SNS는 “나 이만큼 펑펑 쓰고 산다. 너넨 이런 거 없지?” 하며 으스대는 장으로까지 변질되었다.
이러한 추세는 취미생활의 영역에까지 악영향을 주었다. 원래 취미는 바쁘고 험난한 세상 속에 정신적 안정과 즐거움을 찾기 위해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느샌가 현대인의 취미생활은 쇼핑 중독과 장비 자랑, 재테크 수단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SNS가 그 창구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말이다. 좀 극단적인 사례지만 누군가는 “우리 집에 22억 원짜리 축구공 있다”고 자랑한다. 취미 물품으로 재테크를 하는 요령을 소개한 서적까지도 팔린다.
그 와중에 알게 된 이 책은, 그런 세태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있다. 보이기 위한 취미가 아닌 즐기기 위한 취미, 더 나아가서 그림을 통해 나 자신과 세상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 방법을 소개한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유독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나의 아버지와 나의 딸, 그리고 그 딸을 임신 중이었을 때 태교에 좋다며 스케치북에 이런저런 그림을 그리던 나의 아내가 생각났다. 그들 역시 그림을 그리기 위해 거창한 장비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림 장비와 작품을 쓸데 없이 자랑하고 다니지도 않았다. 그들은 그저 그림 그리기가 즐거워서 그림을 그릴 뿐이었다. 그들에게 비교가 필요했을까, 인정이 필요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그것이야말로 진정 취미의 본질에 충실한 태도였다.
사실 저자의 의도를 극도로 충실하게 따른다면 이런 책조차 필요 없을 수도 있다. 아무 종이와 펜으로라도 마음대로 그리기만 하면, 누구나 거기에서 즐거움과 깨달음을 찾을 수 있다. 장비를 추가하는 것은 기존 장비의 성능에서 불만족을 느낄 때만 하면 된다.
팍팍한 세상에서 취미가 주는 본연의 즐거움을 어느 새 잃어버린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PS: 책은 다 읽고 나서 딸에게 넘겨주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이에게 가는 것이 더 가치가 있을 것 같아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