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클린 책방은 커피를 팔지 않는다
이지민 지음 / 정은문고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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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인간이 만든 미디어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칼보다 강한 것이 펜이라던가. 그 펜으로 쓰인 책은 수많은 사람의 강력한 삶의 동기가 되어 주었다. <성경>이 그렇고, <코란>이 그렇고, <자본론>이 그렇고, <모택동 어록>이 그렇다.

, 더 나아가서 문자 매체의 중요성은 알고 보면 뉴 미디어 시대인 21세기에도 줄어들지 않았다. 영상 매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개념을 전달하는 데 분명한 한계를 갖고 있다. 또한 제작에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결정적으로 모든 영상 매체의 대본은 문자 매체다.

그러나 요즘 시장, 특히 한국 시장에서 책의 위상은 말이 아니다. 사람들은 영화나 음악에는 돈을 펑펑 쓰면서도 책에는 인색하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엄청나게 많던 한국 동네 서점은 사실상 멸종 위기다. 그나마도 상당 부분이 차나 주류를 함께 파는 가게로 전락했다. 어찌 불경스럽게 책과 음료수를 함께 팔 수 있단 말인가? 책에 흘리면 어쩌려고?

바다 건너 미국의 동네 서점은 그렇지 않았다. 지역적 특색과 경영자의 개성을 살리는 쪽으로 진화, 단순한 상점이 아닌 지역 명소로 거듭났다. 이 책은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지은이가 실제로 체험한, 그러한 미국 동네 서점들에 대해 집필한 것이다.

필자는 책을 만드는 사람일 뿐, 책의 판매와 유통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미국의 동네 서점이 책이라는 본연의 상품에 집중하여 생존이 가능했던 미국 문화의 토양에 대해서는 짐작이 가는 바가 있다.

미국은 무엇보다도 세계 최고 수준의 강대국이다. 거기서 오는 여유는 미국의 문화 산업을 꽃피게 했다. 그 문화 산업에는 출판 산업도 들어간다. 미국인들도 갈수록 책을 안 읽는다고는 하지만 한국인보다는 많이 읽는다. 게다가 미국의 언어는 영어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제국이었던 대영 제국의 공용어다. 때문에 미국은 대영 제국의 영어로 된 방대한 문화 생산물을 고스란히 자신의 것으로 삼을 수 있었다. 때문에 책에 나타난 것과 같은 다양한 실험을 가능케 하는 출판의 양적 및 질적 다양성이 보장되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러한 힘에서 오는 여유도, 언어에서 오는 이점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남북한만이 사용하는 한국어라는 언어와 5천만에 불과한 인구로 세계의 지식과 정보를 받아들여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난제가 주어져 있는 것이다.

삽 한 자루로 고층빌딩을 지어야 하는 것과도 같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야말로 다른 나라 이야기를 보는 것 같은 꿈같은 독서 체험이 마지막에 던져준 지독한 부러움과 고민이었다.

전반적으로 좋지만 책에서 한 가지 흠을 잡자면, 분명 주제는 서점인데 그 서점에 꽃혀 있는책들의 내용이 너무 많이 언급되어 있었다. 책이라는 것이 특산품은 될 수 없는 만큼, 상당히 불필요해 보이는 부분이었다.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증정한 도서를 읽고, 일체의 외압 없이 양심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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