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를 뒤흔든 12가지 연애스캔들
박은몽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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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회 빼놓지 않고 볼만큼 즐기지는 않지만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잇는 드라마 선덕여왕을 보면서
미실은 대체 몇명의 남자와 관계를 맺고 몇명의 아이를 낳은건지,
또 저런 문란한 여자가 어떻게 왕실에 버젓이 앉아 
왕과 정사를 논하고 정권을 휘두를 수 있는건지 나로선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혹시 드라마의 극적 재미를 위해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쓴건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런데 신라인 김대문이 쓴 <화랑세기> 에 따르면 
미실의 이런 난잡한 행적이 다 사실이고
드라마에선 미처 보여주지 못한 미실과 미실의 동생인 미생과의 사통 이야기까지 나와
믿기 힘든 사실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문란한 성 풍속과 근친혼 등의 내용 때문에 위작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역사 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화랑세기가 위작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p54~55 中에서)
는 작가의 글처럼 
화랑세기가 위작인지 역사인지는 반신반의하게 되지만
작가가 제시한 여러가지 점으로 미루어보아 위작보다는 역사란 주장에 무게를 더 실어주고 싶다.
 
드라마에서도 다뤄졌듯 진흥대제를 모신 궁주의 몸으로 
진흥대제의 둘째 아들, 금륜태자에게 자신을 왕후로 책봉해주면 


왕의 자리에 오르게 해주겠단 약속을 받아낸뒤 몸을 섞고
왕(진지왕)으로 옹립해주었는데도 진지왕이 자신을 왕후의 자리에 올려주겠단 약속을 지키지않자 


다시 진지왕을 폐위하고 
진흥왕의 장자인 동륜태자의 아들, 백정공을 진평대제로 옹립해
진평대제에게 색공(신분이 높은 이에게 색(色)을 바치는 것)을 한 미실 이야기가
책에서는 드라마보다 훨씬 상세히 나온다.
아버지와 몸을 섞은 여자가 그의 아들도 모자라 그의 손자와도 몸을 섞다니~
게다가 드라마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미실은 진흥대제의 둘째아들과 몸을 섞는데 그치지 않고


장자인 동륜태자와도 사통한 것이 드러나 원화의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한다.
고매하게만 보였던 선덕여왕이 
언니인 천명공주의 남편을 한명도 아니고 두명이나 빼앗아갔다는 기록도 있다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남편의 출세와 더 많은 재산을 모으기 위해, 또 태어날 아이들의 귀한 신분을 얻게 하기 위해
임신한 몸으로 선문에 올라 신분이 높은 상선과 상랑에게 몸을 바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남편은 격식을 갖춰 크게 부인을 반갑게 맞이해주고
그 여인을 취했던 상선과 상랑이 태어난 아이를 마복자로 삼아
그들의 비호를 받으며 남부럽지 않은 권세와 부귀를 누릴 수 있었다 (P233~234 中에서) 고 하니
아무리 출세를 위해서라지만 자기 아내를 바치고 크게 기뻐하는 남편도, 
남의 아내를 취하고 그 여인의 아이를 돌봐주는 상선과 상랑도 나로선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외에도  화랑들의 동성애나 근친혼 등


지금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들을 정말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해서
아무리 "신국(神國-신라)에는 신국의 도(道)가 있다고 믿었다." 해도
실타래처럼 엉켜버린 복잡한 계보만큼이나 내 머릿속도 복잡했다.


내용에 들어가기 앞서 신라 왕실 계보 및 등장인물 관계도로 복잡한 계보가 정리돼있긴 하지만

내용을 읽어가면서 혹은 이 책을 다 읽고 이 계보를 본다해도

한번 봐선 100%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다.


신라에 (국사시간에 수없이 들었던) 골품제란 철저한 신분제도가 있다는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높은 신분의 여자나 남자에게 몸을 바치는 색공을 

그들은 전혀 창피해하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러워했다니 
성이 문란해진 요즘과 비교한다 해도 너무 심하다 싶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에 문란한 성생활만 나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내용은 충분히 자극적이지만 "딱 거기까지" 라고 이야기하듯 적당한 선을 그어서

너무 노골적인 성적표현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끝을 보여주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하고
머릿속으로 묘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게 이 책의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감히 작가적 상상력으로 역사의 한 터럭이라도 왜곡할까 봐 조심스럽다." 는
작가의 말처럼 먼저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약간의 살을 덧붙인 이야기가 나오고
바로 뒤 참고로 한 <삼국유사>, <삼국사기>,<화랑세기>의 원문을 일부 발췌해

직접 보여줌으로써 우리들이 재미나게 읽을 수 있게 도와준 정도지

모두 역사서에 적힌 그대로임을 보여줘 독자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준다.
책 초반부에는 미실을 중심으로 한 인물들의 문란한 성생활에 초점을 두고 쓴 내용이 많고
(내가 보기엔) 허락된 불륜 쯤으로 보여지는 '색공' 과

허락되지 않은 불륜 쯤으로 보여지는 '사통' 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나오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선덕여왕이 후사를 보지 못해 세명의 남편을 맞이해야만 했던 사연,
선덕여왕이 과연 후사를 볼 수 있었는가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시하기도 하고
신라에서만 세명이나 여왕이 나올 수 있었던 역사적 배경이라든지
화랑의 기원, 화랑의 주요 임무, 신라가 모계사회였는지, 부계사회였는지 등등
거기에 신라에서 일어난 3번의 반란 이야기와
유신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문무왕이 삼국을 통일하고 

당나라를 이땅에서 몰아내 완전한 통일을 이루게 되는 그날까지, 
아주 상세하지는 않지만

법흥왕부터 시작해 문무왕에 이르기까지의 신라의 역사를 알려주어 좋았다.
더불어 중간중간 황릉사지, 분황사 등과 같은 사진이 가득 실려있어
신라의 유적지를 둘러보면서 문화유산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는듯한 뿌듯함도 

맛볼 수 있는 책이라 더욱 좋았다. 

(적절한 비유 같진 않지만) 
단발령을 계기로 전국에 의병이 확산됐던 적도 있던 우리들이

이젠 아무렇지도 않게 머리를 자르듯
색(色)은 천한 것이 아니라 도(道)라 여긴 신라인들이
높은 신분에 있는 사람에게 몸을 바치는 색공을 통해 신분상승을 꾀하고 

근친혼을 통해 혈통을 유지하려 했던걸 
’문란하다" "난잡하다" 이렇게 쉽게 단정지어 말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물론 난 죽었다 다시 깨어난대도 절대 이해못하겠지만 말이다. ^^;;

드라마 선덕여왕과 같은 점도 많지만 다른 점도 많으니
이 책과 드라마를 번갈아 보며 서로 비교해보는 재미도 굉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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