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의 여름 레인보우 북클럽 13
줄리 존스턴 지음, 김지혁 그림, 김선희 옮김 / 을파소 / 2009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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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내려지는 폭염주의보에 낮엔 밖에 나갈 엄두조차 나지 않는 요즘,
캐나다의 그림 같은 호숫가에서 한낮엔 벌거벗은채 형제들과 수영을 즐기고 
밤이면 그들만의 텐트 속에서 추억을 쌓아가는 
프레드의 시원한 여름을 같이 즐길 수 있어 좋았다. 
눈앞에 펼쳐지는 영상을 보듯 머릿속에 또렷하게 그려지는 
캐나다 리도 호숫가의 풍광도 정말 근사했지만
열여섯살 말더듬이 소년,  프레드가 애틋한 풋사랑에 가슴 떨려하고
무시무시한 경험을 하면서 자기를 한심하게만 보던 가족들을 오히려 보호해주고   
그간 사이가 안좋던 아버지와도 화해의 물꼬를 트는 이야기는
이 책에 빠져들 수밖에 없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매년 여름을 외갓집 리도 호수에 있는 비버캠프에서 보내는 
프레드 남매(프레드, 어니, 톰, 베시)는 
올해 역시 뜨거운 여름을 시원한 호숫가에서 친척들과 함께 보내게 된다.
바로 옆 편한 오두막을 놔두고 굳이 지푸라기 침대에 모기한테 뜯기고
비바람까지 맞아가며 식사까지 손수 해먹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텐트 생활을 하는 아이들이 나로선 이해가 안갔지만 
그 또래 아이들이 원하는 진정한 낭만은 저런거겠지 하는데 생각이 미치자 
피식피식 웃음이 나왔다.
알몸 수영을 즐기다 그야말로 딱 걸려버린 노라라는 소녀에게 온통 마음을 빼앗긴
프레드가 노라를 상대로 펼치는 상상의 나래는 손발이 오그라들만큼 유치찬란하지만
그러기에 순수하고, 그러기에 귀엽고 사랑스럽다.
아내를 일찍 떠나보내고 다른 사람뿐 아니라 자신에게까지 엄격해진 아버지는 
프레드의 일거수일투족을 사사건건 못마땅히 여기고 비난해
안그래도 늘 말을 더듬어 콤플렉스덩어리인 프레드를 더 주눅들게 만들지만
프레드는 아버지의 생각만큼 한심한 소년이 아니었다.
배를 잘 몰았다는 칭찬의 의미로 아버지가 자기 어깨를 좀 세게 쳤다고
그 정도 일에 뾰로통해지는 속좁은 프레드이긴 했지만
매번 무슨 사건이 있을 때마다 
앞장서서 맏이의 든든한 역할을 충실히 해낼만큼 믿음직했고
연고 하나 없지만 끔찍한 사건과 연루된 노인의 아픈 과거를 
더이상 들춰내지 못하도록 막는 지조와 남다른 배려심도 엿보이는 멋진 면모와 
이제 겨우 열여섯, 거기에 말까지 더듬는 소년이라곤 믿기지 않을만큼
구석구석 정말이지 참 괜찮은 소년이었다. ^^

표지에 그려진 수려한 수채화를 책 속에서도 자주 만나길 기대한다거나.
(노라와의 만남이 있다해서) 프레드와 노라의 환상적인 로맨스나 
(끔찍한 사건이 있다해서) 긴장감 넘치는 모험이야기를 기대한다면
이 책은 다소 맥빠지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색감이 너무나 이쁜 수채화는 
표지와 그 뒷페이지에 그려진 흑백으로 된 그림 한 장뿐이고
노라와의 만남은 거창한 로맨스라고 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풋사랑에 가까우며
엄청난 기술력의 컴퓨터 그래픽이 가미된 모험영화 아니면 시시한 우리들에겐
프레드의 모험 정도는 성에 안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캐나다 리도 호숫가의 멋진 풍광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즐기고 싶은 독자라면,
말더듬이 소년이 보여주는 가슴 따뜻한 가족애와 풋풋한 사랑을 
같이 느껴보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더욱이 문장 하나하나가 모두 시적으로 표현돼 있고 근사한 의미까지 담겨있어
좋은 글귀, 멋진 문장만 모아 정리한다해도 노트 한 권은 족히 채울 정도고,
[캐나다가 가장 사랑하는 아동 작가 줄리 존스턴- 책 뒷표지 소개] 이란 명성에 걸맞게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 친절한 묘사로 힘들여 상상하는 수고로움까지 덜어줘
이런 친절함과 섬세함 때문에 일본소설을 즐기는 나같은 독자라면 
이 책에 더 매료될 수밖에 없다.   

프레드의 열여섯해 여름이 끝날 즈음 
푸르름으로 가득찼던 리도 호수의 풍광이 빨갛고 노란 단풍 옷으로 갈아입었듯
말더듬이 소년이 자신감 없던 마음의 옷을  벗어던지고 
부쩍 남자다워지고 당당해지는 모습은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흐뭇하고 넘치도록 매력적이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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