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명의 아버지가 있는 집 레인보우 북클럽 14
마인데르트 드용 지음, 이병렬 옮김, 김무연 그림 / 을파소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6.25와 같은 전쟁이 다시 일어난다면 난 어떻게 할까?
 어차피 피난을 가봤자 비참하긴 마찬가지일테고 집에서 조용히 죽음을 맞이해야겠다.’

하지만 "60명의 아버지가 있는 집" 의  주인공 티엔 파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렇게 나약한 생각을 해왔던 내 자신이 참 부끄럽게 느껴졌다.
끝없는 절망 속에서도 단 한순간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티엔 파오의 이야기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감동과 희망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아직 어린 티엔 파오가 견뎌내기에는 너무나 잔인한 현실이었지만
티엔 파오의 용기와 영민함, 포기를 모르는 강한 의지가 느껴져
슬프다기보다는 나도 모르게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흐뭇한 내용으로 가득했다.

중일전쟁의 발발로 불바다가 된 마을을 등지고
티엔 파오와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동생 ’공화국의 미인’ 은 삼판을 타고
헝양에 도착한다.
무일푼으로 새끼 오리 3마리와 새끼 돼지 1마리만 간신히 데려온터라 
먹을거리가 필요했던 티엔 파오의 부모님은 비행장에 일을 하러 가시고 
티엔 파오는 삼판에 홀로 남겨진다.
그때 한 미군 조종사가 티엔 파오의 삼판 위로 올라오고
큰 돈을 줄거라는 이웃 아주머니의 말에 혹해 
미군 조종사를 건너편 강으로 데려다주고 다시 원래의 장소로 되돌아오면서 
200엔의 큰 돈을 벌게 된다.  
티엔 파오가 사라져서 걱정을 많이 했던 엄마, 아빠는 불같이 화를 내고
티엔 파오가 다시는 삼판을 끌고 나가지 못하게 노를 이웃집에 맡겨놓으시기까지 한다.
다음날, 엄마, 아빠는 비행장으로 일을 하러 가시고
홀로 남겨진 티엔 파오가 잠깐 잠든 사이, 
비에 젖은 땅 위에 약하게 박혀 있던 제방의 말뚝이 뽑혀버린다.
천천히 표류해가던 티엔 파오는 졸지에 전쟁 고아가 되고
끝없는 굶주림과 공포에 시달리면서도  
부모님과 동생을 다시 만나리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선행 때문에 일본군에 들켜버려 소총 공격을 받기도 하고
티엔 파오의 유일한 친구이자 버팀목이 돼준 새끼 돼지 "공화국의 영광"을 
빼앗길뻔하기도 하지만 티엔 파오는 특유의 영민함과 착한 마음씨, 용기와 희망으로
이 모든 어려움을 차례차례 극복해나간다.

티엔 파오라는 주인공에만 집중한 이야기를 200페이지 가까이 이끌어가는데도
지루하다거나 졸리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한명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다 그 이야기가 지루해질만하면 
다른 곳으로 카메라를 돌리는 여타의 드라마와는 달리 
(물론 티엔 파오 한명만 등장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티엔 파오가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이끌어가는 듯한 
모노드라마와 비슷한 형식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행여 나쁜 사람을 만나지는 않을까., 일본군에게 들키지는 않을까 
유일한 친구인 공화국의 영광을 빼앗기진 않을까 티엔 파오와 같이 노심초사하게 되고
티엔 파오의 홀쭉해진 배에 어쩌다 따뜻한 밥이라도 한술 들어가면
내 배가 부른 것마냥 그렇게 흡족하고 기쁠 수가 없었다.
곰팡내 나는 낙엽을 먹기도 하고 굶주림 탓에 생긴 큰 풍선처럼 커지는 점이 
때때로 티엔 파오의 눈앞을 어지럽게도 만들었지만 그렇게 힘들고 허기진 상황에서도 
먹거리로 취급할 수 있는 공화국의 영광(새끼돼지)을 끝까지 지켜내고 
자기의 유일한 식량까지 굶주린 어린애를 위해 기꺼이 내줄 때는 
그 이쁜 마음 씀씀이가 너무 안쓰럽기도 했고 한편으론 기특하기도 했다. 

이 이야기가 허무맹랑한 허구가 아니라
작가 자신이 실제로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과
뉴베리가 다섯번이나 선택한 작가가 쓴 책이란 점만으로도 
독자들의 호기심과 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지만
티엔 파오가 전해주는 감동적인 메시지가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다.
누구에게나 똑같은 현실, 불평불만만 늘어놓는 자들은 절대 누릴 수 없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을 때에만 맛볼 수 있는 짜릿하고 황홀한 경험을
절망 속에서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티엔 파오의 이야기를 통해 전달받을 수 있어
책을 읽는 내내 감사했고 행복했다.

마지막 60명의 아버지가 있는 집 들여다보기를 통해
작가를 알아보고 작품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중일전쟁과 난징대학살 등의 관련지식을 쌓고
생각 펼치기를 통해 작품이 던져준 생각거리를 한번 더 짚어보는 코너도 마련돼 있어
감동적인 내용 못지 않게 독후활동까지 확실히 책임지는, 
마무리 또한 끝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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