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못하는 남자
오자키 마사야 극본, 하시구치 이쿠요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내 인생의 월, 화를 너무나 즐겁게 해줬던 
미니시리즈 "결혼 못하는 남자" 가 거의 막바지에 이를때쯤 
내게 찾아와준 고마운 이 책 덕분에
미니시리즈가 이번주 종영을 했음에도 아쉬움을 달랠 수가 있었다.

남의 기분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잘난척하기 좋아하고 지적하기 좋아하는
이 남자의 말투가 처음엔 많이 그것도 아주 많이 신경에 거슬리긴 했지만
간신히 화나는 맘을 진정시키고 이 남자 말하는 걸 들어보면
말하는 족족 모두 옳은 소리만 하니 뭐라 대꾸조차 못하겠고
더 가만히 귀기울여보면 그 현란하고 조리있는 말솜씨에 홀딱 빠질 수밖에 없었다. 
뼛속까지 아주 철저하게 개인주의적인 이 남자, 
그렇기에 이 남자가 아주 가끔씩 보여주는 따뜻한 말과 행동은
나를 비롯한 숱한 여인네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타인과 어울리는 방법을 몰라 그렇지
의외로 사람들이 자기에게 보여주는 호의에 눈물까지 맺히는 
가슴 따뜻한 이 남자의 무한매력에 퐁당 빠지지 않을 여자가 어디 있겠는가??

구와노 신스케처럼 폼나는 전문직을 가진 것도 아니고
신스케처럼 깔끔하기는 커녕 아주 더러운데다 
신스케처럼 교향곡이나 명작 DVD를 즐길 줄 아는 고상한 취미는 커녕 
무협지나 만화를 보며 키득대는 유치한 취미를 가졌지만
우리 집 남자도 구와노 신스케만큼이나 아주 나쁜(?) 남자였기에 난 그와 결혼했다.
대학 3학년 말, 과소개팅으로 만난 우리집 남자, 
과묵하고 남자다운게 꽤 매력적이라 생각했건만 나한테 전화번호도 묻지 않는다.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나에게 연락해선 
김** 가수의 콘서트 티켓을 사놨으니 같이 보러가잔다.
나한테 관심도 없는줄 알았는데 
전화를 해 그것도 내가 그때까지 한번도 본적 없는 콘서트를 보러가자니 
순간 어안이 벙벙, 자존심이고 뭐고 일단 오케이해버렸다. ^^;;
그런데 이 남자, 
그 뒤로도 집에 데려다주지도 않고 전화도 며칠마다 한번씩 아주 띄엄띄엄 한다.
이제껏 만난 남자들은 하루에도 몇번씩 전화하고 집앞까지 데려다주는건 기본이었는데
우리집 남자는 나를 대하는 태도가 영 불량하다.
"오빠, 전화 끊기 싫다~" 콧소리 넣어가며 애교를 떠는 내게
"그래? 그럼 내가 끊을게." 하고 전화를 뚝 끊어버리는 나쁜 남자!
'어라~ 요것 봐라.' 일찍이 이런 푸대접을 받아본적이 없기에 은근히 오기발동,
그 뒤로도 꽤 오랫동안 내 손 한번 잡으려 시도조차 안하던 이 남자가
어느날부터인가 하루에도 몇번씩 전화하고 집까지 데려다주고
내 말이라면 다 들어주는 아주 착한 남자가 됐다.
나중에 들어보니 콘서트 티켓도 며칠동안 채점아르바이트를 해서
알뜰살뜰 모은 돈으로 큰 맘 먹고 산 티켓이라 한다. @.@ 
다른 남자들처럼 처음부터 잘해줬다면 
이 정도쯤이야 하고 감동 비스무리한 것도 안했겠지만
우리 집 남자는 날 아주 막 대했기에 감동이 물밀듯 밀려왔고 난 그와 결혼했다. ㅎㅎ
지금도 나쁜 남자지만 가끔씩 언뜻언뜻 보여주는 따뜻한  속정만은
구와노 신스케의 그것과 비슷한 감동을 주곤 한다. ^^

구와노 신스케가 나쁜 남자임에도 매력적인건
하고 싶은 말은 절대 못참고 잘난척 하기 좋아하는 그 이면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따스함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집 남자처럼 말이다. ^^

이 책은 드라마 내용과 97% 정도는 아주 똑같다.
3%를 뺀 건 미니시리즈의 결말과는 달리 
신스케와 나쓰미의 관계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것과 
미니시리즈에 등장했던 술집 아가씨가 이 책에는 나오지 않는단 정도 등등의 
아주 사소한 차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TV로 이미 본 내용을 책으로 왜 또 읽느냐?"
"책보다는 영상이 있는 미니시리즈가 훨씬 더 재밌을 것 같다. "라고 이야기하신다면 
난 이렇게 반박하고 싶다.
"미니시리즈에서는 주인공의 알듯 모를듯 알쏭달쏭한 표정만으로
 그의 속마음을 알아내야했다면 
이 책은 이 남자의 속내를 아주 친절하게 아주 속속들이 말해줘서 
앓던 이를 뽑은듯 속이 다 시원하다." 라고 말이다. 
대사를 다 알고 있기에 거의 똑같은 내용을 책으로 읽어봤자 
김 빠진 맥주를 마시듯 맥빠질거라 생각하신다면 큰 오산~ 
미스 캐스팅이 아닌 굿 캐스팅된 배우들이 자로 잰듯 
그 인물 성격에 꼭 맞는 명품연기를 선보인 까닭에 
독자 혼자서 이 책에선 누굴 캐스팅해야 하나 고민하지 않아 좋고 
혹 벌써 캐스팅된 배우들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자기가 가장 좋아라하는 탤런트나 배우를 전격 캐스팅해 
머릿속으로 미니시리즈 한편을 다시 찍는 재미도 굉장할테니 
익히 아는 내용을 책으로 다시 읽거나 
혹 미니시리즈를 보지 않고 책을 통해 처음부터 내용을 알게 된다 해도 
절대 후회는 없을 것이다. 

아쉽지만 미니시리즈는 이제 끝났다.
그렇다면 우리의 선택은 한가지!
책을 읽으면서 아쉬움을 달래보자.
아직 미니시리즈를 못보신 분들이라면 책으로 먼저 읽어보자.

저마다 개성 강한 캐릭터, 영상을 보는 듯 자세하고 치밀한 묘사,
막힘없이 자기 생각을 표현해내는 변호사 뺨치는 실력을 가진 
인물들의 통통 튀는 대사까지  
이 책을 읽는건 최소한 내 기준으론 아주 탁월한 선택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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