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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구
김이환 지음 / 예담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정체모를 까만색 구의 출현!
그 까만색 구는 빠르진 않지만 일정한 속도로 사람을 계속 쫓아와
사람들을 구 속으로 빨아들인다.
처음엔 하나인줄 알았던 구가 점점 수를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아진다.
건물 안에 있으면 안전할 줄 알았더니 건물 속으로도 스윽 통과한다.
위로는 못올라올줄 알았는데 위로도 거침없이 몰려든다.
포탄과 같은 정부의 강력한 무기로 막아낼 수 있을줄 알았는데
정부의 어떤 대책도 속수무책.
어느 순간 뉴스에는 이런 화면이 뜬다. "행운을 빕니다."
이 작품을 보면서 신종플루 생각이 많이 났다.
처음에는 "개인위생에만 철저히 신경 쓰면 된다.",
신종플루 그까짓거 별거 아니란 식으로 국민들을 안심시키기에 바빴던 정부가
어느 순간부터 위기단계를 심각단계로 상향시켜 바쁘게 움직이더니
어느 순간 나몰라라 손놓고 있는 듯한 그런 느낌과 비슷했다고 할까?
처음엔 절망의 구를 우습게 봤다가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싶자
"행운을 빕니다" 란 얼토당토 않은 화면을 내보내는 정부의 행태가
신종플루를 대처하는 지금의 우리 정부와 비슷하단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처음 본 것이기에 불안하고, 불안하기에 잘 알지도 못하면서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추측이 난무하다 보니 헛소문 때문에 또 더 불안해지고...
끝도 없는 악순환의 연속도 절망의 구와 신종플루가 참 비슷했다.
항상 초조하고 불안해하며 늘 무언가에 쫓기듯 살다
어느순간 자포자기하듯 인생이란 파도에 떠밀려
이제 될대로 되란 식으로 막 살아버리고....
질긴 목숨 끊을 수는 없으니 그저 하루하루 연명하는데 급급한 우리네 모습과
나름대로 규칙을 세워 착실히 살다
어느 순간 씻지도 않고 술에 취하고 서로를 이유없이 미워하는 책 속 인물들의 모습이
별반 다르지않아 마음 한구석이 아려왔다.
절망의 구 사건이 다 해결된 뒤에도
누군가를 끊임없이 원망하다 벌 줘야 모든 일이 마무리될 것처럼
마녀사냥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은 정말이지 소름 끼치도록 무서웠다.
그저 나와 생각이 다르고 외모가 다르단 이유로
그 사람을 원망하고 질타해야 직성이 풀리는
요즘 사람들과 책속 인물들이 다르지 않아 더더욱 무서웠다.
책 속 이야기가 어디까지나
그저 재밌고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끝났음 더 좋았을텐데
'절망의 구' 는 아니더라도 그와 비슷한 정체모를 무서운 존재의 출현으로 인해
현실 속에서도 아주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라
맘 속 깊이 와닿았고 그 이야기가 너무 현실적이라 더 무서웠다.
사람들이 똘똘 뭉쳤을 때 절망의 구 공격이 멈췄던 것처럼
우리도 헛소문에 연연하지 않고 심지 있게 똘똘 뭉쳐야만
이 험난한 세상 두려운 존재로부터 벗어날 수 있단 메시지를 전달해주려는건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