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떴다, 벼락이 - 정과 덤이 오고 가는 우리 동네 시장통 이야기
홍종의 지음, 한수자 그림 / 샘터사 / 2009년 12월
평점 :
비록 지금 자신의 처지도 안좋지만 어려울때 겪는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 없는 형편에 그나마 자신이 가진걸 쪼개고 쪼개서
주변의 어려운 분들을 도와주는 이웃분들을 볼 때면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전 그분들보다는 조금은 더 가졌음에도
그런 마음을 먹어본 적도, 행동으로 옮겨본 적도 없음에 부끄러워지기도 하고요.
나이가 아직 어려 물질적인 도움은 못주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이웃 상인들의 장사를 돕고 청소를 하며
날로 어려워지는 재래시장을 일으켜보려는 정말 기특한 아이를 만났습니다.
바로 오병학, 별명은 '벼락이' 입니다.
'벼락이' 같은 아이가 실제로 있을까 싶을 정도로 벼락이는 참 밝은 아이였습니다.
TV에서 비춰진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을 보면
물론 더러는 밝은 아이들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은 주눅이 잔뜩 들어 밝은 모습이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없고
묻는 말에도 쭈뼛거리며 대답하는 모습에 안타깝곤 했는데
벼락이는 엄마가 시장통에서 어묵 장사를 해도, 엄마가 말을 못하는 벙어리인데도
절대 기가 죽거나 창피해하는 법이 없으니 정말 기특하더라구요.
전학 온지 얼마 안돼 자기를 회장 후보로 추천해준 친구 한 명 없어도
스스로 손을 번쩍 들고 회장 선거에 나가서
물당번, 칠판 지우기, 청소도 도맡아 혼자 다 하겠다는 시원시원한 공약을 내세워
떡하니 부회장 자리를 차지했으니
이정도면 기특한 정도를 넘어 앞으로 커서 대성할 큰 재목감이네요.
넉살은 또 어찌나 좋은지 장 보러 온 아줌마들 손을 붙들고
주변 상인들 옷도 팔아주고 과일도 팔아주고 심지어는 청소까지 도맡아해서
근처에 대형 마트가 생긴 뒤로 장사가 안되는 탓에
하루하루 한숨만 늘어가던 두리 시장 상인들에게 활력소 역할까지 아주 톡톡히 해냅니다.
걸핏하면 장사는 뒷전이고 막걸리에 취해 매사 투덜거리기만 하던 삐쭉 할머니까지
말쑥한 차림으로 변하게 하고
자신도 두리 시장에서 옷가게(예쁘니 옷방)를 하면서
시장 물건은 거들떠도 안보고 물건은 몽땅 마트에서 사오고
시장 상인들 하는 일에는 참여도 안하던 깍쟁이, 은지 엄마까지
두리 시장 결의대회에 적극 참여하게 만들었으니
벼락이야말로 두리 시장의 일등공신, 보배 중의 보배네요.
두리 시장이 벼락이란 기특한 아이의 등장으로 다시 활기를 되찾았듯이
날로 어렵고 각박해지는 요즘 같은 세상에 벼락이 같은 아이들이 많아진다면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돼서 살아갈 세상은
지금보다는 더 살만하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병학이(벼락이)가
벙어리 엄마, 어려운 살림살이 등 자신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은 그대로 받아들이고
특유의 넉살과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청소로
주변 사람을 살뜰히 챙기고 주변을 밝게 해준 것처럼
우리들도 고민해도 소용없는 일일랑 다 잊어버리고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다보면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듯 우리에게도 두리 시장처럼
좋은 일, 기쁜 일이 많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