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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 파이팅 ㅣ 새싹동화 2
고정욱 지음, 박영미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준형이는 아빠가 포장마차를 해도 하나도 창피해하지 않았잖아.
네가 준형이라면 아빠가 포장마차를 해도 창피하지 않겠어?"
"나같으면 창피할 것 같아.준형이는 너무 착해."
이 책을 읽고 난 뒤 울아들과 제가 나눈 대화였어요.
아빠가 어떤 일을 하더라도 부끄럽지 않다고
울아들도 주인공 준형이만큼이나 어른스러운 대답을 해주길 은근히 바랐지만
아직 초등학교 3학년밖에 안된 울아들에겐 너무 큰 바람이었나봅니다.
하긴 개인택시를 하는 친정아빠를 부끄러워했던 제가 감히
울아들에게 이런 큰 바람을 가졌단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 준형이는 저나 울아들과는 아주 많이 다릅니다.
실직한 아빠를 부끄러워하지도, 반찬으로 김치만 먹는 것도 부끄러워하지 않아요.
오히려 이런 어려운 가정형편을 솔직히 이야기하고
아빠가 힘을 내서 빨리 일을 하길 바란단 글을 써
글짓기에서 우수상을 받습니다.
상장을 받아온 준형이의 글을 읽고 깨달은 바가 컸던 아빠는 다시 힘을 내서
포장마차를 시작해 어묵과 떡볶이를 팔게 되고 장사도 꽤 잘됐지만
동네 불량배들이 찾아와 포장마차를 다 때려부수네요.
아빠가 다시 절망에 빠져있을 때 준형이는 조용히 부서진 집기들을 정리하고 고치고~
이런 준형이의 기특한 행동을 본 아빠는 다시 한번 힘을 얻어
불량배들에게 당당히 맞섭니다.
며칠동안 매일같이 얻어맞고 포장마차를 부수는 불량배들을 보다못한 준형이가
경찰아저씨에게 도움을 청하고 다행히도 불량배들은 잡혀가죠.
불량배들의 협박 없이 다시 장사를 시작한 아빠의 포장마차는 썩 잘됐지만
말쑥한 양복 차림의 아빠 친구의 등장은 아빠를 부끄럽게 만들기도 했고
아빠가 자랑스러운 맘에 친구들과 아빠를 응원하러 간 준형이 뜻도 모르고
준형이 친구들 눈을 피하느라 아빠는 작은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교통사고 당시 만난 트럭아저씨의 따뜻한 조언 덕분에 아빠는 다시 한번 힘을 얻고
아빠 친구들이 모아준 돈으로 조그만 어묵가게도 하나 차리게 돼요.
가게 이름은 "우리 아빠 파이팅!" 입니다. ^^*
누구에게도 일어나선 안 될 일이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더 공감 가고 마음이 아픈 동화였어요.
하지만 실직한 아빠를 부끄러워하긴 커녕
책을 열심히 읽고 글짓기 상을 받아오고 부서진 포장마차를 고치면서
자기가 선 자리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준형이는
너무 기특하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이런 아들 하나 있음 정말 밥 안 먹어도 배부르겠단 생각이 들게 할만큼
정말이지 나무랄데 없는 아이였고요. ^^
실직의 아픔과 잦은 실패로 좌절을 맛본 아빠들에게
어른인 엄마라도 준형이처럼 하긴 힘들겁니다.
하물며 맨날 김치만 먹게 하는 아빠,
술냄새를 풍기며 하루종일 늘어져서는 늘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는 아빠를 보면서
아빠를 원망하기보다는 하루빨리 일을 하고 힘을 내라고 응원하기는 더더욱 힘들겠죠.
현실에서는 보기 드물 정도로 철이 들고 속이 깊은 아이 준형이에게서
어른인 저도 정말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