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양반 - 권정생 선생님이 남북 어린이에게 남긴 이야기 2
권정생 지음, 김용철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권정생 선생님이 남북 어린이에게 남긴 이야기 란 부제만으로도
이 책을 선택할때 아무 주저함이 없었어요.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을 읽고 있으면 
항상 마음이 따뜻해졌고 고향에 돌아온 것 같은 푸근함이 느껴졌거든요.
제 고향은 서울이고 태어나서 지금까지 죽 서울에서 살고 있지만
고향에 돌아간다면 저런 온기가 느껴지진 않을까 생각되더라구요.
남북어린이를 위해 이야기를 써주십사 하는 부탁에
편찮으신 몸인데도 5개의 이야기를 써주신 선생님의 이야기 중
책으로 출간된 4개의 이야기 중 이 책에선 두편의 재미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답니다.
두편 모두 우리가 익히 아는 내용이지만 
권정생 선생님 특유의 따뜻함이 더해져 더 재밌어지고, 더 감칠맛이 느껴지네요. ^^
같은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든다해도 어떤 감독이 메가폰을 잡느냐에 따라
영화의 깊이와 그 맛이 달라지는 것처럼 말이죠. ^^

첫번째 이야기인 똑똑한 양반은 분명 똑똑하고 지혜롭긴 하지만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기보다는 
그냥 운이 억수로 좋은 게으름뱅이의 이야기 같아서
이 책 마지막 페이지에 추천사를 써주신 이재복님의 말씀처럼 
권정생 선생님이 왜 이런 이야기를 선택하셨을까 
저 역시 잠시 고개가 갸우뚱해지더라구요.
어찌보면 숨쉬는 것조차 귀찮아할 것 같은 게으름뱅이 총각이
결국 그 게으름 때문에 자기 집에서조차 쫓겨나고  
아버지가 주신 새끼 서 발을 다른 물건으로 교환하고, 
그 물건을 다시 다른 물건으로 교환하면서 
결국엔 부자가 되고 이쁜 색시까지 얻게 된단 이야기인데
이제 꺾어진 60이 된 저에겐 
이런 요행수가 실제로도 존재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어.
다른 물건을 또 다른 물건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분명 뛰어난 기지를 발휘했고 
'나라면 저렇게 순발력 있게 머리회전이 빨리 됐을까?' 싶어 감탄스럽긴 했지만
어찌보면 총각의 어설프기 짝이 없는 수단에 농락당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는 것부터가 이해가 되질 않더라구요. ^^;;
전래동화 한 편을 읽으면서 그냥 재미있게 읽고 교훈을 얻으면 될텐데
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요. ^^;;
권정생 선생님이 이 작품을 선택하신 그 깊은 뜻을 
저 같은 사람이 100%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게으름뱅이라고 업신여김을 당하는 총각이라도
그 나름대로 똑똑하고 분명 잘하는 게 있으니 
지금 당장은 미덥지 못한 사람이라도 그 사람만의 숨겨진 장점을 찾아내 
그 가능성을 믿고 기다려준다면
언젠간 누구보다 훌륭한 일을 해낼 수도 있을거란 그런 교훈이 숨겨진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 

두번째 업이하고 가재하고는 
우리 전래동화에서 가장 많이 전해주는 교훈 중 하나인 보은(報恩)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내일밤 호랑이에게 잡아먹힐거라는 스님의 말씀을 듣고 집을 떠나오게 된 업이가
가재를 구해주게 되고 그 가재가 업이에게 입은 은혜를 갚는단 이야기인데
가장 흔한 교훈일 수도 있지만 가장 깊은 가르침을 주는 이야기였어요.
보잘것 없는 미물이라 할지라도 생명은 다 소중하다는 
권정생 선생님의 가르침이 그대로 녹아있는 작품이였습니다. ^^

게으름뱅이 총각의 꺼벙해보이는 멍한 표정의 눈,
가재를 구해준 업이의 착하디 착한 커다란 눈망울과
우리네 민화에서 봄직한 호랑이의 무섭지만 정겨운 그림은
지혜와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이 책과 정말 잘 어울렸어요. ^^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을 더이상 만날 수 없단 현실이 정말 안타까웠는데
이 책을 통해 선생님의 따스한 숨결이 더해진 재미난 작품을 
두 편이나 만날 수 있어 정말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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