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보자기 유령 스텔라 1 - 피올라 구출 대소동 ㅣ 보자기 유령 스텔라 1
운니 린델 지음, 손화수 옮김, 프레드릭 스카블란 그림 / 을파소 / 2009년 5월
평점 :
요즘 시대엔 차고 넘치는게 엄친아인 것 같다.
굳이 좋은 대학에 머리까지 좋을 필요는 없어보이는 탤런트들조차
고학력에 얼굴까지 빼어난 사람들이 왜 그리 많은지 모르겠을 정도니 말이다.
그러나 사실 모든 면에서 뛰어난 엄친아보다는 어딘가 좀 모자란 듯한 좌충우돌형 캐릭터에
나는 더 끌린다.
나보다 못난 점도 좀 보이고 어딘가 어수룩해야 한번이라도 더 정이 가니까.
이 책의 주인공 말괄량이 스텔라는 너무 잘나지도, 너무 못나지도 않은,
하지만 책임감만큼은 남다른, 그래서 더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스텔라는 엄친아도 아니고 그렇다고 못나기만 한 캐릭터는 더더욱 아니다.
엄마도 없는 말썽꾸러기니 엄친아(엄친유령이라고 해야할까? ^^;;)라고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못났다고만 하기에는 여간 범상치가 않다.
빅토르 유령을 만나 첫번째 진실을 깨달을 때도 그 철학적인 진실을 단번에 깨달았으니 말이다.
스텔라는 엄마가 없어서 피올라의 부모 손에 돌보아지는데다
어른들 하시는 말씀에 단 한번도 고분고분 따르는 법 없는 천하의 말괄량이다.
사실 스텔라가 하는 말을 가만히 들어보면 뭐하나 틀린 말은 없지만
아이에게 꼬박꼬박 말대꾸한다 면박주는 어른들이 어디 아이말이 틀려서 그런 말을 하겠는가?
스텔라는 이런 성격 탓에 자기를 돌봐주는 피올라 부모에게는 물론,
야간 학교 무시무시 소피아선생님한테도 줄곧 혼이 나곤 한다.
피올라 역시 자기 말을 번번이 무시하는 스텔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솔직히 나 역시 어른이다보니
늘 말대답하고 규칙을 따르지 않는 스텔라가 처음에는 곱게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스텔라 입장에 서서 생각해보니 조금씩 이해가 됐다.
내가 스텔라였어도
자기라 최고라 여기는 잘난척의 여왕 피올라 말을 고분고분 듣기는 정말 싫었을 것 같다.
학교 가려면 깨끗해야한다면서 지독한 레몬향이 나는 세척린스를 퍼붓고
탈수기에 들어가 빙글빙글 세상이 돌게 만들고
뜨거운 다림질까지 당해야 한다면 나 역시 말루 부인의 말을 어겼을 것이다.
단지 호기심 많고 고분고분하지 않단 이유로 미움받는건 안타까웠지만
스텔라는 정말 큰 실수를 해버린다.
고자질하려는 피올라를 선반 밖으로 밀어버리는 바람에
피올라는 가방으로 만들어져 프랑스에 팔려가는 신세가 되고만다.
얄밉기는 하지만 피올라를 사랑하는 부모님을 위해 피올라를 구출하기로 결심한 스텔라는
무시무시 소피아 선생님의 조언과
선생님의 숙제로 만나게 된 인간꼬마 피네우스, 빅토르 유령 등의 도움을 받게 된다.
스텔라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개 꼬질이 팡에게 물어뜯기고
스텔라가 사는 재봉 공장 사장의 식탁보가 되는가하면
특히나 루브르 박물관에서 무시무시한 태피스트리 유령에게 쫓길 때는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바로 눈앞에서 영화 한편이 상영되는 듯한 운니 린델의 글솜씨도 빼어났지만
아이들이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칠 수 있도록 도와준
프레드릭 스카블란의 그림도 이 책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삐삐만큼 매력적인 캐릭터에 해리포터를 제친 책이란 점만으로도 충분히 기대됐지만
무엇보다 매력적인건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고 바로잡으려고 노력하는 스텔라가
너무 기특하고 사랑스러웠다.
잘못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걸 바로잡으려 애쓰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
뭐든지 잘하는 엄친아 같은 완벽한 캐릭터가 아니라 어딘가 부족한 말썽쟁이에
엄마를 그리워하면서도 늘 용감하고 씩씩한 삐삐같은 캐릭터 스텔라가 너무 맘에 든 작품이었다.
아이들이 스텔라를 만나서 부족하지만 늘 씩씩한 아이,실수를 두려워하기보다는 항상 도전하고,
자기 잘못은 깨끗이 인정하고 바로잡으려 노력하는 바른 아이로 자라길 바래본다. ^^
참 스텔라를 도와준 유령 빅토르 즉, [레 미제라블]의 작가 빅토르 위고의 약력도 소개돼있으니까
위인전이나 그가 쓴 책들도 아이들이 꼭 찾아 읽어봤음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