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생존배낭 - 재난에서 나를 지켜주는 대피 & 피난법
우승엽 지음 / 들녘 / 2022년 12월
평점 :
인류의 역사는 자연적 및 인위적인 재난의 역사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그러한 재난에 대처하고자 집단으로 생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간이 만든 가장 큰 공동체인 국가조차도 적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큰 재난이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국가의 공권력이 도착할 때까지는 혼자의 힘으로 어떻게든 생존해야 한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생존배낭>은 그것을 위한 최소한의 준비물이다.
무엇보다도 저자의 맥가이버적 시각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잘 해 봐야 100원짜리 성능의 물건에 갖은 이미지를 덧씌워서 10,000원에 팔아 먹고, 또 주변에서 그런 걸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고 모방하게까지 만드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병폐적 현상이다. 그러한 풍조는 생존 장비 시장에도 예외 없이 퍼져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풍조를 거부한다. 그러한 시각은 “재난 상황에서는 양이 질에 우선한다.”는 책 속 한 마디에 녹아 있다. 재난 상황이라는 것 자체가 이미 우리의 삶의 필수 보급품(가스, 전기, 전파 등)을 날라다 주던 주요 인프라가 붕괴된 상태다. 그리고 보급이 끊긴 상태에서는 그나마 풍부하게 남아 있는(즉 재보급이 쉬운) 잉여 물자를 가장 값 있게 쓰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러한 점에서 “가급적 주위에서 구할 수 있는 물자로 생존 배낭을 꾸리라”는 저자의 시각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재난 상황에서는 사치품을 자랑하는 부자보다는, 굴러다니는 쓰레기로도 가치있는 것을 만들어내는 맥가이버가 더욱 쓸모있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장비만 가지고 있다고 해서 생존할 수 있다는 막연한 믿음도 거부한다. 아무리 좋은 장비가 있어도 쓰는 사람이 의지와 숙련도가 부족하면 소용이 없다. 생존 의지,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훈련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데서, 꽤 반듯한 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물론 이 작은 책 한 권으로 모든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완벽히 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요즘은 종이출판도 QR코드 등을 사용하여 정보통신망과의 연결을 시도하고 있다. 책에 QR 코드를 넣어서, 인터넷 상에 있는 다양한 시청각 자료와의 연계를 하는 방법을 썼더라면 더욱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또 유튜브에서 생존 관련 채널을 운영하며 동영상을 올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책 뒤의 부록(지도와 인식 카드)도 다소 불필요한 느낌이었다. 지도 정보는 매년 갱신되기 때문이고, 인식 카드는 한 장만 넣어주면 필요한 만큼 다량 복사해서 써도 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내 주변의 것들만 가지고도 생존하는 법을 알고 싶은 분들에게 필독을 권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하자면, 이 책의 내용을 읽지만 말고 반드시 실천해 보고 독자의 실정에 맞게 다듬어 보라. 그러지 않는 한 이 책의 내용이 제대로 된 것인지 아닌지, 즉 얼마나 현실적이고 타당한지 감도 잡을 수 없을 것이다. 더 나아가서 실질적인 생존의 기술도 연마할 수 없을 것이다.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증정한 도서를 읽고, 일체의 외압 없이 양심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