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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닥콩닥 짝 바꾸는 날 ㅣ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31
강정연 지음, 김진화 그림 / 시공주니어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승연이의 심리묘사가 정말 탁월한 책"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아이책이지만 인물만 아이에서 어른으로 바꾼다면
연애소설로서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
요즘 유행하는 "입장바꾸기" 동화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어찌나 승연이의 감정을 잘 집어내고,잘 표현해냈는지
내가 승연이 입장에서 친구들을 바라보게 되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
한창 좋아하는 이성친구가 생기고 그 친구를 보며 가슴이 콩닥거리기 시작하는 시기,
아이가 조숙하다면 사춘기에 접어들었을
초등학교 3학년 여자아이, 승연이의 감정을 정말 너무도 섬세하게 표현해낸 책이라
솔직히 사내아이보다는 여자아이들이 더 좋아할 책이다.
승연이의 일이 마치 내 일인 것마냥 감정이입이 아주 확실히 될테니 말이다. ^^
이 책을 쓴 강정연님이 쓴 "건방진 도도군" 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건방진 도도군" 으로 "2007 황금도깨비상 수상" 을 한 강정연 님의 다른 책도
이런 뿌듯한 느낌을 줄까? 궁금해진다.
초등학교 3학년, 승연이는 오늘 물구나무서기 기도를 하고 있다.
오늘은 짝꿍을 바꾸는 날, 승연이가 좋아하는 우진이와 제발 짝이 되게 해달라고 말이다.
우진이 번호가 34번이라 물구나무를 서고 서른넷까지 헤아릴 정도로
승연이는 우진이가 좋다.
우진이가 하는 모든 행동이 너무 멋져보인다니
3학년 여자아이치곤 꽤나 조숙한 여자아이인가보다.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우진이와 짝이 됐다. 맨앞자리에 앉게 돼서
앞으론 장난도 못치겠지만 승연이는 우진이랑 짝꿍이 된게 그저 좋기만 하다.
"장난 좀 못치면 어때요?
우진이 짝꿍이라면 의자에 꽁꽁 묶여있다 해도 상관없어요."
- P 32 승연이의 생각 만 봐도 승연이가 지금 얼마나 뛸듯이 기쁜지 짐작이 간다. ^^
그런데 문제는 창훈이! 눈도 나쁜데다 키도 작은 창훈이가 뒷자리에 앉게되는 바람에
키가 큰 우진이가 창훈이와 자리를 바꿔주기로 헀다.
평소 창훈이가 미웠던건 아니지만 모든게 창훈이 탓인 것만 같아
창훈이에게 괜히 심통을 부리는 승연이!
창훈이 탓만은 아니란걸 잘 알면서도 창훈이한테 못되게 구는 승연이 심정이
처음엔 얄미웠지만 뒤로 갈수록 아이다운 솔직함과 그 순수함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나중에 승연이가 그 미워하던 창훈이를 위해 해주는 숱한 일들은
크진 않지만 딱 아이 수준에서 베풀 수 있는 최고의 선행이기에
창훈이가 승연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얼마나 감동받았을지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
창훈이를 못마땅해하는 승연이에게 선생님이 해주시는 따끔한 한마디,
"우리 교실에는 승연이 마음만 있는 게 아니야.” - P 60 선생님의 말씀 中에서-
창훈이를 대놓고 미워하는 승연이에게 정말 딱 알맞은 조언이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이 한마디 말 속에
마지막, 승연이가 겪게 될 속상한 기분까지 대변해주니 말이다.
승연이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어렸을적 짝 바꾸던 그날이 생각난다.
그때도 승연이네 반처럼 제비뽑기 혹은 키 순서대로 앉는게 보통이었지만
우리반 담임선생님은 참 재미난 분이셔서
여자아이들 혹은 남자아이들이 먼저 자리에 앉으면
마음에 드는 이성친구 옆에 먼저 가서 앉는 사람이
그 이성친구의 짝꿍이 될 수 있게 해주셨다.
내가 먼저 가서 자리에 앉아있던 날, 내가 기대하던 아이는 안오고
인도네시아에서 온 얼굴 뽀얗고
내가 꼭 돌봐줘야할 것 같은 약해빠져보이는 어리숙한 남자아이가
내 옆에 와 앉아서 얼마나 심통이 났나 모른다.
왜 하필 내 옆에 앉았냐고 따져 묻기도 뭐하고
나도 승연이만큼이나 그 아이에게 못되게 굴었었다.
무슨 일이었는지 이젠 기억도 나지 않지만
나중에는 그 아이를 벽에 밀쳐서 안경다리에 귀까지 살짝 찢어지게 만들어서
엄마가 그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서 치료해주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비셨다는데
그땐 미안하단 생각보다 쌤통이다 그렇게 여겼던 것 같다.
나중에 어른이 돼 그 아이 소식을 접했는데
과학고를 나와 카이스트에 들어갔다나~
쩝~ 그애가 날 좋아했던 것도 같은데 하며 그때 좀 잘해줄걸 하고
살짝 아까운 마음도 들었지만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ㅋㅋ
"짝 바꾸는 날 콩닥콩닥 가슴 떨려 하는 어린이들이 아직 있기나 할까?"
강정연님의 말처럼
승연이처럼 가슴 콩닥거리며 좋아하는 남자아이와 짝이 되길 간절히 바라는 아이는
이젠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은 자기 감정 표현하는데 워낙 거침이 없고, 당돌하리만큼 솔직해서
"너 나랑 사귈래?" 한마디 하고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사귄단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었다.
하지만 난 승연이처럼 아이는 아이다울때 더 이쁘다 생각한다.
어른이 돼서도 충분히 멋진 고백은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여자아이들이라면 더 공감할 책,
요즘 유행하는 입장바꾸기 동화라 해도 손색이 없는 책,
승연이가 엄마 몰래 적어놓은 비밀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짜릿함까지 드는 그런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