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이 달라도 우리는 친구 세용그림동화 3
에런 블레이비 지음, 김현좌 옮김, 발레리아 도캄포 그림 / 세용출판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길지 않은 내용, 하지만 아주 긴 여운과 감동을 주는 그림책을 만날때면 
책장을 덮으면서 마음이 설레일 때가 있다.
아이책이지만 어른책보다 더 깊고 진한 감동을 받은 책,
"성격이 달라도 우리는 친구" 이 책이 바로 그랬다.
이 짧은 내용 속에 이렇게 깊고 진한 감동을 전해주다니~ 정말이지 놀랍다.
글과 그림을 그린 작가가 에런 블레이비 한사람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는진 모르겠지만
글과 그림은 너무도 잘 어우러졌고
그림을 보며 입가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자꾸만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면서 그 흐뭇한 감동을 오래오래 음미해보았다.
향긋한 커피를 좋아하는 나는 커피를 마신후 바로 삼키지 않고 
그 향을 오래도록 느끼기 위해 한동안 입안에 머금어보곤 하는데
에런 블레이비의 그림도 너무 매력적이어서
한번 보고 책장을 넘기기엔 아까워 그림이 뚫어져라 아주 오래도록 보고 또 보았다.

펄 발리와 찰리 파슬리는 아주 친한 친구다.
펄 발리는 여자, 찰리 파슬리는 남자.
펄 발리는 성격이 아주 활달한 반면,
찰리 파슬리는 아주 조용한 성격이기에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성격이 정반대인 둘이 친하다는건 이해가 가지 않는다.
펄 발리는 말괄량이 삐삐의 두갈래 머리를 연상시키는 머리에
수다스럽고 모험심도 강한 삐삐의 성격을 고스란히 빼닮았다.
찰리 파슬리는  삐삐에 나오는 
조용하고 부끄러움을 많이 탔던 토미와 아니카 남매를 연상시킨다.
삐삐와 토미·아니카 남매가 성격이 그렇게 다르면서도
밤이 새도록 같이 어울려 놀고 언제어디서나 같이 했던 것처럼
펄 발리와 찰리 파슬리 역시 너무나 다른 성격이지만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다독여주며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된다.

모든 그림이 다 인상적이었지만
펄 발리가 뿔 달린 황소 위에 올라가 바이킹 모자를 쓰고
황소 목에 대충 걸친 밧줄을 부여잡고 황소 머리 꼭대기에 우뚝 서서 
얼굴 가득 흐뭇한 미소를 띄고 있는 그림과
찰리 파슬리가 욕조에 앉아 혹시라도 물에 빠질까봐서인지
샤워캡에 물안경, 팔에 끼는 튜브까지 양팔에 낀 그림을 보면
달라도 너무 다른 둘의 성격이 그림속에 너무도 잘 드러나서
작가의 놀라운 표현력에 감탄하게 되고
그 위트있는 상상력에 쿡쿡 웃음이 절로 나온다. ^^

친구에게 자기와 비슷해지길 바라며 자기 취향을 강요하는 순간,
그 친구와는 점점 멀어지게 되는 것 같다.
친구와 지내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알게모르게 닮아가는 점은 많아지겠지만
친구와 내가 한몸이 아닌 이상, 나와 완전히 같을 수는 없는데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나와 반대되는 길을 가려할때
그 친구한테 서운하고 섭섭한 마음이 생겨 그 친구가 멀게 느껴지고
연락이 뜸해지다가 어느새 어색한 사이가 돼버린 경우가 내게도 종종 있었다.
펄 발리와 찰리 파슬리가 그랬듯 차이를 인정하고 그 친구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었다면,
펄 발리와 찰리 파슬리의 아름다운 우정 이야기를 나도 어렸을적 보았다면,
그런 우(愚)를 범하지 않았을텐데~ 살짝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우리 아들이 이 책을 읽고 독서록 속 "기억에 남는 한마디" 에 이렇게 썼다.
"나도 내 마음을 잘 알아주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고~
난 아들에게 이렇게 얘기해주고 싶다.
네가 먼저 그 친구에게 그런 친구가 돼주라고, 
펄 발리와 찰리 파슬리가 그랬듯이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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